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진 설화(舌禍), 더 격화되는 尹-洪 대전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0.23 10:00
  • 호수 1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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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두환 정치 미화 발언’ 돌발 악재
홍준표, TK·보수층에서 맹추격

국민의힘 최종 대선후보는 윤석열일까, 아니면 홍준표일까. 여당 후보는 이재명 경기지사로 결정되었다. 이재명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했지만 지지율이 올라가는 컨벤션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팎’의 악재 때문이다. 안으로는 경선 결과 반발로 이낙연 전 대표 지지층이 흡수되지 않고 있다. 호남의 지지층 기반에 타격을 받는 모습이다. 밖으로는 대장동 개발 의혹이 계속되고 있다. 프레임 전쟁 성격이라 이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지지층과 진보층을 결집하더라도 중도층은 의혹 논란이 길어지면 이슈 피로감이 커지고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이재명 후보는 흔들리고 있다. 이때 더 주목받는 정치 일정은 11월5일로 예정된 국민의힘 최종 후보 선출이다. 정권교체가 가능한 본선 경쟁력이 더 탁월한 후보는 윤석열일까, 아니면 홍준표일까. 물론 국민의힘 최종 경선에 오른 후보는 모두 4명이지만, 각종 여론조사에 나타나는 유력 후보는 현재 윤석열과 홍준표로 압축되고 있다.

홍준표(왼쪽)·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10월15일 서울 마포구 상암 MBC에서 일대일 맞수토론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洪 , TK 지지율 두 달여 만에 껑충 뛰어 ‘접전’

윤 후보는 검찰총장직을 사퇴하고 난 후 줄곧 보수 야권 내 가장 유력한 후보를 유지하고 있다. 불과 2개월여 전만 하더라도 ‘윤석열 대세론’이 보수진영에서 나타날 정도로 난공불락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판이 달라졌다. ‘홍카콜라’ 홍 후보의 약진이 무섭다. 2017년 대통령선거에서 초반 약세를 면치 못했던 홍 후보는 대선 막판 안철수 후보를 제치고 전체 득표 2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아슬아슬하던 윤 후보에게 대형 악재도 터졌다. ‘전두환 정치 미화 발언’ 논란이다. 최악의 말실수가 나온 셈인데, 정작 윤 후보 본인은 이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버티다 여론이 악화되자 이틀 만에 결국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하며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힘 지지층의 고민은 더 깊어진다.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 유지 여론보다 월등하게 세고 여권 후보가 대장동 개발 의혹이라는 초태풍급 이슈에 발목이 잡혀 있지만, 이길 수 있는 필승 카드를 본무대에 올리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이 되기 때문이다.

최종 경선은 당원 투표 50%와 국민여론조사 50%로 이뤄진다. 특히 정당 지지층을 가리지 않고 전체 응답자에게 답변 기회를 주는 국민여론조사 방식에 초점이 모아진다. 이재명 후보와 일대일 가상대결 형태로 본선 경쟁력을 묻는 방식과 4명의 본선 후보를 보기로 넣고 본선 경쟁력이 가장 강한 후보가 누구인지 묻는 방식이 있다. 일대일 가상대결로 하면 국민의힘 지지층 지지를 상대적으로 많이 받고 있는 윤 후보가 유리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가상대결이 아닌 4명 후보의 본선 경쟁력을 묻는 방식이면 홍준표 후보나 유승민 후보가 더 유리해진다는 주장이 나온다. 결국 국민여론조사가 그만큼 결정적이라는 의미다. 여론조사 지표로 볼 때 두 사람의 운명을 결정지을 치명적인 변수는 무엇이 될까. 대통령 후보의 경쟁력인 지지율을 결정하는 세 가지 기준은 지역·세대·이념 기반이다. 각 기준별로 윤석열 후보와 홍준표 후보의 경쟁력 추세를 살펴보자.

