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황제 회원권’ 가격, 하늘 높이 훨훨…1년에 두 배 이상 뛴 곳도
  • 안성찬 골프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0.28 08:00
  • 호수 167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부CC 골프회원권 곧 20억 돌파할 듯

최근 골프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면서, 골프회원권 가격도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 특히 갈 곳 없는 ‘돈’들이 골프회원권으로 깊숙이 파고들면서 이른바 ‘황제 회원권’ 골프장들의 회원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특히 골프장 회원권은 고액자산가들이 골프를 즐기면서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매력적인 투자처로 각광받는 현상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황제 회원권은 국내 회원제 골프장 중 명문 골프장이나 프리미엄 골프장을 중심으로 형성된 초고가 회원권을 의미한다. 명문 골프장의 기준은 접근성이 뛰어나면서 예약이 잘되고, 코스 관리나 직원들의 서비스 등 모든 것이 다른 골프장에 비해 특별한 곳이다. 이런 조건이 잘 맞아떨어지면 회원권 가격은 덩달아 뛴다. 이러한 판단 기준은 골프장의 ‘홀당 회원가’로 평가된다. 또한 홀당 올리는 단가는 골프장 수익성과도 직결된다. 이 때문에 수도권 지역의 골프장을 중심으로 이른바 ‘명문 골프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최근 골프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골프회원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위 사진은 경기도에 위치한 한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하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다.ⓒ시사저널 임준선

“현재 최고점 찍은 듯…해외투어 풀리면 소폭 하락할 가능성”

특히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골프투어가 막힌 데다 레저활동에 가장 적합한 청정지역으로 부상한 골프장에 골퍼들이 몰리면서 회원권 가격 상승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한국민속촌 계열사인 경기도 용인의 남부 컨트리클럽은 20억원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남부는 한국의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직전에 23억원의 최고점을 찍은 바 있다. IMF 이후 회원권 가격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러다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다시 상승 분위기를 타더니, 지난해 10월에 비해 1년 만에 6억1000만원이나 상승해 현재 19억6000만원에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남부는 회원 수가 194명으로 국내 18홀 회원제 골프장 가운데 최소 회원 수를 갖고 있다.

경기도 광주 이스트밸리 컨트리클럽(27홀)은 남부와 6000만원 차이로 회원권 가격 랭킹 2위에 올라있다. 이스트밸리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억1000만원이나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에 2배 이상 뛴 골프장도 있다. 삼성그룹의 경기도 가평 가평베네스트 골프클럽(27홀)이다. 6억7000만원이었는데 철저한 회원 위주로 부킹을 해주는 데다 코스가 뛰어나다는 평가가 재조명되면서 가격이 14억원까지 껑충 뛰며 황제 회원권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경기도 광주의 남촌 컨트리클럽(18홀)은 14억5000만원이다. 이 외에도 경기도 여주 렉스필드 컨트리클럽(27홀)이 10억원, 경기도 용인 화산 컨트리클럽은 9억3000만원에 현재 거래 중이고, 경기도 광주 레이크사이드 컨트리클럽(54홀)은 9억2000만원으로 랭킹 7위에 올라있다. 경기도 주주회원제 골프장인 신원 컨트리클럽(27홀)이 7억8500만원, 경기도 용인 아시아나 컨트리클럽(36홀)이 7억7700만원이다.

그런데 이렇듯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회원권 수가 적은 데다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가격이 더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매물 부족과 함께 거래는 거의 실종 상태라는 것이 회원권 업계의 설명이다.

명문 골프장들은 회원 가입이 만만치 않은 점도 가격을 견인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일부 골프장은 회원권을 구입한 골퍼와 기존 골프장 회원들이 라운드를 한 뒤 매너나 품성 등을 평가해 결정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전에 그 골퍼의 범죄 전력 등 이력도 꼼꼼히 들여다본다. 골프장의 품위와 맞지 않으면 거절한다. ‘돈이 있어도 못 산다’는 이야기다.

황제 회원권 외에도 여행 수요와 맞물린 제주 등의 골프장 회원권도 인기다. 지난해 10월 1억5500만원이던 엘리시안제주(27홀)의 가격은 2억3000만원, 1억원에 분양한 SK그룹의 제주 핀크스골프클럽(18홀)은 4억6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렇게 회원권 가격이 오르자 세계 모자 1위 한국 기업인 영안모자가 인수한 제주 사이프로스 골프&리조트도 회원을 모집하는데, 그린피가 파격적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1억5000만원에 분양하는 정회원의 그린피는 고작 6000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회원권 애널리스트 노현호 동부회원권 이사는 “골프회원권이 골퍼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비회원과 달리 최근 ‘부킹난’에도 예약이 잘되고, 그린피가 저렴한 데다 골프장 임직원들에게 ‘대접’을 받기 때문”이라며 “여기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재력가들에게 회원권 가격 상승으로 큰 매력을 주고 있는 것도 회원권 가격과 가치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 이사는 “현재 회원권 가격은 최고점을 찍은 것 같다”며 “위드 코로나로 가면서 해외 골프투어가 풀리면 회원권은 거래 없이 소폭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골프회원권 매매할 때 조심할 것은?

거래량 늘어나면서 사기 사건도 빈번

가격 폭등으로 거래소마다 회원권에 대한 문의가 폭주하고 있어 매도자나 매수자는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주의해야 할 것은 두 가지. 회원제 골프장의 자본 상태와 중개자인 회원권거래소의 재무 상태 및 신용이다. 자본 상태가 부실한 골프장은 무조건 거래하기보다는 한 번쯤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자본이 탄탄하지 않으면 부도가 나거나, 중간에 대중골프장으로 갈아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자칫 회원권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회원권거래소도 중요하다. ‘거래할 골프 회원권거래소의 재무제표와 신용정보를 조회하느냐’는 질문에 골퍼들 99%는 ‘아니요’라고 답한다는 것. 이 때문에 종종 거래소 사고가 터지면 피해를 보는 것은 매도자나 매수자다. 회원권거래소 직원의 말만 믿거나 ‘그동안 거래해 왔으니 괜찮겠지’ 하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회원권 거래량이 늘면서 이를 악용한 사기 사건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최근 오랜 경력과 신뢰감을 주고 있는 J회원권거래소를 사칭한 재외교포들이 같은 상호 사업자를 만들어 회원권 매매대금 5억원을 편취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런 일이 왜 벌어질까. 회원권을 매매할 때는 등기부등본이 따로 필요 없기 때문이다. 이는 단기간에 사기를 칠 수 있는 기회요인이 된다. 따라서 회원권을 사고팔 때 거래소의 신용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나치게 싼 급매물이나 광고 등을 통해 알게 된 회원권 딜러의 말만 믿고 구입했다가는 엄청난 손해를 볼 수 있다. 수억원, 수십억원대 고가 회원권을 구입하려는 고객은 반드시 회원권거래소를 방문해야 한다. 100% 완벽하지는 않지만 일단 회사를 방문해 규모나 신용도 등을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회원권 거래 시 매매대금은 거래소 통장으로 진행된다. 반드시 회원권거래소의 재무제표와 나이스 신용등급 등을 통해 거래소 신용조회를 해보고 진행하는 것이 피해를 막는 방법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