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이 병을 부를 수 있다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4 11:00
  • 호수 1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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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마다 10분 환기로 실내외 온도 차이 줄여야

34세 사무직 여성이 일주일 전부터 두통·기침·인후통이 시작되고, 피곤함이 심해져 병원을 방문했다. 코로나19 감염을 걱정했으나 의외로 냉방병 진단을 받았다.
냉방병은 의학용어는 아니지만 냉방 중인 집이나 사무실 등 실내공간에 장시간 머물 때 나타나는 증상을 지칭하는 용어다. 냉방병은 찬 공기 자체가 원인이라기보다는 냉방으로 시원한 실내와 무더운 실외 사이를 왔다 갔다 할 때의 현격한 기온 차이에 몸이 적응하지 못해 발생한다. 

냉방된 실내에 일정 시간 이상 머무르면 우리 몸은 체온 손실을 막기 위해 피부의 혈관을 수축시키면서 얼굴이나 손이 붓게 된다. 또한 체온 유지를 위해 체내에서 열을 생산하면서 피로하고 몸이 나른해진다. 냉방으로 실내 습도가 낮아지면서 기도 점막이 건조해져 목이 아프고 콧물·재채기·코막힘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감기 등 호흡기질환에 취약해진다. 냉방으로 실내외 온도가 10도 이상 차이가 나면 체온 조절을 담당하는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나타나 두통·소화불량·식욕부진·피로감 등을 느끼게 된다. 

냉방병 증상이 있을 때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냉방 환경을 개선하면 대부분 좋아진다. 증상이 심하면 콧물·코막힘·재채기·소화불량·설사 등과 같은 개별 증상에 대해 병·의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냉방병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실내외 온도 차이는 될 수 있으면 5~6도 이내로 하고, 몸에 한기를 느낄 때는 긴소매 남방이나 겉옷을 준비해 두었다가 걸쳐 입는 것도 도움이 된다. 냉방기의 찬 공기가 직접 몸에 닿지 않도록 냉방기 송풍 방향을 조정하고, 냉방기를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며, 필터는 2주마다 청소하도록 한다. 과로와 과음을 피하고 가벼운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주기적인 냉방기 청소로 균 증식 막아야 

대형 건물에서 사용하는 냉방기는 냉각탑 냉각수에 세균이 자라 레지오넬라증이라는 치명적인 호흡기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레지오넬라균은 냉각수 안에서 증식해 작은 물방울 입자로 퍼지기 때문에 대형 건물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50세 이상, 흡연자, 만성폐질환자, 암환자, 면역억제요법을 받는 사람이 더 취약하다. 따라서 정기적으로 냉각기 점검과 필터 청소를 해서 냉각기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개별 업소와 가정에서 사용하는 냉방기는 실내의 더운 공기를 빨아들여 냉각시킨 후 찬 공기를 내보내는 과정에서 냉각핀과 송풍구 등에 습기가 맺히는데, 이곳에 세균이나 곰팡이가 자라 호흡기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냉방기와 장착된 필터를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침방울 등 비말을 통해 전파된다. 통상 비말은 감염자로부터 2m까지 퍼지지만 냉방기나 선풍기를 사용하면 비말이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에어컨 사용 시 최소 2시간마다 1회, 10분 이상 환기를 권고하고 있으며, 바람의 방향은 천장·벽 등 사람이 없는 쪽으로 설정하는 것이 좋다.

냉방이 되는 버스 등 대중교통이나 승합차의 경우 창문을 자주 열어 환기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머무르는 건물·상가·버스·지하철 등에서 사용하는 냉방기는 되도록 매주 청소를 해서 바이러스에 오염된 냉방기를 통해 코로나19가 전파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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