파업에 크레인 농성까지…자동차·조선 노조 ‘하투(夏鬪)’ 본격화
  • 박치현 영남본부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1.07.0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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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17년 만에 크레인 농성…현대車 파업 찬반 투표

자동차와 조선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노동조합의 하투(夏鬪, 하계 기간 노동계 연대 투쟁) 때문이다. 경제계에서는 최근 경기 회복 전망에 적신호가 켜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노조원들이 턴오버 크레인에 올라 농성하고 있다.ⓒ연합뉴스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노조원들이 턴오버 크레인에 올라 농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경근 현대중공업 노조지부장 등 10명은 6일 계단 입구 자물쇠를 부수고 울산 본사 패널공장 앞 높이 40m의 턴오버 크레인에 올라가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노조는 “회사가 지난 2주 동안 교섭하는 척만 하며 노조를 우롱했다”며 “조합원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끝장 투쟁을 한다는 각오로 크레인에 올라간 것이다”고 밝혔다. 같은 시간 노조는 전 조합원 대상으로 전면 파업을 실시했고, 크레인으로 오르는 계단 앞에선 조합원 800여 명이 집회를 벌였다. 이번 파업은 9일까지 계속된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전면 파업에 돌입한 건 2019년 6월 회사가 법인 분할을 한 이후 처음이다. 특히 크레인 점거 농성은 2004년 이후 17년 만이다. 노조가 전면 파업에 나선 건 2019~2020년 임금 협상과 단체협약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2019년 5월부터 임금 협상에 나섰지만 2년 2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2월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부결됐다.

당시 잠정 합의안은 2019년 기본급 4만6000원 인상, 성과금 218%(약정임금), 격려금 100%(약정임금)+150만원과 2020년 기본급은 동결, 성과금은 131%, 격려금은 230만원 등을 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다시 잠정 합의안을 내놨다. 2020년 격려금을 200만원 올려 430만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노조는 조합원 투표를 실시해 다시 부결시켰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 등을 담은 3차 합의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노조 내부의 이견 조율이 먼저 이뤄진 후에 다시 교섭하자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전체 직원 1만4000명의 64% 수준인 9000명이 가입해 있다. 사측은 이번 파업과 크레인 점거가 장기화하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턴오버 크레인은 선체 블록 생산 공정의 핵심장비로 사내 한 곳 밖에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개정 노조법에는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해 조업을 방해하는 쟁의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만큼 불법의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 7일 파업 찬반투표 진행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이날 현대자동차 노조도 7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이는 지난 6월30일 사측과의 임금·단체협상(임단협) 결렬에 따라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사측은 지난 13차 교섭에서 사측이 내놓은 기본급 5만 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 100%+300만 원, 품질향상격려금 200만 원, 2021년 특별주간 2연속교대 10만 포인트 등의 제시안을 내놨다. 하지만 노조는 기본급 9만9000원 인상(정기호봉 승급분 제외) ,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연장(최장 만 64세), 전기차 생산에 따른 일자리 유지 등 당초 임·단협 요구안을 지킬 것을 주장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13차례 교섭에도 사측과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노동3권에 보장된 쟁의행위에 돌입키로 했으며, 쟁의행위(파업)는 노동자들의 합법적 권리인 만큼 왜곡된 시선을 거둬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협상의 여지를 남겨뒀다. 사측과 교섭을 이어갈 뜻을 밝히며 "조합원이 납득할 만한 안을 가지고 교섭을 요청하면 언제든 임하겠다"고 전했다.

현대차 파업체제 돌입은 한국GM이 불을 지폈다는 평가다. 한국GM 노조는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전체 조합원 763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76.5%(5841명)의 찬성률을 기록해 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노조는 사측과 추가 교섭을 한 뒤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를 신청할 예정이다.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 등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한다.

현대자동차 노조도 임·단협 교섭이 결렬되며 하투 채비에 나서고 있다. 노조는 지난 달 30일 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지난 5일에는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쟁의발생 결의안과 중앙쟁의대책위원회 구성안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7일 실시하는 전체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파업 여부가 결정된다.

한편 6월 우리나라 수출은 전년 동월대비 39.7% 증가했다. 수출 주력 품목 15개와 9대 지역 수출은 10년 만에 동시에 플러스를 나타냈다. 수출액은 역대 처음으로 3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자동차와 차 부품의 경우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해 각각 62.5%, 108.2% 증가했다.

울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자동차·조선 노동조합의 하투(夏鬪) 즉 하계 기간 노동계 연대 투쟁이 최근 살아나고 있는 국내 경제에 직격탄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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