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무조건 늘리는 게 정답일까 [최준영의 경제 바로읽기]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0.07 07:30
  • 호수 1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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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 전력공급난으로 ‘넷제로’ 달성 가시밭길…불확실성 대비한 대응전략 수립 병행해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저탄소 전략이 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을 비롯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태양광, 풍력 등의 비중을 높이는 게 주요 골자다. 이 에너지 전환정책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유럽의 경우 2000년대 이후 진행되고 있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과거에 비해 상당 부분 감소했다. 영국은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체 전력을 조달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와 같은 성과를 토대로 석탄화력발전소를 2022년까지 폐쇄할 예정이다. 영국 이외에도 많은 국가가 석탄화력발전소의 퇴출을 공약하고 있다. 기술 발전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이 급속하게 감소하면서 재생에너지가 전력 생산에서 주된 역할을 하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저탄소 전략이 확산되고 있지만 재생에너지의 한계로 인해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사 진은 배출가스 5등급 운행 제한을 단속 중인 서울 강변북로 모습ⓒ시사저널 이종현

유럽·중국 등 전력요금 급속 인상, 왜?

하지만 최근 유럽과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전력요금의 급속한 인상과 전력공급 부족에 따른 단전 등은 넷제로로 가는 길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 영국의 경우 지난 9월13일 기준 전력도매요금이 MWh당 540파운드를 기록했다. 2008년 이후 최고치다. 가스요금 역시 작년의 4배 이상 수준으로 급등했다. 일각에서는 겨울철에 제대로 된 난방을 제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독일 역시 전력선물 가격이 연초 대비 2배 이상 상승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급속한 전력 가격 인상은 전체 전력생산의 18%를 담당하던 풍력발전 비중이 5% 미만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부족분을 충족시키기 위해 가스화력발전 가동이 증가했지만, 러시아 등으로부터 수입되는 가스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전력과 가스요금이 급속히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이 전력 가격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중국의 경우 전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중국은 여전히 석탄화력발전이 전체 발전량의 72%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 연료인 석탄이 부족해지면서 전력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해 감소했던 중국의 석탄 생산능력은 2021년 들어 회복되고 있지만 아직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석탄 생산량은 4.4% 증가했지만 발전량이 11.3% 증가하면서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국내의 석탄 가격은 품목별로 차이는 있지만 연초 대비 약 15~27% 상승했다. 발전용 유연탄의 경우 호주와의 무역분쟁으로 수입이 급감했으며, 남아공 등 대체지역으로부터의 공급도 어려워지면서 올해 8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나 감소했다.

중국은 2020년 겨울철 한파 및 산업생산 회복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로 지난해 11월 가정용 전기 사용량이 전년 동월 대비 7.3%나 증가했다. 중국 남부 지역에서 처음 실시한 제한송전이 1년이 지난 현재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2019년 중국의 발전설비용량은 2010년에 비해 78.1% 증가한 2010GW에 이르렀으며, 발전량도 7500TWh로 같은 기간 108.8% 증가했지만 어려움을 겪는 것은 공급 시스템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전력 생산지와 대규모 소비지 간 거리가 멀어 전력망 연계가 필수적이지만 계통연계가 완비되지 않아 지역 간 전력의 송·수전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부 지역에서 태양광 및 풍력 등으로 생산되는 전력을 동부 및 남부로 송전하기 위한 초고압송전선로(UHV) 건설이 점차 확대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장거리 전력송전은 원활하지 않다. 여기에 더해 풍력 등 재생에너지원의 계통접속 증가로 출력 변동성이 커져 전체적인 전력계통 안정성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의 전력 상황 악화 원인은 지역별로 다르다. 중국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및 에너지 효율 향상 등을 목표로 시행되는 정책을 수립·시행해 왔다. 최근에는 총 에너지 소비량과 에너지 소비 집약도를 동시에 규제하는 이중 에너지 소비통제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장쑤, 윈난, 저장 등의 에너지 소비 집약도가 상승함에 따라 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한 전력공급 축소로 전력난이 발생하고 있다.

동북 지역은 전력공급 자체가 부족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동북부의 경우 최근 풍력발전량의 급속한 감소로 인해 전력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전체 전력계통에 문제가 발생했다. 풍력의 경우 회복될 수 있지만 석탄 부족으로 인한 발전량 제약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 2021년 3월 형법 개정에 따라 안전 관련 규정이 강화되고 처벌 수준이 높아지면서 오랫동안 관례화됐던 초과생산을 포기하고 승인생산량 범위 내에서만 생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석탄화력발전소의 저탄량은 2020년 겨울에 비해 9000만 톤 이상 감소했다. 특히 동북 지역은 2016년 이후 지속적으로 석탄광산을 폐광하면서 공급능력 자체가 2016년 대비 17% 이상 감소한 상황이다. 중국 내부적으로는 생산을 제약하는 조치가 해제되지 않고서는 수급 격차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중국은 전력 부문의 시장 거래 기능 강화를 위해 2020년 1월부터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에 대한 기존의 단일 가격제에서 벗어나고 있다. 각 지역별로 별도의 기준가격을 설정하고 여기에서 –10%~+15% 범위 내에서 변동할 수 있도록 했다. 석탄 가격이 인상됨에 따라 전력요금 인상도 진행되고 있어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 예상

글로벌에너지인터넷개발협력기구가 발간한 ‘중국의 2030년 에너지·전력발전계획연구 및 2060년 전망’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중국의 전력수급 불균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24년에 가장 크게 격차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중국의 전력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전력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화석연료를 직접 사용하던 자동차, 난방 및 취사 등이 전기로 대체될 수밖에 없다. 이는 대폭적인 전력수요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태양광 및 풍력을 통한 전력공급도 급증하고 있으나 전체 전력수요 증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현상에 따른 불규칙성으로 인해 전체 전력망 유지가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유럽과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전력 관련 문제들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 많은 어려움과 예측 불가능성이 내재돼 있음을 알려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도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검토, 불확실성에 대비한 대응전략 수립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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