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당 리스크’ 지우자 뛰는 尹 지지율…다시 ‘밀당’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7.2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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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이번엔 윤석열 입당 시기 놓고 설전
지지율 추이, 김종인 조언 막판 변수로 떠올라

잇따른 말실수와 가족스캔들로 주춤하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지지율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 지지율이 하락세를 멈추고 이재명 경기도지사와의 격차를 벌리는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맥주 회동’으로 입당을 기정사실화고, 국민의힘 인사들을 대거 캠프에 영입하면서 안정감을 높인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윤 전 총장은 여전히 입당 시기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광복절 전후가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상승할 경우 그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의 ‘입당 저울질’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데 힘이 실리는 이유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6일 전북 김제시 금산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월주(月珠)스님 영결식 조문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을 받는 모습 ⓒ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6일 전북 김제시 금산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월주(月珠)스님 영결식 조문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을 받는 모습 ⓒ 연합뉴스

불확실성 지우자 날개 단 尹 지지율…“움직임 달라졌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일제히 윤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세가 잦아든 것으로 기록됐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6~27일 전국 성인 2058명을 상대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해 2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0.3%포인트 떨어진 27.5%로 나타났다. 6월2주차 35.1%로 최고치를 찍은 이후 전주 27.8%까지 빠르게 하락하다, 낙폭이 다소 누그러진 것이다.

ⓒ 리얼미터
ⓒ 리얼미터

전날 한길리서치가 발표(쿠키뉴스 의뢰, 24~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6명 대상)한 가상 양자대결 조사에서는 윤 전 총장이 다시 이 지사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윤 전 총장은 41.4%로, 36.9%를 기록한 이 지사를 오차범위 이내에서 앞섰다. 같은 기관의 직전 조사(10~12일 조사)에선 윤 전 총장 36.0%, 이 지사 43.9%로 이 지사가 앞서 있었지만, 불과 2주 만에 뒤집힌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 한길리서치
ⓒ 한길리서치

이 같은 지지율 상승세는 윤 전 총장이 ‘입당 리스크’를 지운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밖에서 입당 여부를 저울질하며 피로감을 높여온 것을 지난 25일 이 대표와의 회동을 계기로 깨끗이 씻었다는 분석이다. 당시 회동에서 두 사람은 “불확실성이 절반 제거됐다. (입당에 대한 의견은) 대동소이”라는 소감을 밝히며 입당을 기정사실화했다. 여기에 국민의힘 현역 의원 40여 명의 집단 입당촉구 선언과 역대 최단 시간 내 25억여원의 후원금 모금 소식이 들리면서, 윤 전 총장은 야권 대선주자로서의 저력을 보였다. 

또 윤 전 총장 캠프에 국민의힘 인사들이 대거 합류한 것도 지지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선 “윤석열 캠프가 재정비된 이후 메시지부터 정돈되고 있다. 움직임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윤 전 총장 캠프 측은 지난 25일 김병민·윤희석 대변인 등을 영입한 이후 논평을 쏟아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관련 대국민 담화나 여당의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 등 각종 정치 현안에 의견을 보태면서 윤 전 총장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월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 맛의거리에서 '치맥회동'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월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 맛의거리에서 '치맥회동'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다시 줄타기 하는 尹…‘11월 입당’ 띄운 김종인 조언 받아들일까

그러나 윤 전 총장의 입당을 둘러싼 설전은 끝나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이 정확한 입당 시기를 언급하지 않으면서다. 정치권에서는 8월 초를 유력하게 꼽는 분위기지만, 윤 전 총장 측은 “결정된 것 없다”는 입장이다. 입당 자체에 대한 불확실성은 지우면서도, 입당 시기를 저울질하며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윤석열의 입당 ‘밀당’이 다시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전 총장으로선 지지율 회복에 성공한다면 입당이 급하지 않은 상황이다. 입당 전 충분한 외연 확장이 우선이라는 전략이다. 김병민 대변인은 “유력 대권주자로서 많은 지지율이 모인 이유는 이쪽저쪽에 기대지 않고 권력과 맞서 싸워온 행보 속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라는 국민의 여망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며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고 난 다음 국민의힘과도 협력하는 것이 순서상 맞다”고 말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조언도 막판 변수로 거론된다. 윤 전 총장 캠프에 ‘김종인 라인’으로 꼽히는 인사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김 전 위원장이 막후에서 윤 전 총장에게 조언을 하고 있다”는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김 전 위원장은 “나와 관련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윤 전 총장 측 요청으로 두 사람은 이미 비공개 만남을 가졌다. 김 전 위원장은 이후 인터뷰에서 “굳이 지금 당에 들어가 다른 후보들과 옥신각신하는 상황을 만들 필요가 없다”며 ‘11월 입당설’을 띄운 바 있다. 윤 전 총장이 이 같은 조언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입당 시기는 더욱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조만간 김 전 위원장과 공개적으로 만나 조언을 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참석을 마친 뒤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월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참석을 마친 뒤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측에선 윤 전 총장의 조기 입당을 압박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의 입당 시기에 대해 “무조건 8월”이라고 못 박았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이 입당하지 않는다면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한 국민의힘 인사들을 싹 징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윤 전 총장의 입당 의지를 신뢰하기 때문에 징계를 안 한 것일 뿐 원래는 칼 같이 징계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결국 윤 전 총장 측은 지지율 추이를 살피며 입당 시기를 조율할 것으로 관측된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시사저널에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서둘러서 입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류가 강해질 것이고, 유의미한 반등을 보이지 않는다면 빨리 입당해서 보수 지지층을 확보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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