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경쟁보다 더 뜨거운 ‘이의리vs최준용’ 신인왕 다툼
  •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0.23 11:00
  • 호수 1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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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선발 이의리 vs 롯데 불펜 최준용, 우열 가리기 어려워
전문가 “심리적으론 이의리, 성적으론 최준용”

올 시즌 프로야구 신인왕 예상에 대한 질문에 야구 전문가들의 답은 한결같다. “어렵다.”

모두 잘해서라면 오죽 좋을까. “다들 너무 못해서”(S 해설위원) 선택이 힘들다고 한다. 올 시즌 신인 선수들의 성적이 그만큼 좋지 않다. 정재영(19·키움 히어로즈), 이의리(19·KIA 타이거즈), 김진욱(19), 나승엽(19·이상 롯데 자이언츠) 등 ‘초고교급’으로 평가받던 선수들이 올해 데뷔 무대를 가졌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그나마 전반기에 이의리, 후반기에 최준용(롯데)이 두각을 나타냈을 뿐이다. 둘은 현재 가장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힌다. 하지만 2% 부족한 성적 탓에 딱히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왼쪽)이의리, 최준용ⓒ연합뉴스
(왼쪽)이의리, 최준용ⓒ연합뉴스

전반기엔 이의리, 후반기엔 최준용 활약 돋보여

좌투수인 이의리는 고졸 신인답지 않은 배포로 시즌 개막부터 선발 로테이션을 꿰찼다. 전반기 그의 성적은 14경기 선발 등판, 4승2패 평균자책점 3.89. 팀의 빈약한 타선 때문에 승리를 많이 거두지는 못했지만, 도쿄올림픽 대표팀에 뽑힐 정도로 어린 투수 중에서 도드라진 활약을 보여줬다. 그는 김경문호에 승선한 유일한 신인 투수였지만, 후에 김진욱이 추가 발탁되면서 둘이 함께 올림픽에 출전했다.

이의리는 올림픽 무대에서도 거침없이 공을 던졌다. 2경기에 선발 등판해 10이닝 동안 18탈삼진을 엮어냈다. 9피안타(2피홈런) 4볼넷 5실점의 성적. 국가대표 차기 좌완 에이스라는 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올 시즌 신인왕은 이의리 차지인 듯 보였다.

그러나 도쿄올림픽 이후 변수가 생겼다. 올림픽 무대에서 자신감을 얻고 돌아와 5경기 선발등판에서 평균자책점 2.74(무승2패)의 호투를 이어가던 이의리는 9월13일 손톱이 깨져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복귀 즈음 투구 연습을 하다가 더그아웃 계단을 헛디뎌 불의의 오른 발목 부상을 당했다. 결국 한 달 넘게 공백기가 생겼고, 그의 데뷔 시즌 성적은 19경기 선발등판 94⅔이닝 투구, 4승5패 평균자책점 3.61에서 멈춰 섰다.

이의리가 1군에서 사라진 뒤 ‘중고 신인’ 최준용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롯데 신인 1차 지명으로 프로에 데뷔한 최준용은 31경기 동안 29⅔이닝 투구(2패 8홀드 평균자책점 4.85)밖에 하지 않아 올해도 신인왕 자격(입단 5년 이내, 30이닝 이내 투구)을 갖췄다.

올 시즌 전반기 2승1패 7홀드 평균자책점 4.42에 그쳤던 최준용은 후반기(10월19일 현재)에 1승1패 1세이브 12홀드 평균자책점 1.18을 기록 중이다. 후반기 들어 거의 철벽에 가까운 피칭을 하다가 10월16일 SSG 랜더스전에서 ⅔이닝 3피안타 2볼넷 3실점으로 무너지며 23경기 연속 비자책 행진이 깨진 것이 옥에 티로 남았다. 시즌 성적은 3승2패1세이브 19홀드 평균자책점 2.91. 20홀드는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해설위원은 “심리적으로는 이의리, 냉정하게 객관적 성적으로 보면 최준용”이라고 했다. 그는 “이의리가 올림픽 등에서 보여준 모습이 확실히 임팩트가 있기는 하지만, 부상 때문에 풀타임을 못 뛰었고 성적 또한 저조하다”는 이유를 댔다. 대신 최준용에 대해서는 “롯데가 후반기 막판까지 포스트 시즌 진출 꿈을 꿀 수 있던 데는 최준용이 불펜에서 막아준 게 컸다”며 후한 점수를 줬다.

