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교육 시장 죽이면 출산율 높아질까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2 11:00
  • 호수 1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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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 위기감 느낀 중국 정부, 충격 요법 선택
가계 교육비 부담 줄여 출산 늘리려는 의도

7월27일 중국 베이징에서 리커창 총리의 주재로 ‘전국 출산정책 개선 화상회의’가 열렸다. ‘한 가정 세 자녀’ 허용 이후 후속 대책을 마련하는 자리였다. 리 총리는 회의 석상에서 “인구문제는 중국 발전의 기초적·전체적·전략적 문제”라며 “출산·양육·교육의 부담을 덜어주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가정 세 자녀 정책은 5월31일 결정됐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재한 공산당 중앙정치국회의에서 출산정책의 개선 방안이 확정된 것이다. 이로써 ‘독생자녀(獨生子女)’로 대변됐던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이 완전히 무뎌졌다.

독생자녀는 ‘한 가정 한 자녀’의 중국식 표현이다. 중국은 1980년 9월부터 독생자녀 정책을 시행했고, 1982년 개정된 헌법에 관련 조항을 삽입했다. 그 뒤 ‘계획생육(計劃生育)법’을 제정해 출산을 강력히 제한했다. 만약 법을 어기면 직장에서 쫓겨났고 엄청난 벌금을 냈다. 심지어 농촌이나 오지로 추방당했다. 광시(廣西)자치구 출신인 판후이(44)의 가족이 그러했다. 판의 아버지는 광시의 성도인 시닝(西寧) 시내 한 대학병원의 의사였다. 그런데 1978년 판을 낳고 독생자녀 정책 시행 직전에 딸을 낳았다. 1982년에는 법을 어기고 또 아들을 낳았다.

4월6일 중국 베이징의 한 학교에서 부모들이 수업을 마친 아이들을 맞이하고 있다.ⓒREUTERS

시진핑이 직접 출산 제고 위해 나서

그로 인해 판의 가족은 날벼락을 맞았다. 판의 아버지는 병원에서 쫓겨났고, 중학교 교사였던 어머니도 해직당했다. 온 가족이 시닝에서 농촌으로 강제 이주당했다. 판의 아버지는 시골 진료소에서 일하고 어머니는 온갖 궂은일을 하면서 벌금을 갚아 나갔다. 하지만 장성한 판은 명문대를 졸업한 뒤 잘나가는 변호사가 됐다. 판은 필자에게 “부모님의 열성적인 가정교육 덕분에 여동생은 대학교수가, 남동생은 공안 간부가 됐다”고 말했다.

공안 당국의 단속과 처벌을 피해 고향에서 먼 곳으로 떠나는 가족도 생겼다. 중국에서 이들을 ‘초생(超生)유격대’라고 불렀다. 초생유격대는 1990년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코미디 단막극에서 유래된 명칭이다. 현재 신장(新疆)위구르족자치구 카슈가르에 사는 푸잉(30)의 가족이 대표적이다. 푸잉의 본래 고향은 쓰촨(四川)성의 성도인 청두(成都)였다. 하지만 푸의 어머니가 남동생을 임신하면서 3500km나 떨어진 중국의 서쪽 끝 카슈가르로 이주했다. 푸는 필자에게 “지방정부의 한족 우대정책으로 부모의 취업은 제한받지 않았지만, 나와 남동생은 학교에서 여러 차별을 받았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산아제한 정책 덕분에 4억 명의 인구가 덜 출산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계획생육은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강제 피임과 낙태로 수많은 인권침해를 일으켰다. 남자 아이만 낳는 사회 풍조를 증폭시켜 극단적인 성비 불균형을 초래했다. 현재 중국은 남성이 여성보다 3490만 명이나 많다. 따라서 혼인을 앞둔 남성은 엄청난 결혼 지참금인 차이리(彩禮)를 신부 측에 지급해야 한다. 금세기 초부터는 예기치 못했던 저출산이라는 시대 조류도 나타났다. 지난해 제7차 인구센서스에서 그 현실이 잘 드러났다. 중국은 10년마다 한 번씩 수십만 명의 조사원을 동원해 전국 단위의 인구센서스를 벌여왔다.

