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여성 주식 가치, 코로나 팬데믹 전보다 80% 상승했다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1.10.07 10:00
  • 호수 1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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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家 세 모녀 주식 평가액 255% 증가…1000억원 이상 주식 부호 45명↑

코로나19 팩데믹(대유행)에도 국내 재벌가 여성들의 주식 평가액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 주식 가치가 1000억원 이상인 고액 자산가 역시 올 초 25명에서 지난 9월 45명으로 9개월여 만에 20명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시사저널이 기업 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의뢰해 국내 500대 상장기업 오너 일가의 주식 가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올해 9월10일 기준으로 1조원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오너 일가는 모두 28명이다. 이 중 5명이 여성이었다. 조사 대상 62명의 주식 가치는 33조9362억원으로, 지난해 말(18조8382억원) 대비 80.2%나 상승했다. 코로나 사태 초기인 지난해 1월(15조2261억원)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122.9%에 이른다.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삼성가 세 모녀의 주식 가치가 25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연합뉴스

홍라희·이부진·이서현 평가액만 22조원대

주목되는 사실은 여성 주식 부호 순위에서도 삼성가(家)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사저널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4년부터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1, 2, 3위 자리를 한 번도 내주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삼성가와 비삼성가의 차이는 벌어지는 추세다. 지난해 1월 조사 때만 해도 삼성가 세 모녀의 주식 가치는 6조3967억원이었다. 전체의 42% 수준이었다. 다른 재벌가에 비해 주식 가치가 높기는 했지만, 과반은 아니었다. 지난해 말 세 모녀의 주식 가치는 8조1665억원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점유율은 43.40%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 9월 주식 가치는 22조7008억원으로 9개월여 만에 15조원 가까이 높아졌다. 나머지 여성 주식 부호 59명의 평가액(11조2354억원)을 합한 것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전체 점유율은 66.9%까지 상승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비삼성가의 평가액이 27.3% 증가하는 동안 삼성가는 254.9%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주식 가치(14조5191억원)까지 더하면 삼성가 2~3세들의 주식 가치는 37조2200억원에 이른다.

올해 초 이들이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지분을 상속받은 게 원인이었다. 홍 전 관장은 상속 비율에 따라 이 전 회장이 지녔던 삼성전자 지분의 9분의 3을 받았다. 지분율은 0.91%에서 2.3%로 올라갔다. 2016년 불어닥친 반도체 호황 덕에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최근 상승세가 주춤하기는 했지만 코로나 초기 때보다 두 배 정도 주가가 높아진 상태다. 덕분에 홍 전 관장의 평가액은 10조3345억원으로 압도적 여성 주식 부호 1위를 기록했다. 전체 순위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등 쟁쟁한 재계 인사들을 누르고 2위를 차지했다.

홍 전 관장의 두 딸인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뒤를 이어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이들 역시 상속 비율에 따라 이 전 회장 삼성전자 지분의 9분의 2(0.93%)와 삼성생명 주식 6.24%와 3.46%를 각각 상속받았다. 지분 가치는 각각 6조1832억원으로, 상속 전보다 262%나 평가액이 증가했다. 이들은 최근 이 전 회장의 유산 상속 과정에서 부과된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수조원 이상의 계열사 주식을 잇달아 법원에 공탁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사실이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1000억원 이상 자산가는 25명이었다. 하지만 9월10일 기준으로 주식 가치 1000억원을 넘는 자산가가 45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 중에서 삼성가를 제외하고 주식 가치가 1조원을 넘긴 유일한 인사는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여동생인 최 이사장은 현재 SK그룹 지주회사인 SK(주)의 지분 6.85%를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 다음으로 지분율이 높다. 올해 주식 가치는 1조2677억원으로 코로나 초기 때와 큰 차이는 없지만, 여성 주식 부호 순위에서 4위를 차지했다.

5위와 6위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그의 장녀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차지했다. 이 회장은 2018년 신세계 계열인 신세계조선호텔과 신세계푸드, 신세계건설 등의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지난해에는 이마트·신세계 지분마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에게 각각 8.2%씩 증여했다. 주력 회사에 대한 이 회장의 지분이 감소하면서 주식 가치는 1조1624억원에서 7451억원으로 1년9개월여 만에 거의 반 토막이 났다. 반대로 어머니의 주식을 증여받아 신세계의 최대주주가 된 정 총괄사장의 주식 가치는 5209억원에서 7191억원으로 38.1%나 상승했다.

이 밖에도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부인 김영식씨와 장녀 구연경씨,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 서자원 천보 공동대표 등이 여성 주식 부호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한진가 3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아쉽게 10위권에 들지는 못했지만, 지분 가치는 각각 2416억원과 2408억원으로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57%나 상승했다.

10위 랭크된 서자원 천보 공동대표 주목

이 중에서도 천보는 일반인들에게 회사 이름조차 생소해 주목을 받고 있다. 2007년 설립된 천보는 전자 소재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2017년 전해액 첨가제인 LiFSI(F전해질)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 데 성공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2019년 2월 코스닥에도 상장했다. 상장 당일 종가는 4만7300원. 9월29일 종가가 25만9800원임을 감안할 때 2년 반 만에 주가가 5배 이상 올랐다. 이 때문에 천보의 2대 주주인 서자원 대표의 주식 가치 역시 657억원에서 2748억원으로 318.3%나 상승했다. 평가 대상 중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중소기업 오너 중에서 유일하게 10위권에 포함됐다.

이 밖에도 중소·중견기업 중에서는 정성재 클래시스 대표의 부인 이연주씨,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 김소연 피시엘 대표, 이정호 서울반도체 사장의 장녀 이민규씨, 윤영 전 대웅제약 부사장,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의 부인 정혜진 CSO, 동서식품 오너 3세인 김정민씨, 장원준 신풍제약 사장의 누나 장지이씨 등의 주식 가치 상승률이 적게는 50%, 많게는 100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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