하지만 S 해설위원은 “이의리가 1군에 다시 복귀(10월21일)해 2경기 정도 등판하는데, 세 자릿수 이닝과 세 자릿수 탈삼진을 채우는 등 전반기 같은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면 신인왕은 이의리로 기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야구 전문가는 “이의리는 순수 신인이라는 메리트가 있다. 또한 불펜 투수보다는 아무래도 선발투수에 대한 평가가 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KBO 기록상 WAR(대체선수 대비 기여도)에서 이의리는 1.97(팀 투수 중 3위), 최준용은 1.12(팀 투수 중 4위)로 이의리가 최준용보다 앞선다.

투수가 신인왕에 선정될 경우 기준이 되는 수치는 통상적으로 ‘시즌 10승’이었다. 지난해 최고 신인으로 우뚝 선 소형준(kt 위즈)도 13승6패 평균자책점 3.86의 성적을 올렸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신인왕에 오른 선수들 중 최저 승수는 1988년 이용철(MBC 청룡)이 기록한 7승(11패)이었는데, 당시 그의 평균자책점은 2.81이었다. 승수의 경우 팀 성적과 맞물리는 경향이 있어 요즘은 크게 중요시되지는 않지만 이의리가 신인왕이 될 경우 역대 최저 승수(전문 불펜 투수 제외)의 신인왕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3점대 평균자책점이 위안거리가 될 텐데 이는 남은 등판 결과에 따라 유동적인 면이 있다.

불펜 투수들 중에서는 가장 최근 정우영(LG 트윈스·2019년)이 신인왕이 됐는데, 그의 성적은 56경기 등판, 4승6패 1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3.72였다. 정우영은 당시 KIA 소속의 이창진(133경기 타율 0.270, 6홈런 48타점 57득점), 전상현(57경기 1승4패 15홀드 평균자책점 3.12)을 제쳤다. 전상현이 정우영보다 성적 면에서 우위를 보였지만 ‘중고 신인’인 전상현과 비교해 정우영은 순수 신인이었다는 점에서 플러스 요인이 되었다. 최준용은 올해 등판 경기 수가 정우영보다 적기는 하지만 성적 면에서는 더 낫다. 불펜 투수로 20홀드 이상에 2점대 평균자책점만 유지한다면 경쟁력은 충분히 있다.

이의리·최준용 이외에도 ‘중고 신인’ 오원석(20·SSG)이 신인왕 후보로 거론된다. 오원석은 박종훈·문승원의 수술과 외국인 투수의 부진으로 선발투수진이 완전히 무너진 SSG 마운드를 지키면서 7승6패 평균자책점 5.65를 기록 중이다. 참고로 2003년 이동학(현대 유니콘스)은 중고 신인으로 8승3패 평균자책점 5.35의 성적으로 신인왕을 수상한 바 있다.

 

36년 만 vs 29년 만…라이벌 KIA-롯데의 자존심 대결도

신인왕은 정규 리그가 끝난 직후 야구기자회 회원사 및 준회원사(지역신문) 투표로 진행된다. 투표는 신인 선수들에게 1~3위 순위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나름 꽤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1~3위 투표를 골고루 받는 게 중요하다.

이의리가 신인왕을 거머쥘 경우 KIA 타이거즈(해태 타이거즈 포함) 선수로는 1985년 이순철 이후 무려 36년 만의 수상이다. 이의리는 광주에서 초·중·고(광주수창초-충장중-광주제일고)를 나온 ‘진골’ 타이거즈다. 최준용이 신인왕이 된다면 롯데 역시 1992년 염종석 이후 29년 만에 신인왕을 배출한다. 최준용 또한 부산에서 초·중·고(부산수영초-대천중-경남고)를 졸업한 ‘진골’ 자이언츠다. 대표적 인기 구단인 KIA와 롯데는 MVP는 여러 명 배출했지만, 신인왕은 20~30년 전 딱 한 번뿐이었다. 그만큼 신인왕 타이틀에 대한 열망이 뜨겁다. 그 영광은 타이거즈의 몫일까, 자이언츠의 몫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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