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는 ESFJ(사교적인 외교관), 대선 다음 날 하고 싶은 일은…”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여야 대권주자들의 이름이 하루에도 수백 번 우리의 눈과 귀를 잡아챈다. 정치권의 움직임은 기민해지고, 쏟아지는 메시지엔 날이 곤두서 있다. 확실한 승세를 잡기 위한 주자들의 레이스는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검증과 고민을 마치고 향후 5년을 이끌 지도자를 선택하기까지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약 200일. 대권주자들의 자격과 능력 등 다방면에 대한 ‘중간점검’이 한번쯤 필요한 시점이다.
시사저널은 여야 주요 대권주자를 상대로 100문100답 인터뷰를 요청했다. 대권주자 자신을 비롯해 그의 머리와 손발이 되는 핵심 참모와 관계자들에게도 질문을 던져, 후보에 대한 모든 궁금증과 정책, 살아온 과정 등을 다각도로 조명하고자 한다. 그 첫 대상으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를 집중 인터뷰했다. 이 후보를 비롯해 부인 김숙희씨, 대선캠프를 이끄는 박광온 총괄본부장, 정태호 정책본부장, 배재정 대변인, 그리고 이 후보의 그림자 염시진 수행비서 등에게 100개의 질문을 건넸다.
여의도를 벗어난, 국회의원 배지를 뗀 ‘아저씨 이낙연’은 어떤 사람일까. 민감한 현안과 묵직한 쟁점에서 다소 벗어난 말랑말랑한 질문들을 그에게 건네보았다.
앞 기사 <[이낙연 백문백답]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가 시대정신”>에 이어
25. ‘이낙연’ 이름의 뜻은.
“물 락 또는 서울 락(洛)에 못 연(淵). 낙양의 연못이랄까.”
26. 혈액형은. 요즘 혈액형보다 더 중요하다는 MBTI 유형은.
“A형. ESFJ, 즉 사교적인 외교관.”
27. 취미는 무엇인가.
“여행 그리고 독서.”
28. 종교는.
“기독교. 2003년 아들이 뇌종양 수술을 했다. 수술실 밖에서 많은 분들이 기도를 해주셨는데, 애비라는 사람이 눈만 멀뚱멀뚱 뜨고 기도할 줄 모르니 스스로 ‘이건 인간이 아니다’ 싶었다. 그것이 훗날 교회에 나간 계기가 되었다.”
29. 가족 자랑 좀 해달라.
“아내는 상대를 편하게 만들고, 사람들 사이를 조화롭게 하는 특별한 재주를 갖고 있다. 아내 덕에 우리 7남매가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반려자로 김숙희씨를 만난 건 인생 최고의 행운이다.”
30. 어린 시절 꿈은 무엇이었나.
“그때그때 바뀌었다. 어릴 적 라디오 들으며 축구 중계나 뉴스를 들을 때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고, 나중에 신문을 보게 되어서는 신문 칼럼을 쓰는 기자가 되고 싶었다. 억울한 사람을 돕고 싶어 변호사도 되고 싶었다.”
31.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세상의 모든 나물, 김치찌개.”
32. 건강관리 요령이 있나.
“평생 관리라고 할 만한 걸 따로 챙기지 못했다. 좋은 사람들과 기분 좋게 먹고 잘 자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
33. 스트레스 해소법은. 나만의 힐링 장소가 있나.
“잠을 잔다. 요즘은 못 가지만, 고향 바닷가 이름 없는 횟집.”
34. 성격의 장점과 단점 하나씩만 밝혀 달라.
“장점은 경청, 단점은 일 외에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것.”
35. 내 인생의 책 한 권, 영화 한 편을 꼽는다면.
“데이비드 브룩스의 《인간의 품격》. 결함을 가진 사람들이 그 결함을 어떻게 극복하고, 또는 결함을 지닌 채로 성숙해 의미 있는 존재로 산 과정을 설명한 책. 사랑을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는 게 가장 큰 죄라는 메시지가 특히 기억난다. 송우혜 작가의 《윤동주 평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을 쏟았다. 영화는 워렌 비티, 나탈리 우드 주연의 《초원의 빛》.”
36. 요즘 최대 고민이 있다면.
“어떻게 국민 마음에 이낙연이 들어갈 수 있을까?”
37.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직진’. 한길로 쭉 변함없이 간다는 의미가 내 인생을 말해 주는 것 같다.”
38. 가장 친한 친구는.
“가장 친하다고 하면 다른 친구들이 섭섭해할 텐데, 가장 오래 사귄 친구는 중학교 1학년 때 만난 허정(광주 에덴병원 원장).”
39. 이 후보도 누군가를 부러워하나. 어떤 사람이 부러운가.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정말 부럽다.”
40.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이순신, 김구, 김대중.”
41. 평소 휴대폰으로 무엇을 가장 많이 하나.
“주로 뉴스를 본다.”
42. 마음에 품고 사는 문장 한 줄은.
“근청원견(近聽遠見), ‘가까이 듣고 멀리 본다’는 뜻.”
43. 타인은 잘 모르는 습관이나 버릇이 있나.
“말을 시작할 때 음~ 하며 생각하는 버릇.”
44. 가장 아끼거나, 가장 오래 사용하고 있는 물건은.
“수첩. 스물여덟 살에 기자를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바지 오른쪽 뒷주머니에 꽂고 다닌다.”
45. 초능력 딱 하나만 가질 수 있다면.
“분신을 만들 수 있는 능력. 몸이 몇 개라도 모자라서 가능하다면 분신을 만들고 싶다.”
46.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은.
“아들이 태어나고 내가 아빠가 된 날. 아들의 모습이 어린 시절 나와 너무 빼닮아서 깜짝 놀랐다.”
47. 성인이 된 후 가장 많이 울었던 날은 언제였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도쿄 특파원으로 일하던 1991년이었다. 돌아가시기 2년 전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이낙연 기자는 변함이 없는 사람’이라는 말씀을 들으신 것이 아버지 여생의 자랑거리였다. 그것이 내 마지막 효도이기도 했다.”
48.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 또는 미래의 한순간으로 갈 수 있다면 어디로 가겠나.
“어머니가 살아계실 그 언젠가로. 평생 고생만 하다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멋진 휴양지로 모시고 가서 맛난 음식 사드리면서 실컷 이야기 나누고 싶다.”
49. 스스로 옳다고 확신하고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이 다수의 반대에 부딪힌다면.
“설득이 가능하면 설득해야 한다. 설득 불가능한 상태라면 다수의 의견을 받아들이겠다.”
50. 정치를 하지 않았으면 어떤 일을 하고 있었을 것 같나.
“국어 선생님. 기회가 된다면 중앙아시아 같은 곳에 가서 한국어를 가르치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51. 스무 살 이낙연과 만난다면 어떤 얘길 해주고 싶나.
“조금만 더 여유를 찾으며 살자.”
52. 이 시대를 버텨 나가고 있는 청년들에게 인생 선배로서 한마디 해달라.
“꿈이 있는 한 희망이 있습니다. 어려워도 꿈을 잃지 말기 바랍니다.”
53. 대통령선거가 끝난 다음 날 무엇을 하며 보내고 싶나.
“고마운 분들께 인사드리며, 다가올 미래에 대해 즐겁게 얘기 나누고 싶다.”
54. 대통령이 돼도 ‘이것만은 지금과 달라지지 않겠다’ 약속할 수 있는 건.
“국민 앞에서 ‘뜻은 높게 몸은 낮게’의 자세를 지켜가겠다.”
이어서 <[이낙연 백문백답③] “밖에선 ‘엄중낙연’, 안에선 ‘반전남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