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삼전보다 가볍고 똘똘한 배터리주가 좋다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7.29 10:00
  • 호수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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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주식] 삼성전자·현대차 등 대형주 상승세 둔화…K배터리 바람 타고 중소형주 각광

3월10일 코스닥 지수는 890이었다. 이번 달에 1050을 넘었으니까 넉 달 동안 18% 넘게 상승한 셈이다. 같은 날 삼성전자 주가는 8만900원, 현대차는 22만7500원, LG화학은 89만1000원이었다. 넉 달간 삼성전자는 제자리, 현대차는 소폭 상승, LG화학은 10%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그사이 코스피 지수가 10% 가까이 상승했으니 우리나라 대표 주식 중 코스닥은 고사하고 코스피만큼도 오른 곳이 없다고 보는 게 맞다. 작년 11월부터 올 초까지 개인투자자들이 많은 돈을 집어넣어 대형주를 사들인 걸 감안하면 올해는 주식투자로 이익을 본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

이제 대형주를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 내용이 좋은 회사들이니 그냥 가지고 가면 될까. 주식시장이 대세 상승할 때 낙폭 과대주→업종 대표주→경기 민감주 순으로 오른다. 그리고 마지막에 중소형주가 바통을 이어받는 경우가 많다. 상승이 낙폭 과대주부터 시작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주가가 하락할 때 공포심 때문에 실력보다 더 내려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원상태로 돌리는 것이다. 이 과정에 시장이 바닥을 지난 것 같다는 확신이 생기면 더 많은 돈이 시장으로 들어와 규모가 큰 기업의 주가가 오른다. 작년 11월부터 두 달간 대형주가 상승한 게 이 경우에 해당한다. 그리고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면 경제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화학, 철강, 운송 등이 상승하게 된다. 여기까지 진행되면 대세 상승의 대강이 이뤄지고 기업 실적으로는 더 이상 주가가 올라가지 않는 상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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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8일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인사, 관련 업체 대표들이 ‘k-배터리 발전전략 보고 협약식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낙폭 과대주·업종 대표주·경기 민감주 順 상승

이때부터 중소형주가 전면에 등장한다. 규모가 작은 만큼 중소형주가 올라도 지수가 크게 움직이지 않는 장점이 있다. 반면 상승 종목이 시도 때도 없이 바뀌어 종잡을 수 없다는 곤란한 점도 있다. 상승 종목이 바뀌는 가장 큰 이유는 성장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지수가 크게 상승하는 와중에 2~3년 후 이익의 대부분이 주가에 반영된다. 대형주는 그 정도가 특히 심하다. 이 상태에서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는 특정 회사가 먼 미래에 어떤 모습이 될지에 관한 소설 같은 이야기밖에 없다. 주가가 움직이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만큼 종목별 등락이 심하고, 같은 종목의 주가가 수시로 급변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때 나온 성장에 대한 그림이 현실이 되기도 한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중소형주가 오를 때 환경과 생명 관련 테마의 원시적 형태가 처음 나왔다. 2011년 녹색성장이란 정부 정책 영향으로 LED를 비롯한 환경 관련주로 발전했고, 2017년에는 바이오 주가 급등으로 연결됐다. 이때 각광받았던 중소기업 중 일부가 지금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핵심으로 성장했다.

당분간 중소형주가 대형주보다 월등히 높은 수익을 내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작년 시장에서는 ‘반도체 빅사이클’이 시작됐다는 얘기가 많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 데다 언택트(비대면)까지 겹쳐 초유의 호황이 계속될 거란 기대였다. 그 영향으로 2분기에 삼성전자가 12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반도체 부문도 6조9000억원의 이익을 올려 1분기의 배가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익 증가는 3분기에도 이어져 올해 내에 반도체가 한 분기에 10조원이 넘는 이익을 내는 상황으로 발전할 거라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주가다. 이익에 상관없이 8만원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주가가 실적과 따로 놀고 있는 것인데 이유는 간단하다. 작년 말에 주가가 너무 많이 올라 예상되는 이익의 상당 부분이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삼성전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다수 업종 대표주는 물론 경기 관련 대형주까지 이 틀에 묶여 있다. 대형주로는 초과 수익을 내기 힘들기 때문에 중소형주로 매수가 이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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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전문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1’에서 참관객이 삼성SDI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연합뉴스

2차전지 업종, 정부 지원책 영향으로 유망

중소형주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매력도 있다. 규모가 큰 초대형 기업은 투자자들이 기업 내용을 알 수 있는 통로가 많아 신비감이 없다. 회사의 규모가 커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도 회사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해당 기술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린다. 반면 중소기업은 여러 사업 중 하나만 잘돼도 회사가 획기적으로 바뀔 수 있다. 기업 내용을 잘 몰라 미래에 대해 다양한 그림을 그리기도 용이하다. 지금처럼 시장이 꽉 막혀버린 상황에서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종목군이다.

중소형주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지식과 매매기술이 필요하다. 지금은 달라졌지만 10년 전만 해도 코스닥 시가총액 100위 내에 있는 기업 중 1년에 부도나 다른 이유로 상장 폐지가 되는 회사가 15% 가까이 됐다. 코스닥에서 규모가 큰 기업이 이 정도였으니 시가총액이 훨씬 작은 기업은 말할 나위가 없었을 것이다. 이런 기업 중에서 먼 미래에 어떤 회사가 좋아질지 선별하는 건 개인투자자들에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래서 많이 쓰는 게 정부 정책을 보고 그에 맞는 기업을 선택하는 방법이다. 정부가 새로운 기술을 육성하겠다고 마음먹었다는 건 해당 산업이 유망하다는 걸 정부가 보증하는 것이다. 과거 경우를 보더라도 금융과 인력 지원이 몰리기 때문에 이들 중에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회사가 많이 나왔다.

7월초 정부가 국내 2차전지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2030 K배터리 전략’을 발표했다. 이 정책에 호응해 기업들이 2030년까지 2차전지 산업에 40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정부 역시 세제·금융 혜택을 제공하고, 대규모 연구·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2차전지 세계 1등 국가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관련 내용이 주식시장에서 계속 거론될 것이다. 2차전지 관련 기업이 성장과 관련한 그림을 그리기 좋은 구도다.

LG화학 등 배터리 3사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다. 내연 자동차 회사들이 배터리를 자체 생산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해소해야 하는 게 그것이다. 2차전지 소재나 장비 회사는 다르다. 앞으로 세계 여러 곳에서 2차전지 생산을 위한 설비를 늘릴 텐데 그때마다 매출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2차전지 장비와 소재 생산은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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