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한파’ 속 심혈관질환 주의보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1.10.24 10:00
  • 호수 1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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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불룩 나온 ‘ET형 몸매’ 동맥경화·심근경색·협심증 위험 2배⋯저탄수화물 섭취, 매일 운동, 금연 실천해야

10월 들어 서울을 비롯한 대다수 지역이 5도 이하로 떨어지면서 ‘10월 한파’가 찾아왔다. 기상청은 갑자기 추워진 날씨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 주의해야 할 건강 문제는 심혈관질환이다. 심장 혈관 온도가 떨어지면 혈압이 오르고 탈수가 진행돼 위급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심혈관질환은 2019년 약 890만 명이 사망한 사망 원인 1위 질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심혈관질환은 암에 이어 사망 원인 2위다. 대표적인 심혈관질환은 동맥경화다. 나이를 먹으면 혈관의 탄력이 떨어지고 혈관 내벽에 노폐물이 쌓인다. 이 때문에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해지는 현상이 생기는데 이것이 동맥경화다. 

노화 탓도 있지만 가장 흔한 동맥경화의 원인은 고혈압이다. 따라서 혈압이 140/90mmHg 이상인 사람은 고혈압약을 먹어 혈압을 정상 범위로 떨어뜨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혈압을 20mmHg만 낮춰도 심근경색 위험이 24%, 뇌졸중 위험은 40% 감소한다. 김준석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나이가 들면서 노화로 혈관은 탄력이 떨어진다. 높은 압력의 혈액 때문에 혈관 벽에 상처가 생기고 그 부위에 혈소판 등이 굳어져 딱지가 앉는다. 그 주변에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붙으면서 혈관이 좁아진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원인은 당뇨다. 당뇨는 혈관에 염증을 일으키는데, 혈관 벽에 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혈관에 상처가 생기고 혈관이 좁아진다. 당뇨병이 있다면 의사가 권하는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당뇨약을 복용해 혈당을 적정한 수준으로 조절해야 한다. 콜레스테롤도 주요 원인이다. 계속 기름기 많은 음식을 섭취하면 우리 몸에서 사용하고 남은 콜레스테롤이 혈관 벽에 반복적으로 쌓이고 결국 혈관의 일부를 막는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심근경색과 협심증으로 이어지는 동맥경화

동맥경화 등으로 혈관이 좁아지거나 혈전이 생기면 심장 근육에 혈액이 잘 공급되지 않는 병(허혈성 심장질환)이 생길 수 있다. 대표적인 허혈성 심장질환으로는 심근경색과 협심증이 있다. 혈관의 70% 이상이 막혀서 심장 근육의 일부가 괴사되는 병이 심근경색이고, 괴사되지는 않지만 혈관 내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가슴에 통증이 생기는 것이 협심증이다.

심장의 혈관이 급성으로 막히는 급성 심근경색의 경우 심장 전체 또는 일부분에 산소와 영양 공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심장이 멈추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심근경색의 대표적인 증상은 가슴을 쥐어짜듯 지속되는 흉통이다. 가슴 통증 외에도 어지럼과 실신, 식은땀, 호흡곤란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특별한 신체활동을 하지 않아도 가슴 통증이 발생하거나 20분 이상 통증이 이어진다. 협심증도 가슴 통증을 유발하는데 특히 신체활동을 할 때 발생하며, 통증 지속 시간은 1분에서 10분까지 다양하다. 

심한 가슴 통증이 발생하면 빠른 시간 내에 응급실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 같은 상태가 응급조치 없이 오랜 시간 지속된다면 환자는 실신하거나 심할 경우 사망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흉통 없이 그냥 답답하거나 소화가 안 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따라서 전형적인 가슴 통증이 아니더라도 가슴에 불편한 느낌이 들면 심혈관질환 전문가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병원에서는 우선 심전도검사와 혈액검사를 통해 질환 여부를 확인한다. 심전도 검사로 심장의 활동성을 확인하거나 혈액 검사(심근효소수치 검사)로 심근경색 여부를 알 수 있다. 장하성 건국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치료는 기본적으로 약물을 우선 사용한다. 주로 심장박동을 느리게 하면서 심장을 쉬게 하는 약물 또는 관상동맥을 확장시키는 약물을 사용한다. 만약 약물치료로도 증상이 지속된다면 관상동맥 중재술이라는 시술을 할 수 있다. 이 시술은 좁아진 관상동맥 혈관을 넓혀주는 시술이다. 혈관 안에 풍선이나 스텐트라는 얇은 철망을 넣어 혈관을 넓히는 치료법이다. 그러나 스텐트가 여러 개 필요할 정도로 심한 경우에는 관상동맥우회로술이라는 수술을 할 수 있다. 가슴을 열고 환자의 혈관을 활용해 막힌 관상동맥 뒤로 피가 흐를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근경색은 평소 앓고 있는 기저질환과 관련이 깊다.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이상지질혈증을 앓고 있거나 고혈압과 당뇨 등은 심근경색의 원인이므로 기저질환에 대한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급성 심근경색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총 12만1428명으로 2015년 8만7984명보다 약 38% 증가했다. 환자 10명 중 7명은 남성이며, 특히 60대 남성 환자가 3만1152명으로 전체 환자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보다 탄수화물 섭취량부터 줄여야 

심근경색과 협심증을 부르는 동맥경화로 좁아진 혈관은 다시 넓어지지 않으므로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의료계가 권하는 동맥경화 예방법은 혈중 중성지방 낮추기, 매일 운동하기, 금연 등이다. 

