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와 투자 경계 넘나드는 위험한 ‘기업사냥꾼’
  • 박치현 영남본부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1.10.17 13:00
  • 호수 1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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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쿼리, 수소 기업 ‘덕양’ 통째 매입 나서
“외국 투기자본에 대한 수소 시장 참여비율 상한제 정해야” 목소리 높아

호주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맥쿼리PE(Macquarie Private Equity)의 한국 기업 사냥이 예사롭지 않다. 투자 활성화 이면에는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자본이란 지적과 함께 ‘먹튀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맥쿼리PE는 에너지·환경·민자사업 등에 직접 투자하거나 자금을 융자해 주고 수익이 나면 배당금을 투자자에게 주는 상장 펀드사다.

울산공단 내 주식회사 덕양 본사 및 울산 제1공장ⓒ덕양 제공
충북 청주에 위치한 대성산업가스 가스 생산시설ⓒ대성산업가스 제공

산업용 가스 이어 가정용 도시가스도 접수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맥쿼리PE는 덕양, 덕양가스, 덕양에너젠 인수를 위한 배타적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인수가액은 8000억원 규모다. 덕양 관계자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하지만, 조만간 매각이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덕양은 지난해 사업부 인적 분할을 거치면서 덕양, 덕양가스, 덕양에너젠 3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덕양은 국내 수소의 7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이 외에도 산소·질소·탄산·아르곤 등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산업용 가스 제조·공급 키플레이어(key player) 기업이다. 울산에 본사를 두고 울산, 여수, 서산, 군산 등 주요 산업단지에 대량의 수소를 공급 중이다. 특히 국내에서 유일하게 석유화학 공정에서 나오는 저순도 수소를 고순도 수소(99.9999%)로 정제하는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액화천연가스(LNG)에서 수소를 뽑아내는 기술력도 확보하고 있다. 울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투기자본에 의해 석유화학단지 필수적 에너지가 자유롭게 거래되는 것을 방치하는 게 과연 합당한지 정부와 정치권에 묻고 싶다”고 말했다.

맥쿼리PE는 지난 7월 글랜우드PE의 포트폴리오(수익 극대화를 위한 분산 투자) 기업인 해양에너지와 서라벌도시가스 지분 100%를 7980억원에 전격 인수했다. 해양에너지는 1982년부터 광주·전남 8개 지역 도시가스 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향토기업이다. 2000년 설립된 서라벌가스는 경북 경주시와 영천시 일대에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광주·전남 시민대책위는 “맥쿼리가 공공재를 인수하면 가스요금 인상과 고용불안이 불가피하다”며 “시민 호주머니에서 나온 막대한 이익을 투기자본이 가져가게 됐다”고 비판했다. 맥쿼리 측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9개 지역 경제단체는 공동 호소문을 통해 “투기자본을 위한 매물로 거래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맥쿼리PE는 앞서 SK E&S와 강남도시가스를 잇따라 포트폴리오로 확보해 투자금 회수에도 성공했다. 2016년 강남도시가스 보유 지분 전량을 투자 4년 만에 귀뚜라미그룹에 매각했다. 당시 IRR(내부수익률) 20%를 기록했다. 성공적인 엑시트(Exit·투자자가 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였다. 이렇게 재미를 본 맥쿼리PE는 지난해 대성산업가스 인수 작업도 마무리했다. 거래 규모는 2조5000억원. 산업용 가스 제조·판매 분야의 톱티어 기업을 확보했다. 여기에 국내 최대 수소 기업인 덕양의 경영권 확보도 초읽기에 들어가 대성산업가스와의 향후 시너지가 기대된다. 석유화학 업계는 이제 맥쿼리PE가 국내 산업용 가스 공급권을 틀어쥐는 건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강영훈 울산발전연구원 박사는 “미래 에너지인 수소 시장을 맥쿼리가 싹쓸이하는 건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다. 외국 투기자본에 대한 참여비율 상한제를 정해 독점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조항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맥쿼리PE의 기업 인수는 다각적이며 공격적이다. 7450억원 규모로 결성된 MKOF(Macquarie Korea Opportunities Funds) 3호 펀드를 통해 대전열병합발전소와 클렌코, 코엔텍, 새한환경, 태영호라이즌코리아터미널 등을 포트폴리오로 담았다. 또 지난해 말에는 온산탱크터미널 경영권도 인수했다. 그리고 2011년 인수한 화학제품 저장탱크 운영업체인 동북화학은 7년 후 상당한 시세차익을 남기고 S-OIL에 매각했다. 맥쿼리PE는 국내 폐기물처리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해 되팔고 있다. 지난 6월 대원그린에너지와 새한환경을 SK에코플랜트에 패키지 매각하며 1500억원을 받아 축포를 터트렸다. 대원그린에너지와 새한환경의 각 내부수익률(Gross IRR)은 20% 이상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에는 건설폐기물 업체인 영흥산업환경과 파주비앤알을 IS동서에 매각해 10% 중반대 수익률을 올렸다. 2017년 인수한 인선이앤티도 2년 뒤인 2019년 역시 IS동서에 웃돈을 얹어 팔았다. 이로써 맥쿼리PE 보유의 7개 폐기물처리 업체가 정리된 셈이다.

