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6년 이내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0.18 13:00
  • 호수 1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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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시진핑, 2027년 4연임 위해 통일 시도’ 전망
대만 국방부장 “중국은 2025년에 전면적으로 대만 침공할 힘 갖춰”

10월9일 중국 베이징시 인민대회당. 시진핑 국가주석의 주재 아래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시 주석은 “우리는 평화통일,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기본 방침과 하나의 중국 원칙, 92공통인식(九二共識)을 견지하며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의 평화 발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화 방식으로 조국 통일을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본래 외신은 시 주석이 이날 대만에 강도 높은 경고를 날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시종일관 외교적 수사를 동원했다.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 언급은 없었다.

다음 날 대만 타이베이(臺北)의 총통부 광장에서는 건국기념일 행사가 열렸다. 차이잉원 총통은 “중국은 대만인이 압력에 굴할 것이라는 환상은 절대 없어야 한다”며 “주권 확보와 국토 수호를 견지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시 주석이 조국 통일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맞대응이었다. 방송과 유튜브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차이 총통은 그 어느 때보다 결기가 어렸고 어조는 단호했다. 또한 연설 직후에는 중국의 침공에 대비한 최신 미사일 무기를 중심으로 대만군의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30분 동안 진행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사진)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EPA 연합

中, 10월1~5일 대만에 대대적 공중 무력시위

이처럼 ‘쌍십절(雙十節)’로 불리는 10월10일은 중국과 대만에서 상반된 의미를 가진다. 본래 이날은 1911년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봉건왕조 청나라를 무너뜨린 공화혁명이 발발한 날이다. 그러나 국민당과 공산당은 합작과 내전을 거치면서 지금은 다른 의미로 이날을 기념하고 있다. 대륙에서 패퇴한 대만은 국민당의 전신인 중국동맹회가 일으킨 혁명이기에 건국기념일로 삼았다. 대륙을 차지한 공산당은 국민당의 흔적을 없애 신해혁명 기념일로 경축한다. 다만 과거 양측은 기념식에서 상대방에 대한 우호적인 메시지를 밝혔다.

그런데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긴장감이 흘렀다. 건국기념일 연휴였던 10월1~5일 대만을 겨냥해 중국이 공중 무력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1일 중국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군용기 38대를 진입시켰다. 이전에도 중국 군용기가 자주 대만 ADIZ에 진입했으나, 이번에는 유례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도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일에는 39대, 3일에는 16대의 군용기가 대만 ADIZ에 들어갔다. 특히 4일에는 무려 56대나 진입했다. 이날 중국의 대규모 공중 무력시위는 군용기 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실제로 젠-16 전투기 34대, 수호이-30 전투기 2대, 쿵징-500 조기경보기 2대, 훙-6 폭격기 12대, 윈-8 대잠초계기 2대 등 기종과 용도도 다양했다. 규모가 대폭 줄었으나 5일에도 윈-8 1대가 대만 ADIZ에 들어갔다. 6~9일에는 도발이 없어 무력시위가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10일에 다시 젠-16 2대와 윈-8 1대가 대만 ADIZ에 진입했다. 중국이 공중 도발을 한 배경은 분명했다. 4일 중국 외교부의 화춘잉 대변인은 성명에서 “대만이 독립을 꾸미는 것은 죽음의 길”이라며 “모든 조치를 다해 대만의 독립 도모를 분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화 대변인은 “미국은 대만 문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논하지 말라”고 비난했다. 전날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대만에 대한 군사·외교적 압박 중단을 촉구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신은 중국의 사상 초유의 공중 무력시위가 미국을 겨냥한 사전 경고로 보고 있다. 즉 향후 미·중 대화나 협상에서 대만 문제를 건드리지 말라는 의미다. 더군다나 같은 날 중국 관영언론 환구시보는 대만에 “전쟁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며 “말로만 하는 위협이 아니다”고 경고했다. 환구시보는 중국 당국의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매체로 유명하다.

