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송영길의 우클릭…‘김종인의 길’ 걷나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7.0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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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의 중도 확장 노림수, 자충수 될까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일 여권에 민감한 주제를 건드리며 파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대깨문(강성 친문 지지자)’이란 표현을 거침없이 사용하는가 하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호평을 내놓으면서다. 강성 진보 색채를 지우고 중도 확장성을 키우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8일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송 대표의 ‘우클릭’ 행보를 두고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행보가 연상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이 4·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하거나, 광주에서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이며 ‘좌클릭’ 했던 모습과 닮아있다는 분석이다. 김 전 위원장의 행보는 결과적으로 재보선 압승으로 이어졌다. 송 대표의 행보는 어느 쪽으로 귀결될까.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시사저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시사저널

‘대깨문’ 건드린 송영길, 광주에서 무릎 꿇은 김종인 데자뷔?

재보선 참패 후 취임한 송 대표는 줄곧 친문 색깔을 버리기 위한 시도를 이어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공식 사과하고, 부동산 투기 논란에 휩싸인 소속 의원 12명에 즉각 탈당 조치를 내린 것 등이 그 예시이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로 선회하거나 경선 일정 연기 불가 결정을 내린 것도 연장선상에 있다. 송 대표가 ‘변화지 않으면 망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송 대표의 파격 행보는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이후 본격화했다. 지난 5일 관훈토론에서 여권 내 금기어로 통하는 ‘대깨문’을 언급하면서다. 친문 강성세력에 대한 일종의 경고장으로 해석됐다. 이어 송 대표는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반도체기술특위 회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부고속도로 개통 업적을 언급하며 “대단한 일”이라고 호평했다. 보수진영의 상징적 인물인 박 전 대통령을 민주당 진영에 소환하면서 외연 확장을 의도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 최고위원들이 5월3일 오전 서울 동작구 현충원을 방문해 고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모습 ⓒ 시사저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 최고위원들이 5월3일 오전 서울 동작구 현충원을 방문해 고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모습 ⓒ 국회사진취재단

정치권에선 이 같은 송 대표의 행보를 두고 야권의 김 전 위원장을 떠올리고 있다. 지난해 4·15 총선 참패 후 구원투수로 등장한 김 전 위원장이 강성 보수 색채를 지우고 중도로 문턱을 넓힌 행보와 비슷하다는 분석이다.

김 전 위원장은 당시 보수정당에서 볼 수 없었던 친호남 정책을 펴는가 하면, 광주 민주화 정신을 국민의힘 정강·정책에 담기도 했다. 또 진보진영에서 주창하던 기본소득까지 꺼내들고 노골적인 ‘좌클릭’ 행보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5·18 영령 앞에 무릎을 꿇고 울먹이며 사죄하기도 했고, 재보선 직전에는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020년 8월1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는 모습 ⓒ 연합뉴스

송영길 우클릭에 목소리 키우는 친문…역풍 우려도

문제는 결과이다. 김 전 위원장의 좌클릭 행보는 결과적으로 재보선 압승으로 이어졌으나, 현재 민주당의 상황은 녹록치 않은 편이다. 개혁을 기치로 내 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보수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중도 진영을 선점한 데다, 지난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이후 돌아선 민심도 회복될 여지를 보이고 있지 않아서다.

또한 송 대표의 파격 수위가 높아질수록 민주당 내 반발 수준도 거세지고 있다. 송 대표의 ‘대깨문’ 발언 이후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그를 비난하는 격한 반응이 쏟아졌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낙연 전 대표 등 친문 진영 대선 주자들도 “편파적 발언은 심각한 문제”,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때문에 송 대표의 파격 행보가 오히려 당내 계파 갈등을 심화시키는 등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송 대표는 소신을 꺾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송 대표는 지난 7일 열린 당 의원총회 도중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민주당이 변화되고 있고, 뭔가 국민들의 기대를 모으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더욱 더 활성화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외면했던 국민들이 민주당을 돌아보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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