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시아계로 처음 독일 연방의회 입성한 이예원 의원
  • 클레어함 유럽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0.18 11:00
  • 호수 1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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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요 정치 키워드는 ‘공정’…이민법 반드시 변경할 것”

“지적이고, 공감능력이 있고, 자신의 생각이 선명한 여성이다.” 지난 9월 독일 연방하원 선거에서 아시아계로는 사상 처음 연방의회에 입성한 이예원 의원(34)을 전임자 울라 슈미트(72)는 이렇게 표현한 바 있다. 이민자 출신인 이 의원은 소속 정당인 사민당이 25.7%를 득표하며 독일 내 6개 주요 정당 중 제1당이 되면서 비례대표로 하원의원에 당선되는 영광을 안았다.

이 의원은 1987년 아헨에서 출생한 후 줄곧 같은 도시에서 활동해온 지역 토박이다. 아헨공대에서 정치학과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했다. 17세부터 일찌감치 사민당 청년위원회에 가입해 정치활동을 시작한 그는 2014년부터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아헨시의회 시의원으로 7년간 활동하면서 주로 교통정책에 관여했다. 동시에 주정부의 문화과학부 홍보실에서도 근무했다.

1980년대 독일로 이주한 한국인 부모를 둔 이 의원은 1999년 비자 문제로 가족의 독일 체류가 불안해지자 슈미트 의원에게 서한을 보내 문제를 해결했던 당차고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6년 후 사민당에 입당하면서 슈미트 의원을 다시 만났고, 대학 졸업 후 보좌관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자신이 정치에 입문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슈미트 전 하원 부의장(전 보건부 장관)의 영향 때문이라며 “그간 멘토 역할을 한 그에게 항상 감사하다”고 말한다.

독일은 한 부모 이상 이민자 출신 거주자가 26.7%에 달하지만, 2017년 총선에서는 이주민 배경을 가진 의원 배출이 8.2%에 그쳤고, 특히 아시아계는 전무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11.3%로 증가했다. 이 의원의 당선은 이렇듯 독일 아시안 커뮤니티에 큰 희소식이면서 동시에 여성계에도 고무적이다. 이번 총선 후 여성 의원 비율이 4년 전의 31%에서 34%로 늘어났지만, 이는 스웨덴(47%) 및 핀란드(46%)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치다. 현재 한국과 독일 양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예원 의원. 그는 어떤 정치적 포부를 가지고 있을까. 지난 주말 시사저널이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를 만나봤다.

독일 연방의회에 아시아계로는 처음 입성한 이예원 연방 하원의원이 10월6일 연방의회에서 인터뷰하는 모습ⓒ연합뉴스

정치에 입문하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저는 변화를 이끌어내 현실을 개선하고 싶었다. 다른 누군가가 이런 변화를 만들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제가 직접 이 역할을 맡아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공헌하고 싶었다.”

독일 내 다양한 정당들 중 왜 사민당을 택했나.

“이민 가정의 자녀로 성장하면서 개인의 출신 국가, 거주지역, 기회균등의 문제는 정치적인 것이라고 깨닫게 되었다. 158년의 길고도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진 사민당은 꾸준히 독재 및 인종차별 등 각종 차별에 저항해 왔다. 사민당은 부모·출신·소득과 무관하게 항상 모든 이들의 정의·연대·자유를 위해 노력해 왔다고 보는데 저는 이런 가치에 동의하기에 사민당에 가입하게 되었다.”

현 독일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변화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저는 더 많은 시민의 정치 참여가 필요하다고 본다. 사회정의·기후보호·사회통합 문제 등에서 정치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경험이 필요하다.”

독일 연방의회에서는 어떤 의제에 특별히 중점적으로 노력하고 싶은가.

“독일 사회와 정치권에서 ‘불공정’ 타파에 중점적으로 노력하고 싶다. 즉 이는 연금·임금·집세·교육의 기회의 문제일 수도 있고, 기후변화 이슈에도 해당된다. 물론 이민자 배경을 가진 의원으로서 저는 이민법을 꼭 바꾸고 싶다. 독일에 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독일 사회의 일부가 될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들이 존재해야 한다. 여기에는 또한 모든 이민자가 특정한 기간 이후 투표권을 갖는 것을 보장하는 것도 포함된다.”

첫 아시아계 연방하원이 되었는데 의정활동 중 성차별 및 인종차별에 잘 대응할 자신이 있는가.

“처음으로 어떤 분야를 개척하는 이라면 그의 성공을 바라지 않는 일군의 집단도 있다는 현실에 대비해야 하는데, 저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독일 연방의회에 아시아인으로서 처음 입성하는 것은 큰 영광이 아닐 수 없다. 저의 당선을 많은 분이 진심으로 기뻐해 주셨고, 큰 의미를 부여하셨다. 또한 지난 몇 주간 제가 받은 수많은 축하 인사만 봐도 제 정치활동에 많은 분이 큰 관심을 가지고 계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지난 총선 동안 인종차별적 정서를 느낀 적은 드물었고, 대부분의 시민이 제 이야기와 정치적 의제들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다. 지금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는데, 이런 호의적인 분위기가 계속 유지되길 바라고, 설령 앞으로 인종차별이나 성차별 태클에 직면하더라도 잘 대응할 자신이 있다.”

독일도 코로나19 이래 증가한 반중(反中) 감정으로 아시아인들을 향한 인종차별 사례가 다수 보고되었는데, 이런 배경을 고려해 추진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저는 모든 형태의 차별에 맞서 목소리를 낼 것이고, 독일의 반차별법을 좀 더 강력하게 하는 데 노력할 것이다. 아울러 아동과 성인을 위한 정치교육도 강화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독 양국 협력에 대한 비전이 있다면.

“물론 저는 한·독 관계에 특별한 관심이 있고, 꼭 양국 관계 개선에 공헌하고 싶다. 그래서 독일 연방하원 한독의원친선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싶다.”

선거 캠페인 중 기후위기 대응도 강조했는데, 자신이 특별히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가 있는지. 또 앞으로 한국의 관련 정부기관 및 단체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의사가 있는지 알고 싶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 지구적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에 최선의 모델에 대한 긴밀한 국제교류가 무척 중요하다. 저도 독일의 많은 청년처럼 기후 보호에 관심이 많은데, 특히 이동수단이 어떻게 기후 보호에 공헌할 수 있는지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단체와 기꺼이 협력할 용의가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16년 리더십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메르켈 총리는 독일 역사상 첫 여성 총리로 기억될 것이다. 저는 메르켈 총리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의 정책들은 항상 현실에 기반해 왔고, 어려운 시기에도 침착하게 국정을 운영했다. 오랫동안 집권하면서 국민의 지지를 유지하는 것은 항상 어려운 과제다. 저는 총리직을 연장하지 않기로 한 그의 결정을 크게 존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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