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정치인 아마리는 어떻게 자민당 간사장 됐나
  • 박대원 일본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0.26 11:00
  • 호수 1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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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베 총리 시절 ‘週刊文春’ 폭로 기사로 장관직에서 물러나
파벌 동료 고노 대신 기시다 총리 밀어 권력 실세 올라

10월4일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총재가 일본의 100번째 총리로 선출되었다. 기시다 내각 출범에 맞춰 10월4~5일 실시된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는 내각 지지율이 45%로 나타나 2001년의 고이즈미 내각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의 스가 내각 출범 당시 지지율이 65%였던 것을 고려하면 매우 부진한 출발이다.

기시다 내각 출범 직후 일본 언론들은 이른바 ‘3A’라고 불리는 인물 중 하나인 아마리 아키라가 자민당 간사장에 임명된 것에 주목하고 있다. 3A란 아베 신조 전 총리를 비롯해 아베 내각의 간판 정책인 ‘아베노믹스’ 추진에 핵심 역할을 한 아소 다로 전 부총리 겸 재무상과 아마리 아키라 전 경제재생상의 이름 앞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것이다. 자민당 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3A는 이번 선거에서 기시다를 밀면서 그의 총리 옹립을 이끌어냈다. 과거 아베 내각에서 3A는 대규모 정치자금 모금 파티를 개최해 자민당의 ‘돈줄’ 역할을 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크게 확대했다. 최근 아마리 간사장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아베 내각의 경제재생상 시절 그가 지바현의 한 건설회사에 도움을 주고 그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수령했다는 의혹으로 사임한 바 있기 때문이다.

ⓒEPA 연합
기시다 내각의 배후 영향력 3인방으로 꼽히는 ‘3A’의 아마리, 아베, 아소(왼쪽부터)가 2015년 10월7일 총리관저에서 신임 각료 임명식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현 기시다 총리ⓒEPA 연합

2016년 1월20일, 일본의 주간지 ‘슈칸뷴(週刊文春)’은 아마리 경제재생상이 2013년 여름에 일본의 도시재생기구(UR)와 도로 공사로 인한 보상 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던 지바현의 한 건설회사로부터 약 1200만 엔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당시 도시재생기구가 지바현 뉴타운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신규 도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인근에 위치한 건설회사 건물을 파손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파손 보상과 함께 회사 건물 이전에 필요한 비용을 두고 양자 간 교섭이 진행되었고, 이 과정에서 건설회사 관계자가 아마리 경제재생상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건설회사 직원이 2013년 여름 아마리의 비서를 만나 보상 문제를 상담하고, 그 결과 회사 측은 같은 해 8월 도시재생기구로부터 약 2억2000만 엔의 보상금을 받았다. 이에 따라 건설업체의 총무담당자는 보상 문제 해결에 대한 보답으로 아마리의 비서에게 500만 엔을 전달했고, 이후에도 아마리와 비서에게 수차례 현금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슈칸분 보도 이후 아마리는 건설회사로부터 100만 엔을 수령했음을 인정하며 사임했고, 도쿄지검의 수사 결과 혐의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간사장, 당의 정치자금과 선거 공천 관리자

아마리는 사임 이후에도 아베 내각에서 자민당 행정개혁추진본부장, 선거대책위원장, 세제조사회장 등 당내 주요 보직을 맡았다. 지난 스가 내각에서도 세제조사회장에 유임됐으며, 이번 기시다 내각에서는 자민당 2인자인 간사장으로 더 중용됐다. 간사장은 당의 정치자금을 관리하며 선거 공천 및 당 인사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아마리의 금품수수 의혹이 명확히 해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가 그를 간사장으로 임명한 것과 관련해 자민당의 ‘정치와 돈(政治と金)’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도쿄신문은 10월2일자 보도에서 “다시 태어난 자민당을 국민에게 보여주겠다”면서도 아마리가 불기소 처분을 받아 간사장으로 기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기시다의 발언에 대해 “설명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10월6일 입헌민주당·공산당·국민민주당·사민당 등 야(野) 4당은 정치윤리심사회를 개최해 아마리 간사장의 금품수수 문제를 논의할 것을 요청했다. 11일 열린 중의원 본회의에서는 아마리의 금품수수뿐 아니라 아베 내각의 사학비리 및 벚꽃을 보는 모임 문제에 대해서도 재조사 및 구체적인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런 반발이 예상됐음에도 기시다 총리가 아마리를 간사장에 기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아마리가 이번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그의 승리를 이끈 핵심 인물이기 때문이다. 고노 다로와 함께 아소파에 속하는 아마리는 이번 총재 선거에서 고노가 아닌 기시다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혀 아소파가 파벌 차원에서 고노를 지지하는 것을 저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즉 선거 승리에 대한 보답으로 아마리에게 요직을 맡긴 것이다. 또한 아마리는 경제재생상, 경제산업상, 환태평양연대협정(TPP) 담당상 등을 역임하는 등 경제 및 에너지 정책의 ‘정책통’으로 꼽힌다. 따라서 아마리의 기용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경제성장 부진을 극복하고 경제 활성화 대책에 힘을 싣기 위한 목적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아베·아소에게서 실권 빼앗으려 해

한편, 기시다 내각 출범으로 3A 간의 권력관계 변화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아마리는 자신의 소속 파벌인 아소파와는 별개로 ‘사이코우 니혼(さいこう日本)’이라는 정책그룹을 조직하고 이를 주재하고 있다. 이를 일각에선 ‘아마리 그룹’으로 부르고 있다. 기시다 내각에는 바로 이 아마리 그룹 출신이 4명이나 입각했으며, 자민당 내 주요 보직인 간사장대행, 간사장대리, 국회대책위원장도 이 그룹에서 나왔다.

주간포스트는 10월15일 아마리가 간사장으로서 당의 금고를 쥘 뿐만 아니라 측근들을 각료 및 당내 주요 보직에 포진시킴으로써 ‘간사장 겸 그림자 총리’로서 2A(아베·아소)로부터 정부 및 당의 실권을 빼앗으려 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아소 전 부총리가 실질적인 권한이 없는 자민당 부총재에 임명된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아마리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평가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마이니치신문과 사회조사연구센터가 10월4~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에서 아마리를 간사장에 기용한 것에 대해 “찬성한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22%로 나타났다.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명확한 해명 없이 정계 요직을 차지한 아마리로 인해 자민당의 정치와 돈의 문제가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10월말의 중의원 선거는 자민당에 대한 국민의 평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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