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효표 논란에...이낙연의 ‘지지 선언’ 딜레마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1.10.11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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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했지만 경선 막판 ‘더블스코어 압승’에 고무된 이낙연 캠프
2012년 경선 데자뷔...지지율 등에 업고 ‘승복 후 침묵’ 가능성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로 대선 후보가 최종 확정됐다. 그러나 민주당이 ‘원맨팀’으로 대선에 나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위를 기록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측이 무효표 처리방식에 대해 당 선관위에 이의 제기하면서다.

당 안팎의 관심은 이 전 대표의 ‘입’에 쏠린다. 이 전 대표가 이번 경선 결과에 불복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이재명 비토’ 기류가 강한 지지층을 고려해, 이 전 대표가 승복과 별개로 ‘이 지사 지지’를 선언하지 않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2012년 대선 경선에서 패배한 손학규 전 대표가 본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돕지 않았던 전례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9월12일 오후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강원권역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이낙연, 이재명 후보가 결과 발표를 들은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9월12일 오후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강원권역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이낙연, 이재명 후보가 결과 발표를 들은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블스코어 성적표’에 고무된 이낙연 캠프

10일 이 지사는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최종 득표율 50.29%를 기록했다. 과반을 불과 4151표 넘겨 본선에 직행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 캠프가 반발했다. 민주당 선관위가 무효처리한 정세균 전 총리(2만3731표), 김두관 의원(4411표) 득표수가 총투표수에 포함됐다면 과반 달성이 안 됐을 것이라며 당 수뇌부에 이의를 제기했다. 사실상 경선 결과에 불복한 셈이다.

이 전 대표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홍영표 의원은 11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캠프 소속 의원 일동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잘못된 무효표 처리를 바로 잡아야 한다”며 “(무효표를 유효화할 경우)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은 49.32%로 과반에 미달해 결선투표를 반드시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캠프 홍영표 공동선대위원장 등 캠프 의원들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와 지도부의 경선 결과 발표는 명백히 당헌·당규에 위배된다”며 “지도부는 즉시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당헌·당규 위반을 바로잡는 절차를 하루빨리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캠프 홍영표 공동선대위원장 등 캠프 의원들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와 지도부의 경선 결과 발표는 명백히 당헌·당규에 위배된다”며 “지도부는 즉시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당헌·당규 위반을 바로잡는 절차를 하루빨리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전 대표가 결과를 뒤집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11일 대전현충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은 어제 이재명 후보를 20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 발표했고, 제가 추천서를 전달했다"며 사실상 이의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대표 캠프 측도 당내 수뇌부의 입장을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승복 선언’ 입장은 표명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캠프 인사들이 나서 수뇌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경선 마지막에 크게 늘어난 지지율이 이 전 대표 캠프의 ‘입김’을 키웠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3차 슈퍼위크(국민 선거인단) 투표에서 62.37%(15만5220표)를 득표했다. 28.3%(7만441표)를 얻은 이재명 경기지사를 ‘더블스코어’ 이상으로 크게 눌렀다. 지난 석 달여간의 경선 레이스 중 유일하게 이겼던 광주·전남 경선 신승 때(47.12%)보다 지지율이 15%포인트 가량 큰 폭으로 올랐다.

이를 두고 이 전 대표 캠프 내에서는 ‘대장동 탓에 지지 판세가 바뀌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 지지를 선언했던 서울 지역 한 민주당 의원은 “국민 선거인단 결과는 대장동 의혹이 한 달만 먼저 터졌어도 경선 결과가 뒤바뀔 수 있었다는 방증”이라며 “후보의 승복과는 별개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본선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승복하되 지지 없는...2012년 손학규 사례 재연할까

이 전 대표의 최종 득표율(39.14%)은 40%에 육박한다. 역대 민주당 경선 2위 후보들과 비교해 10%포인트 이상 높다. 2012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56.5%로 1위를 기록했다. 당시 2위 손학규 후보는 22.2%에 그쳤다. 2017년 대선 경선에서는 안희정 후보가 21.5%를 득표, 문 후보(57.0%)에 이어 2위에 머물렀다. 

이 전 대표는 되레 경선 이후 뜨거워진 지지세를 두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이 전 대표는 지지자들을 만나 “고맙다. 정리된 입장은 나중에 말하겠다”면서 “늘 차분한 마음, 책임있는 마음으로 기다려달라. 오늘은 여기서 일단 여러분과 헤어지겠다.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 측이 이 지사가 대장동 문제로 낙마할 가능성을 등을 고려해 ‘모호한 태도’를 취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선 결과에 승복하되 ‘이 지사 전폭 지지’까지는 밝히지 않는, '일선후퇴'를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2012년 경선 모습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로 선출되는 과정에서 손학규, 정세균, 김두관 후보 등이 모바일투표 방식을 문제삼아 경선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후 후보들이 복귀하며 경선이 재개됐다. 하지만 비문(비문재인) 진영이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에 동참하지 않는 등 계파 갈등이 대선 당일까지 봉합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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