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에게 지방간이 증가하는 까닭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1 11:00
  • 호수 1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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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복부비만 때문⋯비알코올성 지방간 치료법은 생활습관 교정

43세 여성이 정기 건강검진에서 지방간 진단을 받았다. 최근 쉬어도 좋아지지 않는 피로감 이외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었고, 평소 술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에 지방간 진단이 믿기지 않았다.

이렇듯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도 지방간이 생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란 술을 전혀 마시지 않거나 소량을 마실 뿐인데도 간에 지방이 많이 끼어있는 질환을 말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병률은 일반인의 10~24%, 비만인의 58~74%까지 보고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박혜순 교수 연구팀이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남성의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병률은 1998년 19.7%였으나 2017년에는 30.7%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연구에서 향후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병률을 예측한 결과, 2030년에는 39.1%, 2035년에는 43.8%의 남성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갖게 될 것으로 추정됐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가장 흔한 원인은 비만이다. 정상 체중이더라도 복부비만이 있다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유발될 수 있다. 또한 고혈당·고혈압·이상지질혈증 등 대사 이상이 있으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한 간 내 지방 침착, 과도한 지방과 당 섭취, 약물 복용, 유전적 요인 등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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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간으로 심장질환 위험 커져

간 안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되면 당뇨병·고혈압·신장질환 등의 발생 위험을 높이게 된다. 그리고 비알코올성 지방간과 당뇨병이 동반될 경우 심장질환 위험을 높인다. 하지만 초기 단계에 발견해 치료하면 간 안의 지방량을 줄이고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초기 단계에는 별다른 증상을 나타내지 않지만, 악화할 경우 간경화 등 심각한 간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단순히 간 안의 지방량이 증가하는 초기 단계에는 건강상 위험이 크지 않지만, 간 안의 지방이 간의 염증을 유발하면 간 조직 손상과 섬유화로 간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수년간 반복된 염증은 간경화라는 영구적인 간부전으로 이어지고 간암 발생 위험도 증가하게 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증상이 없어 검사를 통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흔하며, 우상 복부의 불편감이나 피로감이 간혹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정확한 진단은 간 기능검사와 복부 초음파검사를 통해 이뤄지게 된다.

현재까지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대한 특별한 치료제는 개발돼 있지 않으므로 생활습관 교정이 가장 중요한 치료법이다. 비만이나 복부비만이 있다면 체중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설탕·지방·소금 섭취를 줄이고, 생선·살코기·채소를 충분히 챙겨 먹는 균형식을 하면서 주 4회 이상 걷기와 등산, 자전거 타기, 수영 등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권고된다. 완전히 술을 끊고,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 등 동반 질환을 적절히 치료해야 한다. 아울러 정기적으로 병·의원을 방문해 간 기능 추이를 보고 새로운 건강 문제 발생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식생활의 서구화와 신체 활동량 감소로 인한 비만이 근본 원인이므로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예방과 치료에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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