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욱 DL그룹 회장, 사법 리스크에도 일감 몰아준 까닭은?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07.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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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과정에서 2대에 걸친 편법 승계 의혹 제기
개인회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기소된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인회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기소된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최근 계열사를 동원해 개인 회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016년 운전기사에 대한 상습적인 폭언 혐의로 15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 데 이어 두 번째다. 특히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개인 회사 부당지원의 배경이 이 회장 장남에 대한 승계를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에 이어 아들까지 2대에 걸쳐 일감 몰아주기를 동원한 편법 승계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김준혁 판사는 지난 27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에 대해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이 회장은 DL그룹 호텔 브랜드인 ‘글래드(GLAD)’ 상표권을 에이플러스디에 넘겨 글래드호텔을 운영하는 그룹 계열사인 오라관광(현 글래드호텔앤리조트)으로부터 브랜드 수수료를 지급 받도록 한 혐의를 받았다.

에이플러스디는 이 회장(55%)과 장남 동훈씨(45%)가 지분 100%를 보유한 사실상 개인회사다. 사실상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위해 그룹 계열사를 동원한 셈이다. 오라관광은 2015년부터 2026년까지 253억원의 브랜드 사용료를 에이플러스디에 낼 예정이었는데,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지급한 수수료는 약 31억원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에이플러스디는 다른 호텔 브랜드 사용료에 비해 높은 수수료를 책정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 13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DL(옛 대림산업)과 글래드호텔엔리조트 법인에게는 각각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에 대해 벌금 2억원을, DL과 글래드호텔앤리조트에는 벌금 5000만원과 3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의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면서도 DL과 글래드호텔앤리조트가 공정위 과징금을 모두 이행하고 이 회장이 아들 동호씨가 에이플러스디 지분 전량를 처분해 위법 상태를 해소한 점, 이 회장이 징역형 이상 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눈 여겨 볼 대목은 이번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이 회장 장남 동훈씨에 대한 편법 승계 의혹을 제기했다는 점이다.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총수 일가가 회사를 설립하고 그룹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로 이익을 증가시킨 뒤 합병해 경영권을 승계하는 방식은 교과서라 불릴 만큼 흔하다”며 “장남에게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공교롭게도 이 회장 역시 정확히 이런 방식으로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이 회장 승계의 지렛대는 대림에이치앤엘과 대림아이앤에스였다. 이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했던 대림에이치앤엘은 대림그룹의 해운·화물운송업을 도맡으며 사세를 확장했다. 그리고 2008년 그룹 지주사격인 대림코퍼레이션에 합병됐다. 이를 통해 이 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32.1%를 확보했다.

대림아이앤에스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소프트웨어 시스템 구축 사업을 영위하던 대림아이앤에스는 전량에 가까운 매출을 그룹 계열사와의 거래에 의존하며 덩치를 불려왔다. 이 회장은 대림에이치앤엘이 대림코퍼레이션에 합병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대림아이앤에스 지분을 늘려갔다. 그 결과 이 회장은 2015년 기준 이 회사 지분 89.69%를 확보했다.

그리고 그해 대림아이앤에스도 대림코퍼레이션에 합병됐다. 그 결과 이 회장의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율은 52.7%로 확대되며 이 명예회장(42.7%)를 넘어선 최대주주에 올랐다. 사실상 경영권 지분 승계가 마무리된 셈이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 회장은 별도의 증여‧상속세를 들이지 않고 자산규모 수십조원대 대기업의 경영권을 손에 넣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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