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 점거vs가처분 신청···극단으로 치닫는 현대重 노사 갈등
  • 박치현 영남본부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1.07.0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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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14일까지 파업 연장…“회사의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
회사, 크레인 점거 퇴거 가처분 신청…“농성 풀지 않으면 교섭 어렵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9일 현재 크레인 농성을 지속하고 있다. 사측은 전날 임·단협 파업 과정에서 크레인을 불법 점거한 조경근 노조지부장과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노조원 등 26명에 대해 ‘퇴거 단행 및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울산지법에 제기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현대중공업의 노사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14일까지 파업을 연장하기로 결정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현대중공업 노조
현대중공업 노조가 14일까지 파업을 연장하기로 결정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현대중공업 노조

현대중공업 노조는 당초 9일까지로 계획됐던 전면파업을 오는 14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또 14일 오후 2시부터 금속노조 영남권 노동자대회를 현대중공업 정문에서 가질 예정이다. 앞서 노조는 2년 치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부진해지자  6일 전면파업에 돌입했고, 조경근 지부장 등 노조 간부 2명이 40m 높이 턴오버 크레인에 올라 농성을 시작했다.

노조가 점거한 크레인은 판넬공장 앞 40m 높이 턴오버 크레인(선박 구조물을 뒤집는 크레인)이다. 이 크레인은 선체 블럭을 생산하는 데 중요한 설비다. 노조는 “조합원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끝장 투쟁을 한다는 각오로 크레인에 올라가 점거 농성을 단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측은 턴오버크레인 및 사내 약 300m 도로에서 퇴거하고 설치한 현수막과 천막 등을 제거할 것을 법원에 신청했다. 또 채권자 회사 내 생산시설물과건조 중인 선박, 사내도로 등 물류 시설의 점거 배제, 위 사항을 위반할 시 채무자별로 1건당 5000만원 청구 등도 포함했다. 노조가 지난 6일부터 벌이고 있는 울산 본사 내 턴오버크레인 점거 농성을 풀고, 이 크레인 주변 도로에 설치한 농성 천막도 철거하라는 취지다.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할 예정이다. 턴오버 크레인이 제때 작동하지 못하면 생산 공정 전체가 멈춰서는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일방적인 요구사항 관철을 위한 크레인 점거, 방역수칙 위반 등 시대착오적인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히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019년 5월 임금협상을 시작했으나, 당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물적분할(법인분할)을 놓고 노사가 마찰하면서 교섭 장기화 조짐을 보였다. 오랜 교섭 끝에 올해 2월5일 1차, 4월2일 2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모두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이후 노조는 기본급 인상을 포함한 3차 잠정합의안을 요구해왔으나, 사측은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중재에 나선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8일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와 면담에서 “회사의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 14일 이전에 결단하지 않으면 노조도 더 큰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에 한 대표는 “농성을 풀지 않으면 교섭도 어렵다”는 입장을 표했다.

현대중공업 사내 협력사들도 노조의 크레인 점거와 물류 차단 해제를 간곡히 호소했다. 8개 사내협력사들은 노조에 이 같은 내용을 서면으로 전달하고 “크레인 점거와 도로점령 등으로 선박 블록의 입·반출이 막혀 일감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점거가 길어질 경우 일감 고갈로 협력사의 경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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