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지 이탈자, ‘제3후보’로 향할 가능성 커
  • 현경보 한국정치조사협회연구소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0.11 07:30
  • 호수 1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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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선두 이재명-윤석열, 대선 D-5개월에도 안갯속
어느 한쪽 무너지면 상대방 아닌 새로운 후보 부상할 듯

지난 9월초 불거진 ‘고발 사주 의혹’이 대선 정국을 안갯속으로 몰아넣더니, 열흘 뒤 추석 연휴를 앞두고 터져 나온 ‘대장동 개발 의혹’은 온 나라를 뒤흔들어 놓고 있다. 대장동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대장동 개발이 ‘단군 이래 최대의 치적’이라고 치켜세우고 있지만, “단군 이래 최대의 비리”라는 주장이 줄을 잇고 있다. 어느 주장이 진실인지 속단할 순 없지만, “단군 이래 최대”라는 수식어가 말해 주듯 대장동 사태가 향후 대선 정국에 미칠 파장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다.

일파만파 번지는 대장동 개발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 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경선 레이스는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대장동 의혹의 악재에도 10월3일 2차 슈퍼위크에서 압승을 거두며,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확정될 가능성이 유력해 보인다. 하지만 대장동 논란이 계속되는 한 이재명 후보의 앞날은 불안의 연속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10월8일 예비경선 2차 컷오프를 통해 4명을 본선 후보로 압축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이어지는 마지막 경선 레이스에서는 윤석열 후보와 홍준표 후보의 혈투가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윤 후보를 겨냥한 ‘고발 사주 의혹’과 다른 후보들 간 합종연횡 등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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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0월1일 부산택시운송사업조합을 방문해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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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9월8일 대전국립현충원을 찾아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고발 사주’ 의혹, 아직은 큰 영향 없어

최근 대선 정국에서 흥미로운 점은 전체 대선주자 지지율 1, 2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대장동 개발 의혹’이나 ‘고발 사주 의혹’이라는 대형 악재에도 일단은 지지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후보는 대장동 사태가 “자신의 청렴함과 국민을 향한 정치를 증명해 주는 것”이라며, 오히려 지지율 상승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까지 덧붙이고 있다. 양대 의혹에 대한 검찰 및 공수처의 수사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예단할 수는 없지만, 이재명과 윤석열 두 유력 후보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주요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이 실제 어떠한 양상을 보이고 있을까? 필자가 여론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주로 참고하는 전국지표조사(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와 리얼미터 조사 결과를 살펴보자.

