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는 왜 지금 ‘아트테크’에 빠져들고 있나
  • 한다원 시사저널e. 기자 (hdw@sisajournal-e.com)
  • 승인 2021.08.04 12:00
  • 호수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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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트렌드 이끄는 밀레니얼+Z세대
희소성 있는 미술품으로 재테크 시선 이동…소액으로도 투자 가능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아트테크(Art+Tech)’가 인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샤테크(샤넬+재테크) 열풍을 이끌었던 MZ세대가 이제는 미술품으로 시선을 옮긴 것이다. 과거 고소득자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미술품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컬린이’ ‘미린이’(컬렉션/미술품+어린이) 등 신조어를 만들며 희소성 있는 재테크로 자리 잡고 있다.

아트테크는 아트와 재테크를 합친 용어로 미술품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방탄소년단 멤버 RM이 미술품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아트테크에 대한 MZ세대들의 관심도 덩달아 커졌다. MZ세대의 다양한 재테크 관심은 백화점 내 중고 스니커즈 거래소 같은 새로운 매장을 만들었고, 아트테크 수요 증가에 따라 미술품 판매에도 적극 뛰어들게 했다.

세계 최대 아트페어 주관사인 아트바젤과 글로벌 금융기업 UBS가 발간하는 아트마켓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중국, 멕시코 등 10개국 고액자산가 그룹 중 밀레니얼 세대는 지난해 예술작품 구입에 평균 22만8000달러(약 2억5900만원)를 소비하며 전체 세대 가운데 최대 액수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베이비부머 세대보다 2배나 많은 규모다.

온라인 셀렉트숍 29CM도 올해 상반기 컬처 카테고리 거래액이 24억원을 돌파해 전년 동기에 비해 268% 성장했다고 밝혔다. 기존 컬처 카테고리의 주력 상품이었던 문구 외에도 전시·미술품·음반 등 문화예술 관련 상품들의 매출이 성장을 견인했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한정판 상품이나 미술품을 사모으는 아트테크가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2020 인사동문화축제’에 전시된 조영남의 그림ⓒ연합뉴스

주식이나 비트코인 대신 아트테크 시작

아트테크를 시작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MZ세대들은 온라인 미술관을 통하거나 예술가, 갤러리 인스타그램 등과 소통하며 예술품을 사 모으고 있다. MZ세대들은 단순 미술품뿐 아니라 이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의 의류, 신발, 화장품 등과 콜라보한 한정판 상품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취급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트테크는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MZ세대를 사로잡았다. 미술품에 공동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소액으로도 작품 구매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한 미술작품 투자 플랫폼에서 인기 현대미술 작가 작품은 1000원 단위로 소분돼 18만3000개 지분으로 거래되기도 했다. 아트테크 플랫폼 아트앤가이드에 따르면 미술품 공동투자 규모는 2019년 16억4950만원, 2020년 35억5578만원을 기록됐다.

직장인 이아무개씨(30)는 “비트코인은 위험성이 너무 크고 예·적금은 이율이 너무 낮아 투자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아트테크에 관심이 생겼다”며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고 무엇보다 안전하다는 생각에 아트테크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술품 경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미술품 온라인 경매를 하는 서울옥션에 따르면 MZ세대의 경매는 올 1분기에만 63건으로, 전년 동기(51건) 대비 20% 증가했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MZ세대의 구매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미술품은 한 번에 150점, 한 달 평균 1000점 정도 경매로 나오는데 이 중 70%는 낙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MZ세대는 단순히 트렌드를 이끄는 것을 넘어 ‘경제 판’을 움직이는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갈수록 커지는 아트테크 인기에 주요 백화점(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들도 고객 유입을 위한 미술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명품관 에비뉴엘 본점·잠실점에서 한국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전시·판매하는 ‘아트 롯데’를 시작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8월 강남점을 리뉴얼하며 3층에 해외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 매장과 함께 미술품을 전시·판매하는 ‘아트스페이스’를 열었다. 이후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미술품 전시·판매·중개·임대업 및 관련 컨설팅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현대백화점도 판교 아트뮤지엄을 열고 지난해 10월에는 세계적인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 요시모토 나라 등의 작품 150여 점(약 2000억원 가치)을 선보였다.

갤러리아백화점은 명품관에서 VIP 고객을 대상으로 비대면 갤러리 투어, 팝업스토어 등을 열었다. 미술품 인기에 힘입어 배우 유아인은 젊은 창작가들이 창단한 ‘스튜디오 콘크리트’와 함께 ‘갤러리아 아트 프로젝트’도 기획했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지난 5월 미술품 전시·판매 팝업스토어 오픈 당시 작품 13점(1점당 3000만원가량)이 들어왔는데 첫날 1점만 빼고 모두 예약 판매됐다”며 “1만~2만원대부터 30만~100만원대 포스터도 인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미술품은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MZ세대의 구매력이 큰 편”이라고 덧붙였다.

 

소득세법 개정에 따른 세제 혜택도 한몫

아트테크가 각광받는 데는 올해 바뀐 소득세법으로 인한 세제 혜택도 한몫한다. 취득세와 보유세 부담이 있는 부동산과 달리 예술품 거래의 경우 양도할 때만 세금을 내면 된다. 올해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계속적·반복적 거래의 경우’에도 기타소득으로 구분돼 미술품을 거래하는 사람들에게 더 유리해졌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앞으로 MZ세대들의 재테크 열풍은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교수는 “MZ세대는 ‘자본주의 키즈’로 불릴 정도로 돈과 소비에 관심이 많고, 투자에도 누구보다 관심이 크다”며 “부동산은 비싸고 비트코인이나 주식은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로 비전통적인 자산들에 대한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재테크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이 다양해지다보니 물건에 대한 희소성을 바탕으로 수익을 올리는 재미를 붙인 MZ세대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아트테크는 문화에 대한 투자이기도 한데 미술품을 SNS에 올리며 안목, 문화적 역량 등을 과시하는 목적을 갖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MZ세대들의 새로운 재테크, 투자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수익과 안정성 두 가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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