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의 시론] 어떤 경선이어야 하는가
  •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3 17:00
  • 호수 1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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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이면 대선까지 207일. 민주당은 ‘코로나 연기’ 후 본경선을 이어간다. 지지율 등락은 있었지만 ‘1강 1중’ 양상이 계속돼 결선으로 가느냐가 마지막 관심거리다. 국민의힘은 경준위 활동을 마감하고 경관위 출범을 앞두고 있다. 10명 넘는 후보에게 공평한 기회를 부여하면서 어떻게 정권교체의 힘을 모아갈지 주목된다.

민주당 경선은 ‘바지’와 ‘백제’의 네거티브 공방으로 얼룩졌다. 겉모습은 그래도 내용은 민주당의 고민을 상징한다. 호남 기반 정당, 영남 후보라는 노무현·문재인의 성공 방정식과 호남 대망론의 대립이다. 국민의힘은 물고기 논란이 ‘아쿠아리움 정당’으로 이어지더니 ‘동물의 왕국’으로 귀결된다. 압도적(?) 지지율의 신입 ‘대장주’와 드림팀을 통한 정권교체를 향해 지도부가 서로 익숙해져 가는 과정의 삐걱거림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7월28일 여의도 당사에서 네거티브 공격 자제를 약속하는 원팀 협약식을 진행하고 있다. (아래)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대선 경선 후보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간담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홍준표, 유승민, 박진, 김태호, 원희룡 후보, 이 대표, 최재형, 안상수, 윤희숙, 하태경, 장기표, 황교안 후보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7월28일 여의도 당사에서 네거티브 공격 자제를 약속하는 원팀 협약식을 진행하고 있다. (아래)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대선 경선 후보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간담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홍준표, 유승민, 박진, 김태호, 원희룡 후보, 이 대표, 최재형, 안상수, 윤희숙, 하태경, 장기표, 황교안 후보 ⓒ 연합뉴스

지금의 여야 경선 과정을 사람들은 어떻게 볼까? 그들이 우리 삶의 문제를 해결해 주려는 걸로 볼지, 아니면 그들의 권력과 이해관계를 위한 투쟁과 경쟁으로 볼지 궁금하다. 그들만의 세상에 갇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라는 건 무리일까.

얼마 전 들은 사연이다. 집값이 떨어질 테니 당분간 집 사지 말라는 정부 말 따랐는데, 그사이 전셋값이 2억5000만원이나 올랐단다. 누가 이 문제를 풀어줄 수 있을까? 이런 삶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게 정치의 본질적 역할이다. 대선후보 경선은 누가 문제 해결 능력을 갖고 있느냐를 확인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출발은 현장 이해다. 가능한 한 현장에 가까이 가는 게 핵심이다. 우문현답!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다음은 해법인데, 인간과 사회에 대한 근본적 이해를 바탕으로 어떤 방향의 해결책이어야 할지를 결정한다. 인간과 인간사회에 대한 본질적 이해가 전제돼야 적실성 있는 대안 제시가 가능하다.

흔히 어떤 시점에 해야 할 일을 우리는 시대의 과제라 한다. 연금 개혁을 보면 돈 낼 사람은 줄어드는데 돈 받을 사람은 늘어나는 상황이라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이 불가피하다. 빠를수록 충격이 덜하다. 불편하지만 맞서야 하는 일이고 피하고 싶지만 해야 할 일이다. 남은 기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문재인 정부는 YS 정부 이후 연금 개혁을 하지 않은 첫 정부가 된다고 한다.

시대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대정신이 제시된다. 연금 개혁은 세대 통합과 공동체 지키기의 가치가 중요하다. 부담 나누기가 해결책의 방향이다. 누가 얼마를 언제 어떻게 부담할지는 그다음이다. 부동산은 투자와 투기의 경계선에 있는 인간 욕망을 한 축으로 하면서 동시에 공동체 지키기의 공공성을 다른 한 축으로 삼아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상반된 가치 충돌의 치열한 고민이 반복된다. 대립하는 방향의 가치 속에서 국민적 합의의 균형점을 찾아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제도를 설계하는 능력이 핵심이다. 반대방향의 가치 충돌 안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게 필요조건이라면 제도 설계 능력은 성공의 충분조건이다.

대다수 사람이 동의하는 균형점은 이해 당사자의 설득과 합의 그리고 양보가 있어야 가능하다. ‘상위 20%가 양보 안 하면 불평등 문제를 넘어설 수 없다’고 하니 특히 기득권의 동참과 양보는 필수적이다.

지난해 인국공 사태로 나타난 일자리 문제를 보자. 대통령의 방문일을 기준으로 이전에 입사한 사람에게는 인성과 자격심사로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고, 그 이후 입사자는 공채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 오래 입사 준비의 노역을 해온 사람들에게는 취업 기회 자체가 없어지는 것 또한 불공정하다.

정치는 천사의 대의를 실현하기 위한 악마적 수단에 정통해야 한다. 정책과 의제의 정치를 향한 경쟁, 이번 대선에서 보고 싶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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