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하지 못한 정치’…與野 후보 구설수에 갈피 잃은 ‘MZ 표심’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1.10.20 15: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李 대장동, 尹 전두환…여야 대선 주자 ‘정쟁’에 매몰
“MZ세대는 캐스팅보트…대선 직전까지 ‘내편’ 정하지 않을 것”

대선까지 남은 기간은 140일, 여야는 모두 ‘민지’(MZ세대 머리글자를 따 의인화한 이름) 표심 잡기에 혈안이 돼 있다. 진영이 아닌 실익을 보고 투표하는 성향이 강한 MZ세대가 내년 대선을 좌우할 핵심 유권자로 꼽혀서다.

하지만 정작 정치권을 바라보는 ‘민지들’의 마음은 차갑게 식은 모양새다. 여야 유력 후보들이 각종 스캔들과 구설에 휘말리면서 MZ세대의 ‘정치 피로도’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사저널
ⓒ시사저널

젊어지겠다더니…‘구태’ 재현한 2021 여의도

현재 여의도 각 캠프의 숙제는 ‘민지(MZ) 잡기’다.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는 20~30대 유권자를 의미한다. 이들이 여의도의 ‘캐스팅보트’로 부상한 계기는 지난 서울특별시장 보궐선거부터다. 당시 선거에서 2030세대는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하고 당선을 견인했다. ‘젊음=진보’라는 공식은 깨진 셈이다. 이에 여야 모두 대선에서 MZ세대를 끌어안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대선이 다가올수록 여야 모두 ‘민지’를 잊고 있다. 여의도는 현재 각종 구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대 대선이 5개월도 남지 않았지만, 정책 경쟁은 실종되고 ‘비방’과 ‘의혹’만이 난무하는 모양새다.

우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대장동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부동산과 공정의 문제는 젊은 세대가 가장 민감해하는 주제다. 야당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대선 예비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전두환 찬양 논란’에 휩싸였다. 윤 전 총장이 19일 부산 해운대갑 당원협의회를 방문해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정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고 발언한 게 화근이 됐다.

두 후보 모두 의혹과 구설을 반박, 해명하고 나섰다. 다만 여야 후보들을 바라보는 MZ세대의 시선은 차게 식은 모습이다. 반복되는 실언과 무차별한 의혹 제기의 모습이 ‘나이 든 정치’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학 졸업 후 1년 전 한 무역회사에 취업한 박민영(27‧가명)씨는 “음악이나 공간, 전시는 트렌드라는 게 있어서 계속 변한다. 그런데 정치가 ‘힙해질’ 것이란 기대는 없다. 늘 올드한 모습”이라며 “드라마도 갈등만 계속되면 지루하지 않나. 정치라는 주제 자체가 피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한 중소기업에서 대리로 재직 중인 전민환(31‧가명)씨는 “또래 관심 대부분이 재테크나 주식이다.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나’가 고민인데, 정치권에서는 그 답을 찾을 수 없다”며 “가끔 포털에 올라오는 정치인 발언을 보면 너무 ‘구리다’는 생각만 든다. 그러니 점점 정치 얘기를 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오리무중 MZ표심…“대선까지 ‘내편’ 정하지 않을 것”

유력 대선주자들은 모두 청년층을 승부처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2030세대를 겨냥한 정책과 공약은 마련하지 못한 채, ‘정쟁’에만 매몰된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야 모두에 표심을 두지 못한 MZ세대 ‘중도층’과 ‘무당파’가 증가하는 모양새다

한국갤럽이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포준오차 ±3.1%포인트, 95% 신뢰수준)에서 ‘선호하는 대선후보 없음’ 응답 비율은 20대(18세~29세)가 32%로 가장 높았다. 모름, 응답 거절까지 포함하면 20대 무당층은 49%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MZ세대가 대선 막바지에 ‘분노 표심’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여야 후보들의 태도, 젠더감수성, 경제 정책 등을 ‘종합 검토’한 뒤 대선 직전에서야 마음을 굳히고, ‘최고의 후보’가 아닌 ‘차악인 후보’에 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한국 정치권은 기본적으로 기득권 세력이다. 그리고 그 기득권을 유지하는 가장 간편한 방법이 진영 대결이다. 우리가 잘해서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상대편을 무너뜨려야 산다는 게 지금의 정치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 균열의 정치를 가장 거부하고 있는 유권자가 MZ세대다. 이념, 정당, 지역 등을 근거로 투표하는 세대가 아니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실용이다. 결국 자신들의 세대에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후보를 찾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MZ세대는 미리 예단하고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 대선 전날까지 후보들을 끝까지 지켜보다가 표를 던질 것이다. MZ세대가 대선판을 좌우하는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