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이재명 때리기’…화력 세진 ‘反명 전선’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1.10.1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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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불복’ 이낙연 캠프, ‘특검’ 외친 야당 ‘겹공세’에 지지율 ‘휘청’
비상 걸린 이재명 캠프 ‘국감 출석’ 카드로 반전 모색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왼쪽), 이낙연 후보가 포토타임을 마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왼쪽), 이낙연 후보가 포토타임을 마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여야의 ‘집중 공세’에 직면했다. 경선 이후 ‘원팀’을 꿈꿨으나, 이낙연 전 대표 캠프가 ‘경선 불복’을 선언하면서 입장이 난처해졌다. 여기에 국민의힘까지 ‘특검카드’를 빼들며 공세에 고삐를 죄고 있다. 경선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이상징후가 감지되면서 내년 대선까지 가시밭길이 예고된다.

이 지사는 여당의 ‘1강 대선후보’였다. 그만큼 월등히 높은 지지율을 자랑했다. 당내 경선에서 이 전 대표를 비롯한 후보들이 이른바 ‘반명(반이재명) 전선’을 구축하며 뒤집기에 나섰지만 상황은 반전되지 않았다. 여당에서는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이 지사가 공고한 대선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변수가 등장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시발점이 됐다. ‘여배우 스캔들’이나 ‘기본소득 논쟁’ 보다 폭발력이 강한 부동산 부패 스캔들이 제기되면서, ‘청렴함’을 내세웠던 이 지사의 이미지에 크게 금이 갔다. 결국 경선 막판 이 지사가 이 전 대표에게 ‘더블스코어’ 차로 밀리면서 ‘1강’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원팀 구상’도 어려워졌다. 이 전 대표 캠프가 경선 불복을 선언한 상태다. 무효표 집계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결선 투표를 주장하고 있다. 당 수뇌부가 이 지사를 지지하고 나섰지만, 이미 민주당의 깊어진 내홍이 표출되며 대선판 전체가 휘청이는 모양새다. 실제 이 전 대표 지지층은 ‘사사오입’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이 지사뿐 아니라 민주당 수뇌부에 대한 반감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호재다. 이 지사가 선출 직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에 밀리는 결과를 받아들면서다. 12일 발표된 여론조사공정-데일리안(11일 조사, 전국 남녀 1001명 대상)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지사는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모두 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 의원보다는 12.2%포인트, 윤 전 총장보다는 9.0%포인트 밀렸다.

같은 날 발표된 원지코리아컨설팅-아시아경제(9~10일 조사, 1023명 대상)에서도 이 지사는 두 국민의힘 후보와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모두 밀려났다. 홍 의원과는 9.4%포인트(홍준표 48.0% 대 이재명 38.6%), 윤 전 총장과는 6%포인트(윤석열 45.6% 대 이재명 39.6%) 차이를 보였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대장동 개발 의혹은 대선 본선까지 선거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며 “당내 경선에서 대장동 개발 의혹이 이재명 후보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본선 경쟁에서 중도층과 여성 그리고 MZ세대의 평가와 판단은 더 결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초 ‘반문(반문재인)’을 기치로 여당 전체와 각을 세웠던 야당은, ‘반명 전선’으로 타깃을 좁히는 모양새다. ‘안티 이재명’을 말하는 이낙연계 지지세력과 ‘공정 수사’를 주장하는 범진보세력과 발을 맞춰 ‘특검 카드’를 빼든 상태다. 몇 %포인트 차로도 결과가 바뀔 수 있는 본선을 고려하면, 범진보의 지지세를 이 지사에게서 빼 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어서다.

이에 이 지사는 이날 오후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긴급 현안 기자회견’을 열고 “원래 계획대로 경기도 국감에 정상적으로 수감하겠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이 후보가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은 야권의 파상공세에 적극 반박, 역공을 펴 여론을 뒤집어야 한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서울 지역구 한 민주당 의원은 "이번 선거는 '이념'이 아닌 '공정'이 화두로 오른 선거다. 그런 의미에서 대장동 개발 의혹에 연루됐다는 사실 하나로 후보에게는 치명타"라며 "(여당) 지지자가 갑자기 야당으로 표심을 바꾸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경선 불복 등) 이슈가 많아질수록 기권표도 많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라며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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