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BM 탑재’ 잠수함 올해 취역했지만…훈련 장비는 2024년 도입
  • 이상욱 영남본부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1.10.1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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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 안창호함, 방사청 사업관리 부실로 21개월 전력화 지연
민홍철 의원 “재발 방지와 철저한 사업관리를 위한 제도개선 필요”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갖춘 해군의 첫 3000톤급 잠수함(이하 장보고-Ⅲ 잠수함) ‘도산 안창호함’이 임무를 시작했지만, 정작 훈련 장비는 방위사업청의 사업관리 부실로 예정보다 21개월이나 늦어진 2024년 도입될 전망이다. 세 번째 장보고-Ⅲ 잠수함인 ‘신채호함’도 2024년 실전 배치되는데, 3대의 잠수함을 다 만들어놓고 교육훈련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민홍철 위원장(김해갑)이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당초 방사청은 2022년 9월까지 351억원을 들여 장보고-Ⅲ 잠수함과 동일한 전투체계·소나체계를 탑재한 육상 전술 훈련 장비를 도입할 계획이었다. 전투체계는 잠수함의 두뇌 역할을 하는 장비이며, 소나체계는 음파로 적을 탐지·추적하기 위한 체계로 잠수함의 귀 역할을 한다.

2018년 9월14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열린 첫 3000톤급 잠수함 '도산 안창호 함' 진수식 모습 ©연합뉴스
2018년 9월14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열린 첫 3000톤급 잠수함 '도산 안창호 함' 진수식 모습 ©연합뉴스

전술 훈련 장비는 잠수함이 정박해 있거나 수리 기간 중 해상과 유사한 상황을 가정해 잠수함이 수행하는 주요 임무를 훈련하는 육상 훈련 장비다. 해군은 이 장비를 통해 실제 훈련이 제한되는 주요 임무 해역과 적 항공기·잠수함 등의 상황을 부여해 작전 수행 능력을 배양한다. 무엇보다 장보고-Ⅲ 잠수함은 전투체계와 무장·탑재장비가 장보고-Ⅰ/Ⅱ와 다르고, 기존 훈련장은 새 장비에 대한 운용기능이 없어 공동 활용이 불가능하다.

방사청은 앞서 2018년 1월 최초 체계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597억원을 들여 전투체계는 장보고-Ⅲ 잠수함 개발 시 사용한 시제품을 재활용하고, 소나체계는 신규 제작을 결정했다. 하지만 석달 후인 2018년 4월 사업팀이 비용을 재분석한 결과, 소나체계도 기존 시제품을 재활용하기로 번복했다. 통상 시제품 1개는 실제 잠수함에 설치하고, 나머지 시제품은 환경시험과 해상시험 등을 진행한다. 

전투체계의 경우 3개의 시제품이 제작돼 환경시험을 거치지 않은 온전한 것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방사청은 소나체계 시제품이 2개만 만들어졌기 때문에 환경시험에 사용했던 시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으로 환경시험을 한 시제품은 상태가 좋지 않아 재활용을 하지 않는데, 이례적인 결정을 한 것이다. 당시 소나체계 재활용 결정으로 절감된 예산은 18억원이다. 방사청은 기타 다른 항목의 조정을 포함해 총 206억원의 사업예산을 절감했다. 이후 사업비 절감에 대한 인센티브로 담당 사업팀은 1000만원의 성과급을 받기도 했다.

2018년 6월 방사청은 ‘장보고-Ⅲ 잠수함 전술훈련장비’ 제안서를 평가하면서 업체에 소나체계 시제 우선 활용을 요구했다. 당시 입찰에는 장보고-Ⅲ 잠수함 전투체계를 제작한 한화시스템과 소나체계를 제작한 LIG넥스원이 맞붙었다. 한화시스템은 방사청의 요구대로 소나체계 시제품  재활용 방안을 제시했지만, LIG넥스원은 시제 재활용이 아닌 신규 제작으로 제안서를 제출했다. 결과는 100점 만점 중 1.9101점 차이로 한화시스템이 LIG넥스원을 꺾고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계약 체결 후 2년3개월이 지난 올해 1월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으로 소나체계 시제 상태를 점검했다. 2015년 환경시험, 2016년 해상시험이 끝난 후 장비 상태 점검은 처음이었다. 점검 결과 6년 이상 운용하며 부품 노후화 와 성능저하가 진행 중이며, 회로기판의 31.7%가 비가용 상태였다. 또 정상 동작 중인 기판에 대한 품질도 보증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한화시스템은 결국 소나체계 원 제작사인 LIG넥스원에 의뢰해 새 소나체계 장비를 구입키로 결정하고, 방사청에 신규 제작을 위한 사업비 55억원 증액과 납기 연장을 요청했다. 그러나 방사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지난 7월 한화시스템은 소나체계 신규 제작비 자기 부담 조건으로 재차 방사청에 사업 기간을 21개월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방사청은 지난달 9일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를 개최했다. 방사청은 위원회에서 소나체계 제작방안을 기존 시제 재활용에서 신규 제작으로 변경하되 사업 기간을 21개월 연장하려고 했다. 하지만 실제 훈련 장비를 사용하게 될 해군과 위원 다수의 반대에 부딪혔다. 당시 회의에서 일부 위원은 방사청이 특정 회사에 특혜를 주듯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 위원장은 “방사청이 장비 상태를 신속하게 확인하고 예상되는 문제점을 사전에 조치했더라면, 충분히 전력화 지연을 막을 수 있었다”며 “사업관리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짚어보고, 재발 방지와 철저한 사업관리를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 ©연합뉴스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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