지역 기반으로 볼 때 정치적 응집력과 결집도 그리고 상징적 영향력이 가장 큰 곳은 ‘TK(대구·경북) 지역 표심’이다. 상대적으로 지역 인구 대비 당원 숫자가 많은 편이고, 수도권과 기타 지역의 출향인까지 합하면 그 범위는 더 넓어진다. 더군다나 본선에서 맞붙게 될 이재명 후보의 고향이 TK 지역인 경북 안동이다. 아무리 TK가 보수의 텃밭이라 해도 유권자 정치 성향과 지역의 선거 환경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해야 할 지역이기도 하다. 윤 후보로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한 경력 때문에 TK 민심이 더 중요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경북 구미를 방문했을 때 푸대접을 한 민심을 얼마나 더 지지 세력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지가 승부처다. 홍준표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결국 문재인 후보를 넘어서지 못한 데 대한 TK의 불확신과 좌충우돌하는 불안감을 얼마나 우호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의 의뢰를 받아 매주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범보수 야권 대선후보 중 누가 적합한가’ 물어보았다. 7월30~31일 조사에서 TK 지역은 윤 후보 45.8%, 홍 후보 17.9%로 윤 후보가 거의 30%포인트 가까이 앞서는 결과였다. 그렇지만 10월15~16일 조사에서 홍 후보의 TK 지지율은 37.3%, 윤 후보는 35.3%로 홍 후보의 지지율이 껑충 뛰었다(그림①). 초접전이다.

60대 이상에선 尹 우세 현상 지속돼

국민의힘 최종 경선 두 번째 지표는 ‘60대 이상의 표심’이다. 60대 이상은 유권자 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보수적 성향이 강한 유권자층이다. 보수진영 후보에게 가장 핵심적인 지지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1월5일 전에 실시되는 당원 투표와 국민여론조사에서 후보들이 가장 많은 득표를 해야 하는 대상이다. 정권교체 의지나 반문(反文) 정서가 가장 강한 계층이기도 하다. 60대 이상 유권자를 대상으로 ‘윤-홍 대전’의 추세는 어떤 결과일까. 7월30~31일 조사에서 윤 후보의 60대 이상 지지율은 43.2%, 홍 후보는 10.6%였다. 최근인 10월15~18일 조사에서 윤 후보는 46.8%, 홍 후보는 19.1%로 나타났다. 격차가 조금 좁혀지기는 했지만 윤 후보가 우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그림②).

‘윤-홍 대전’의 세 번째 변수는 ‘보수층의 표심’이다. 대통령선거는 두 개 이념을 확보해야 승리가 가능하다. 보수정당 후보는 보수층과 중도층이다. 중도층이야 본선에서 중요성이 더 커지는 것이고, 당내 경선은 결국 보수층 확보의 싸움이다. 보수층 민심은 어느 후보에게 더 환한 미소를 보내고 있을까. 7월30~31일 조사에서 윤 후보의 보수층 지지율은 46.1%, 홍 후보는 14.1%로 나타났다. 7월말만 하더라도 홍 후보는 윤 후보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10월15~16일 조사에서 홍 후보의 보수층 지지율은 36.8%로 40.5%인 윤 후보와 거의 차이가 없다(그림③).

후보와 홍 후보의 본선 진출 경쟁이 예상보다 더 뜨겁다. 머리카락 한 올 차이의 숨 막히는 혈전이 펼쳐지고 있다. 최종 경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변수를 기준으로 분석해본 결과 지난 3개월 동안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판세를 주도했던 후보의 지지율은 정체되어 있는 반면 홍 후보의 추격세는 가파르다. 특히 TK와 보수층 표심은 두 후보가 막상막하다. 그러나 보수 성향이 강한 연령대인 60대 이상에서 두 후보의 차이가 아직 좁혀지지 않았다. 석열과 홍준표 승부의 칼끝은 60대 이상 특히 여성 유권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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