먼저 전국지표조사를 살펴보면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사태가 불거진 9월 중순 이전에 26%이던 지지율이 9월말에는 29%로 3%포인트 오히려 상승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같은 시점에 27%에서 28%로 상승세를 보였다.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대장동 사태 속에서도 이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 후보의 지지율 상승은 대장동 사태 때문이라기보다는 민주당 경선 막바지에 이 후보 쪽으로 지지세가 결집하면서 나타난 현상처럼 보인다. 전국지표조사를 보면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3%포인트 상승할 때 이낙연 후보와 그 밖의 진보진영 대선주자의 지지율이 각각 2%포인트씩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민주당 대선후보는 이재명”이라는 이른바 ‘어대명’ 효과에 따른 지지층 결집이라는 해석이 좀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고발 사주 의혹’에 휘말린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어떠한가? 전국지표조사를 살펴보면, 20%를 유지하던 윤 후보의 지지율이 9월초에 불거진 고발 사주 의혹 논란 속에 19%로 주춤거리다 9월말에는 17%로 추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은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음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리얼미터 조사의 지지율 변화 양상은 다소 달랐다. 8월에 26%이던 윤 후보의 지지율이 고발 사주 의혹 논란의 와중에 24%로 2%포인트 하락했지만, 9월말에 다시 28%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장동 논란이 ‘고발 사주 의혹’을 덮으면서 윤 후보의 지지율이 되살아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고발 사주 의혹’이 다시 불붙게 된다면 윤 후보에게 어떤 형태로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갈수록 불안감을 키우는 대선 정국은 앞으로 한 달이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월은 국정감사의 한복판이다. 여야 모두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으로 상대 정당의 유력 후보들을 정조준할 것이다. 이들 의혹에 대한 사정기관의 수사 결과도 속속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치열한 경선 과정 속에 전개되는 수사이기도 하다. 한 달여 동안 유권자의 표심을 움직일 수 있는 요인이 너무 많아 보인다. 유력 정당의 대선후보 윤곽은 드러나고 있지만, 오히려 대선 전망은 더욱 불투명한 상황이다. 유력 후보들에 대한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에게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이후, 그다음 주에 실시되는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후보 등 다른 민주당 경선 후보들의 몫이 어느 정도 반영되는 40%대 지지율을 얻을 수 있을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약에 40%대 지지율을 얻는다면 그 지지율을 앞으로 한 달 이상 지켜낼 수 있을지가 다음 과제다. 과거 대선을 돌아보면 대선후보로 확정되면 경선 과정에서 지지자들의 결집과 컨벤션 효과로 경선 직후 최고 지지율을 기록하지만, 그 후 한 달여 동안 지지율이 하락하는 양상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재명, 與 후보 확정 뒤 40%대 유지가 관건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4월말에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 이회창 후보에게 15%포인트나 앞서 나갔지만, 한 달여 만인 6월에는 이 후보에게 역전당하게 된다(SBS 여론조사 이회창 38%, 노무현 36%). 2007년 대선에서도 8월말 한나라당 경선 직후 59%에 이르던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보름 만에 10%포인트나 하락하는가 하면, 11월에는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출마로 지지율이 39%로 떨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2012년 대선에서는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박근혜 후보가 8월말 경선 직후 여론조사에서 44%의 지지율을 얻었지만 한 달여 만에 지지율이 35%로 떨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이재명 후보가 경선 이후 여론조사에서 40% 지지율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늘 불안한 1위가 계속될 것이다. 게다가 35%의 지지율마저 위협받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대선 구도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 아닌 제3지대 후보들이 나래를 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9월말 전국지표조사에서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지지율 합과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의 지지율 합을 비교해 보면 40% 대 40%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양당의 지지율 균형이 깨지게 되면 제3지대 후보들이 자연스럽게 부상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어느 한쪽 진영의 지지자들이 지지를 철회할 경우 다른 쪽 진영으로 지지를 바꾸기보다는 제3지대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까지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고 있는 20%의 부동층 또한 제3지대 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여지가 크다.

역대 대선, 먼저 대선후보 된 후보가 당선돼

최근 여론조사 추이로 살펴보면 제3지대 후보로 거론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동연 전 부총리의 지지율은 1~2% 정도로 과거 어느 대선보다도 미약한 모습이다. 제3세력으로 여겨졌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제3지대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장동 개발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 등 대선판을 크게 흔들 수 있는 변수가 살아있는 한, 이재명과 윤석열 두 유력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하는 양당의 지지율 균형이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결정되는 11월에는 어떤 형태로든 제3지대 후보가 부상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5개월 앞으로 다가온 20대 대선은 후보들의 자질과 비전을 선택하는 선거라기보다는 현 정부를 심판하는 진영 대결의 선거 양상을 보이고 있다. 리서치뷰가 9월말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재집권을 희망하는 유권자(38%)에 비해 야당으로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유권자(52%)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유권자들이 야당으로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이유가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74%로 대다수를 차지한 반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마음에 들어서”라는 응답은 12%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후보의 자질이나 비전이 마음에 들어서라기보다는 야당으로 정권교체할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뜻이다.

한편 민주당의 재집권을 희망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 계승을 위해서”라는 응답이 45%였고, “지지하는 후보가 마음에 들어서”라는 응답이 36%로 나타났다.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마음에 드는 후보를 선택하기보다는 현 정부를 계승할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입장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여론조사 결과에서 보듯이 유권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 후보를 선택하기보다는 자신이 선호하는 진영의 승리를 희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권자들이 후보보다 진영의 승리를 더 기대하는 한 대선 정국에서 후보들의 위상은 더욱 불안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진영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지지 후보를 언제든지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 대선을 되돌아보면 16년 만에 대통령 직선제를 회복한 1987년 이후 지난 2017년 선거를 제외한 모든 대선에서 가장 먼저 대선후보로 확정된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이 우연이라기 보기에는 참으로 흥미롭다. 박근혜 대통령 파면에 따라 60일 만에 치러진 2017년 대선이 단 한 번의 예외였다. 2022년 대선에서도 과거 대선처럼 가장 먼저 대선후보로 확정된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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