지난 5월에 제7차 결과가 발표됐는데, 2020년 중국 인구는 14억1178만 명이었다. 이는 2010년 제6차 때보다 5.3% 늘어난 것으로, 연평균 인구 증가율은 0.53%에 불과했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인구 증가율은 0.57%였다. 따라서 중국 연구기관은 “현재 중국의 평균 출생아 수가 1.3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 인구는 2022년을 기점으로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은 유엔인구기금(UNFPA)이 지난해 발표한 연구 결과보다 훨씬 악화된 수치다. UNFPA가 조사한 중국의 평균 출생아 수는 1.6으로 전 세계에서 185위였다.

비록 대만 1.07(227위), 한국 1.09(226위), 싱가포르 1.15(225위), 일본 1.38(218위) 등 아시아 선진국보다는 높았지만, 개발도상국 중에서는 최하위권이다. 예상보다 훨씬 가파른 출산율 하락에 위기감을 느낀 중국 정부는 2016년 독생자녀 정책을 폐지했다. 한 가정에 두 자녀를 낳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저출산 추세는 꺾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 가정 세 자녀까지 출산토록 허용한 것이다. 이러한 뒷북 대응에 중국 젊은 세대의 반응은 냉담했다. 시진핑 주석이 승인한 출산정책의 개선 방안을 보도한 관영 신화통신 기사의 댓글에서 잘 엿보였다.

댓글에서 “가장 기본적인 출산복지와 여성이 출산 시 직면하는 직장 내 어려움, 불공평을 먼저 해결한 뒤 출산을 격려해야 한다”는 글이 40만 회가 넘는 추천을 받았다. 현재 중국은 출산휴가 제도가 초기 시행 단계에 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여성에게 98일의 휴가를 주고, 남성에게는 14일의 육아휴직을 주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중국인은 드물다. 사업자들의 인식 변화가 뒤따르지 못하다 보니, 직장 내 성차별과 따돌림만 증가시키고 있다. 그렇기에 젊은 세대는 셋째는커녕 둘째 아이를 낳을 의사조차 별로 없어 보인다.

지난해 말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웨이보를 통해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이러한 젊은 세대의 의식이 잘 나타났다. 응답자 13만 명 중 9000명만 둘째 아이를 낳겠다고 답변했다. 6월초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서는 ‘이 시대 젊은이들은 왜 아이를 낳지 않나’라는 글이 4억4000만 회나 읽혔다. 글은 “출산은 교육·주택·취업 등 종합적인 문제”라며 “현재 중국은 생활 부담이 너무 커서 출산을 원치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이구동성으로 “중국에서 자녀를 키우는 비용이 너무 높아 자녀를 낳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실에 낙담해 해외로 이주하는 이들마저 생겨났다.

 

124조원 규모의 사교육 시장에 철퇴 가해

이렇듯 젊은 세대의 출산에 대한 회의가 심각하자, 중국 정부는 전례 없는 충격 요법을 내놓았다. 7월24일 발표한 ‘의무교육 학생들의 숙제 부담과 학원 수업 부담의 경감에 관한 의견’이 그것이다. 이 ‘의견’은 체육과 예술을 제외한 초등학생 및 중학생의 학과 수업과 관련된 사교육기관은 모두 비영리기구로 등록시키고 신규 허가를 금지했다. 온라인교육 업체는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꾸며, 기존 업체는 조사를 거쳐 재허가를 받도록 했다. 또한 사교육기관이 기업공개로 자금을 조달하는 걸 금지했다. 사교육 시장을 죽여 가계의 교육비 부담을 경감시켜 출산을 늘리려는 것이다.

2020년 중국 사교육 시장 규모는 7000억 위안(약 124조원)으로 추산된다.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인력도 수백만 명에 달한다. 따라서 중국 정부의 대책은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다. 7월28일에는 교육부가 초·중·고 교사의 방과 후 과외나 사교육반 운영 행위를 특별 단속하겠다고 공표했다. 또한 촌지나 선물 수수 행위를 엄벌에 처하도록 했다.

이렇게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사교육 죽이기와 교육현장 악습 척결에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숨을 죽이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직접 나서 출산율 제고를 위한 첫 행보로 사교육 시장과 교육계를 겨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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