건강검진 결과에서 혈중 중성지방 수치가 150mg/dL 이상이면 고중성지방혈증으로 진단받는다. 중성지방은 음식을 통해 몸에 들어오거나 간에서 합성되어 혈관을 통해 말초 조직으로 운반돼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그러나 핏속에 중성지방이 과도하게 많으면 나쁜 콜레스테롤(LDL-콜레스테롤) 생성을 늘리고 좋은 콜레스테롤(HDL-콜레스테롤) 분해를 촉진하므로 동맥경화 위험이 커진다.

혈중 중성지방 수치를 낮은 상태로 유지하려면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대신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 섭취를 늘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중성지방을 낮추기 위해 지방 섭취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탄수화물 섭취를 먼저 줄여야 한다. 당류를 섭취하면 간에서 대사돼 지방산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김준석 교수는 “채소와 과일, 견과류에는 항산화 물질이 많기 때문에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근육량 유지를 위해 적당량의 고기 섭취는 필수다. 기름은 올리브오일을 쓰는 것이 필요하고, 등푸른생선도 좋다”고 조언했다. 

나이가 들수록 배는 불룩하고 팔다리는 가는 ‘ET형 몸매’를 가진 사람이 많은데, 이런 경우는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크다. 김재현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연구팀은 심혈관질환력이 없는 20세 이상 성인 1만9728명을 분석한 결과, 복부비만인 사람의 32.8%에서 관상동맥 석회화(관상동맥경화)가 확인됐다. 그런데 근감소증이 있으면서 복부비만을 동반한 사람은 56.8%가 관상동맥 석회화 소견을 보였다. 

따라서 왕성한 신체활동으로 근육 감소를 최소화하는 것이 곧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방법 중 하나다. 김재현 교수는 “노년에 건강한 삶을 누리려면 근육에 투자하는 게 무엇보다 필수다. 근육이 감소하고 살이 찌면 움직이기 어려워 근육 감소를 부추기는 원인이 되는 만큼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하고 활발한 신체활동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병행하면 혈중 중성지방 수치도 낮출 수 있다. 될 수 있으면 매일 30~60분간 유산소운동을 하고, 주 2회 이상 20~30분간 근력운동을 하면 혈중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고 HDL-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일 수 있다. 근력운동으로는 허벅지 근육을 키우는 스쿼트가 좋다. 다만 무릎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에 고령층은 의자 끝에 앉은 후 엉덩이만 살짝 들었다가 3초를 세고 다시 앉는 방법으로 3~4번씩 꾸준히 하면 좋다. 

 

담배는 줄이는 게 아니라 완전히 끊어야

담배를 피우면 혈관 내부가 손상되고 염증 반응도 일어난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혈관 벽이 두꺼워지면서 동맥경화를 가속화해 혈관이 계속 좁아진다. 김준석 교수는 “흡연은 혈관을 수축시키는 혈관수축제의 일종으로 좁아진 혈관을 수축시켜 더 좁게 만든다”고 말했다.

흡연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와 구미차병원 가정의학과 공동 연구팀은 2009년과 2011년 2회 모두 국가검진에 참여한 40세 이상 89만7975명의 흡연자를 대상으로 2년 동안 흡연량 변화에 따른 심뇌혈관질환 발생위험을 분석했다. 

금연을 한 경우 뇌졸중 위험도는 23%, 심근경색 위험도는 26% 낮아졌다. 그러나 담배를 끊지 못하고 줄이기만 한 경우에는 흡연량 변화가 없는 사람과 차이가 없었다. 정수민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안전한 흡연 수준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담배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그 외에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것도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하는 방법이다. 박창범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어떤 사람은 국가건강검진이 무료이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있지만 이전 연구들의 결과를 보면 비싼 건강검진이 더 좋다는 보고는 없다. 국가건강검진은 꼭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검사만을 시행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안 하는 것이 더 손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스피린이 심혈관질환을 예방한다는데⋯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은 논란이 많다. 아스피린이 동맥경화로 인한 여러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지만, 위장관 출혈이나 출혈성 뇌졸중 발생과 같은 합병증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스피린을 복용하려면 의사와 충분히 상담하고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전에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술을 받은 사람이나 아스피린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사람은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중단할 때는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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