이로 인해 대만 언론도 “양안의 군사 분쟁이 이제는 가시화됐다”고 우려했다. 그 대상지로 중국과 대만 사이에 있는 진먼(金門)·마쭈(馬祖)·펑후(澎湖) 등 열도나 대만이 실질 지배 중인 동사군도(東沙群島)를 손꼽았다. 이런 예상은 결코 기우가 아니다. 중국과 대만은 1958년 진먼과 마쭈에서 대규모 국지전을 벌였던 역사가 있다. 그해 8월23일 중국군은 진먼을 향해 대규모 포격전을 개시했다. 이에 맞서 대만군도 바다 건너 샤먼(廈門)에 반격을 가했다. 양군의 포격전이 얼마나 맹렬했던지 단 2시간 만에 5만7000발의 포탄을 주고받았다.

진먼 곳곳의 돌산에는 중국군의 침공에 대비해 함정 을 대피시킬 수 있는 갱도를 뚫어놓았다.ⓒ모종혁 제공
1958년 진먼 포격전 당시 중국의 포격에 반격하는 대만군의 군사행동을 재연하는 시범단ⓒ모종혁 제공

1958년 ‘진먼 포격전’ 5만7000발 포탄 교환

그러나 전세는 곧 중국 측에 유리해졌다. 함대와 전투기 100여 대를 동원해 진먼을 봉쇄해 버렸기 때문이다. 다행히 대만군에는 미국이 제공한 첨단무기가 있었다. 그 덕분에 진먼과 마쭈의 대만군은 9월 중순까지 대만 본토로부터 근근이 지원받으며 버텼다. 여기에 미군 7함대가 출동해 간접 지원을 하면서 중국의 봉쇄를 깨뜨렸다. 따라서 대만군은 증원 군대와 장비를 수혈받아 한숨을 돌렸다. 결국 양안이 전면전으로 확전하는 걸 염려한 미국과 소련이 중국을 압박하면서 10월5일 전투가 끝났다. 훗날 이 국지전을 ‘진먼 포격전’이라 불렀다.

물론 1958년과 현재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당시는 동서 냉전이 고조됐던 시기다. 비록 최근 중국과 미국이 대립하고 있지만 냉전시대 분위기와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공공연하게 “모든 조치를 다해 대만의 독립을 분쇄하겠다”고 위협할 정도로 양안 관계가 험악해졌다. 그래서인지 지난 10월6일 추궈정 대만 국방부장이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다. 추 부장은 우리의 국회 격인 입법원에 출석해 “양안 정세가 지난 40년래 가장 엄중한 시기”라며 “중국은 2025년에 전면적으로 대만을 침공할 힘을 갖춘다”고 말했다.

이날 추 부장의 발언은 대만 군부 내에 떠도는 ‘2025년 중국 침공설’을 구체화한 것이다. 추 부장은 “중국은 당장 대만을 침공할 수 있으나 치러야 할 비용이 너무 크다”며 “2025년에는 그 비용이 크게 낮아진다”고 말했다. 추 부장이 지적한 비용은 중국군의 종합 상륙전 능력을 가리킨다. 중국은 2016년부터 자체 개발한 대형 수송기 Y-20을 실전 배치했다. Y-20은 최대 적재 중량이 220톤에 달해 미군의 C-17과 동급 수준이다. 또한 2019년부터 075형 강습상륙함을 진수해 왔다. 075형 강습상륙함은 기동헬기 30대와 병력 500~800명을 싣고 상륙작전을 감행한다.

대만 국방대학은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중국이 2025년에는 대규모 상륙전에 필요한 Y-20과 075형 강습상륙함을 충분히 배치할 것”이라며 “육·해·공 연합작전의 숙련도도 고도화된다”고 전망했다. 이런 대만 군부의 우려는 엄살이 아니다. 미국도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다. 필립 데이비슨 전 미군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지난 3월 상원 청문회에서 “중국이 6년 이내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슨 전 사령관의 주장은 시진핑 주석의 장기집권과 관련이 있다. 내년에 3연임에 성공하는 시 주석이 2027년 4연임을 위해 대만을 침공해 통일을 이룩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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