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 입당’ 윤석열, 그의 앞에 놓인 과제는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7.3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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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저울질 끝에 국민의힘 전격 입당…‘1강’ 굳힐까 ‘집안싸움’ 부추길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0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지난달 29일 대권 도전 선언을 한 이후 한 달 만이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야권 대선판에 공식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제1야당에 입당해 정정당당하게 초기 경선부터 시작해가는 것이 도리”라며 입당을 공식화했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당사를 방문해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을 만나 입당 원서를 제출하며 “국민의힘이 국민에게서 더 높고 보편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해 오늘 입당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당초 전날까지만 해도 윤 전 총장은 “입당 시점을 확답하긴 어렵다”며 기대를 일축했으나, 이날 기습적으로 입당을 결정했다. 캠프는 “시기를 놓고 더 논란을 빚는 것은 의미 없다고 판단했다”며 조기 입당을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로써 윤 전 총장은 장외 여론전을 끝내고 국민의힘 경선 판에 본격 합류하게 됐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이어 윤 전 총장까지 야권의 ‘대어’들이 모두 국민의힘 경선 버스에 탑승하면서, 야권의 대선후보 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오는 8월30일 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공식 경선 레이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월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 맛의거리에서 치맥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월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 맛의거리에서 치맥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확실성 지우자 반등한 지지율…尹 ‘조기 입당’ 결정타

윤 전 총장이 조기 입당을 결정한 이유는 지지율 흐름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윤 전 총장 지지율은 잇따른 말실수와 가족 관련 스캔들로 주춤하다가, 지난 주말 사이 이준석 대표와의 ‘맥주 회동’으로 입당을 기정사실화한 이후 반등하는 흐름을 보였다. 국민의힘 인사들을 대거 캠프에 영입하고 “메시지 관리가 안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 결과 캠프 내에서는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것이 지지율 관리에서 보다 용이하다”는 기류가 흘러나왔다. 

다만 윤 전 총장의 조기 입당 결정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는 엇갈린다. 윤 전 총장이 중도로 외연을 확장할 기회를 성급하게 포기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일각에선 국민의힘 지지층을 흡수해 독보적 1강 자리를 굳힐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윤 전 총장의 입당은 곧 중도로의 외연 확장을 포기하는 것과 직결된다고 여겨졌다. 여권은 진보층, 야권은 보수층으로 나뉜 대선 판도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중도층에 지지를 호소해야 하는데,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보수색이 과하게 입혀져 매력을 잃게 될 수 있단 우려였다. 이 때문에 캠프에서도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고 난 다음 국민의힘과도 협력하는 것이 순서상 맞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이 입당을 두고 줄타기를 이어 온 이유다.

민의 힘 이준석 대표와 대선 경선 후보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간담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홍준표, 유승민, 박진, 김태호, 원희룡 후보, 이 대표, 최재형, 안상수, 윤희숙, 하태경, 장기표, 황교안 후보 ⓒ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대선 경선 후보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간담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홍준표, 유승민, 박진, 김태호, 원희룡 후보, 이 대표, 최재형, 안상수, 윤희숙, 하태경, 장기표, 황교안 후보 ⓒ 연합뉴스

野 집안싸움은 이제 시작…네거티브 과열 우려도

십여 명에 달하는 국민의힘 자강 후보와의 신경전도 윤 전 총장이 넘어야 할 산이다. 현재 국민의힘에는 홍준표·유승민·하태경·원희룡·윤희숙 등 전현직 의원들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까지 11명이 대선 출마 의지를 밝혔다. 이들이 모두 대선 후보 한 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 만큼 ‘집안싸움’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특히 최 전 원장의 경우 윤 전 총장의 입당 전 국민의힘 인사들이 캠프에 합류한 것을 두고 공개적으로 날을 세우며 대항마로서의 존재감을 굳히고 있었다. ‘친윤석열’ 대 ‘친최재형’으로 신 계파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될 정도다.

이미 윤 전 총장은 부인 김건희씨의 사생활 스캔들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요양급여 부정수급 등 혐의로 법정 구속된 장모도 윤 전 총장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현재 야권 대선주자들은 “도 넘은 네거티브는 자제해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선거 분위기가 과열될 경우 이들이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 전 총장 도덕성에 흠집이 난다면 윤 전 총장 지지율에도 적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윤 전 총장이 입당 이후 무난하게 1강 자리를 굳힐 수 있다는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윤 전 총장의 처가 리스크는 지난달 중순부터 불거진 이슈여서 지지율에 이미 반영됐고, 여론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란 이유에서다. 향후 처가 스캔들보다 윤 전 총장 본인의 말실수 등이 도마에 오를 여지가 큰데, 이를 대비하려면 윤 전 총장이 장외에 남아있는 것보다 대선 관리 인프라를 갖춘 국민의힘의 도움을 받는 것이 낫다는 분석이다. 

한편 윤 전 총장의 입당에 대해 국민의힘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날 윤 전 총장을 만난 권영세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의 정치철학은 국민의힘과 같다. 이제는 같은 당에서 정권 교체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게 만드는 일에 함께하겠다”며 “성대한 입당식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지사 역시 “야권이 모두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모이고 있다. 치열한 경쟁으로 국민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최종 후보를 위해 진정한 원팀으로 가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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