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물을 먹는 것이 건강에 중요한 이유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9.07 11:00
  • 호수 166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혈관질환·뇌혈관질환 위험 낮춰줘⋯잡곡과 백미 비율 3:7이 이상적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인 1인당 양곡 소비량은 66.3kg으로 30년 전인 1990년의 130.5kg에 비하면 절반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양곡 소비량은 쌀을 포함한 모든 양곡의 소비량을 합한 양인데, 쌀 소비량만 추산하면 57.7kg으로 전년 대비 1.5kg 줄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1인당 하루 쌀 소비량도 158g으로 전년 대비 2.5% 줄어들었다. 밥 1공기를 만드는 데 쌀 90g이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1인당 하루 밥 2공기에도 한참 못 미치는 양이다.

이와는 반대로 미국과 유럽 각국은 연구자, 소비자단체, 정부 기관들이 모여 통곡물 섭취를 늘리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 캠페인을 선도하는 나라 중 하나인 덴마크의 경우 지난 10년간 통곡물 섭취량이 두 배가 돼 하루 63g에 달한다. 물론 우리나라 쌀 섭취량에 비하면 적은 편이지만, 밀가루·육류·유제품 위주의 식단인 서구인 입장에서는 많은 양이다.

ⓒ 시사저널 임준선
ⓒ 시사저널 임준선

현미·통밀·조·보리 등 식이섬유의 보고

통곡물이란 쪼개거나 갈지 않은 통째 그대로의 곡물을 뜻하는데, 주로 현미·통밀·수수·메밀·흑미·조·보리·귀리 등을 말한다. 통곡물은 도정이나 정제 과정에서 영양소가 소실되지 않기 때문에 건강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인의 주곡인 쌀을 기준으로 껍질과 씨눈에 영양소의 95%가 들어있다. 즉, 현미의 껍질 속에 29%, 쌀눈에 66%의 영양소가 들어있기 때문에 도정한 백미를 먹으면 영양소의 5%밖에 섭취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통곡물은 몸에 유용한 영양소와 식이섬유의 보고다. 단백질·철분·마그네슘·아연 등 무기질, 비타민·폴리페놀 등 항산화 물질 그리고 식이섬유가 풍부해 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45개 관련 연구를 모아 메타 분석한 연구 결과를 보면, 통곡물을 하루 90g 더 섭취하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81%로, 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88%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곡물에 풍부한 식이섬유는 포만감을 높이고 과식을 막아 체중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16개 연구를 모아 분석한 결과, 하루 60g의 통곡물을 섭취하면 제2형 당뇨병의 발생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곡물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을 굵게 만들어주고 장내 유익균 증식을 도와 변비를 예방하고 장 기능을 개선하며, 대장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통곡물 섭취를 늘리면 전신 염증을 줄여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통곡물 식품을 고를 때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탄수화물 대비 식이섬유 비율이 높고, 나트륨·당·트랜스지방이 없거나 적은 식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인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첨가물이 들어있지 않은 현미·수수·메밀·흑미·조·보리·귀리 등을 밥으로 지어 먹는 것이다. 다만 현미는 백미에 비해 딱딱하고 소화가 덜 되기 때문에 물에 충분히 불린 후 밥을 하고 압력밥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식사할 때는 오래 꼭꼭 씹어 먹는 것이 소화에 도움이 된다. 소화가 잘되면서도 영양소도 충분히 섭취하려면 잡곡과 백미의 비율을 3:7로 맞추는 것이 좋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