호주 시드니에 있는 맥쿼리 본사ⓒ맥쿼리 홈페이지 제공

폐기물처리 업체 되팔아 2744억 시세차익

맥쿼리PE는 ‘먹튀 논란’에도 휩싸였다. 영남권 최대 폐기물처리 업체인 코엔텍을 인수한 지 3년도 안 돼 투자금의 2.6배 수익을 올리는 ‘잭팟’을 터트리며 경영에서 손을 뗐기 때문이다. 맥쿼리PE는 2017년 6월 후성그룹으로부터 울산공단 내 코엔텍 지분 33.63%(1681만6567주)를 795억원에 매입했다. 이후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59.29%까지 끌어올렸다. 총 투자금은 1473억여원이 들어갔다. 그리고 지난해 6월 코엔텍 지분을 IS동서컨소시엄에 되팔았다. 매각금액은 4217억원에 달했고, 2년11개월 만에 2744억원을 벌었다. 단기차익을 겨냥한 외국계 투자자본의 M&A에 철퇴를 가할 제도적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먹튀 논란’에 휩싸인 맥쿼리에 울산시가 특혜를 베풀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매립장 신규 허가를 철저히 규제하면서도 코엔텍에 증설 허가를 내줘 맥쿼리PE가 매립장을 비싸게 팔 수 있도록 도와줬다는 것이다.  

최근 맥쿼리PE는 한반도 바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공을 들이는 해상풍력발전을 주도하겠다는 게 목표다. 맥쿼리는 울산부유식해상풍력발전과 기장해상풍력발전, 해운대해상풍력발전, 거문도해상풍력발전, 맹골도해상풍력발전, 부산부유식해상풍력발전을 직간접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상풍력단지 조성에는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 그동안 실제 전주(錢主)가 누구냐에 관심이 쏠렸다. 풍력 업계 관계자는 “배후에 막대한 자금을 움직이는 맥쿼리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주간조선이 맥쿼리자산운용이 발간한 영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이 같은 사실이 입증됐다.

맥쿼리PE는 에너지·인프라 투자 전문 운용사지만, 포트폴리오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 사업자 메가박스나 종합유선방송 사업자 딜라이브, 보안전문 업체 ADT캡스 등에도 투자했다. 최근에는 향후 전기차 시대에 발맞춰 폐차 폐배터리를 추출해 처리하는 새로운 사업 영역을 추가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맥쿼리의 베팅은 인프라 확충이란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투기자본이란 부정적인 여론이 더 우세한 게 현실이다. 맥쿼리PE는 인천대교와 우면산터널,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등 굵직한 인프라 민자사업에 투자해 대규모 수익을 내왔다. 반면 이용료의 무리한 인상을 시도하다 시민사회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또 인수·합병·매각이 진행되면서 기업 가치는 상승했지만, 기술 개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지나치게 몸값 불리기에 치중한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맥쿼리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이유다. 투기자본과 투자자본의 경계는 확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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