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냐, 제3지대냐…尹의 외줄타기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7.0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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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강 후보 치켜세운 김종인, 대권 결심한 최재형
국민의힘 입당 조여 오는데 윤석열은 ‘밖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둘러싼 정치권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과 접촉면을 넓히면서도 바깥 행보를 이어가며 줄타기를 하는 모습이다. 그사이 국민의힘 자강 후보들은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대항마’로 통하는 최재형 감사원장도 출격 준비를 마쳤다. 입당을 채근하는 분위기 속에 윤 전 총장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윤 전 총장은 7일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비공개 오찬을 가졌다. 윤 전 총장이 지난달 29일 공식 정치 선언을 한 이후 국민의힘 인사가 아닌 제3지대 인물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이번 회동을 윤 전 총장의 ‘바깥 행보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일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오찬 회동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일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오찬 회동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이들은 회담 이후 브리핑을 통해 “정권교체 필요성에 공감하고 정권교체를 위한 선의의 경쟁자이자 협력자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두 사람은 확실한 정권교체를 통해 야권의 지평을 중도로 확장하고 이념과 진영을 넘어 실용정치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서로 만나기로 했고 정치적 정책적 연대와 협력을 위해 논의를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윤 전 총장은 입당을 촉구하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독자 민심 행보를 걸으며 자신의 시간표를 고수하는 모습이다. 정치 선언 직후 장모의 실형 선고라는 악재가 터지면서 국민의힘 합류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렸지만, ‘마이웨이’를 택한 셈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 6일부터 ‘윤석열은 듣습니다’라는 이름의 민생 행보를 시작했으며, 전국을 돌며 시민과 전문가들을 만나 정권 교체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일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서 가진 오찬 회동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일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서 가진 오찬 회동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제3지대 다시 띄우는 윤석열 vs 경선 버스 시동 거는 국민의힘

윤 전 총장의 바깥 행보가 가속화할수록 국민의힘은 그의 입당을 더욱 조여 오는 분위기다. ‘8월 말에는 경선을 시작한다’고 공언해 온 이준석 대표뿐만 아니라, 당 안팎에서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터져 나오면서다.

이 대표는 이날 다시 한 번 “대선 경선버스는 정시에 출발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오는 8일 경선준비위를 구성한 뒤 곧바로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주도 경선 채비를 공식화하며 당 밖 주자들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윤 전 총장을 겨냥해 “가급적 빨리 입당하는 것이 좋다. 컷오프 전에 들어와야 한다”고 압박했고,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인 김태호 의원도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봐야 아느냐. 국민의힘과 정치 철학이 같다면서 굳이 입당을 미루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희룡 제주지사(가운데 왼쪽)와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원회룡 제주지사 지지 현역 국회의원 모임인 '희망오름' 출범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원희룡 제주지사(가운데 왼쪽)와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원회룡 제주지사 지지 현역 국회의원 모임인 '희망오름' 출범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 때 ‘별의 순간을 잡았다’며 윤 전 총장을 치켜세웠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윤 전 총장을 향해 “지금 지지율이 결정적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일갈했다. 원희룡 제주지사의 지지 모임인 희망오름 포럼 출범식에 참석한 자리에서다. 김 전 위원장은 대신 원 지사에 대해 “대통령 후보로서 갖춰야 할 자질은 다 갖췄다”고 격찬했다. 해당 발언만 보면, 김 전 위원장이 제3지대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은 빗나가고 국민이힘 자강 후보를 띄워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같은 날 정치 참여 의사를 공식화한 것도 윤 전 총장의 입당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변수로 통한다. 최 전 원장은 이날 “정치에 참여하겠다고 생각했다”며 “나머지 공식 입장은 좀 더 준비된 다음에 말씀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최 전 원장이 지난달 중도 사퇴한 이후 언론 접촉에 응해 대권 도전과 관련한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전 원장이 윤 전 총장보다 먼저 입당한다면 당내에서 입지를 확보하는 데 더 유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의를 밝힌 최재형 감사원장이 6월28일 오후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감사원을 떠나고 있다. ⓒ 연합뉴스
사의를 밝힌 최재형 감사원장이 6월28일 오후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감사원을 떠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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