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윤석열·홍준표 소셜분석…부정 여론 가장 폭발한 시점은?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1.10.25 10:00
  • 호수 1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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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의 대선’, 데이터가 말해 준다
지난 100일·최근 한 달, 이재명·윤석열·홍준표 3인 소셜 데이터 분석
정책은 실종, ‘범죄’ ‘혐의’ ‘의혹’ 등 부정 연관어 대다수
“자질 의심되는 후보들끼리의 ‘적대적 공생’ 엿보여”

차기 지도자 후보들이 각종 의혹의 주인공이 되는 선거. 공약보다 범죄 여부를 검증하는 선거. 그래서 각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호감도를 압도하는 선거. 우리는 가히 ‘비극’이라고도 불리는 20대 대통령선거, 그 싸움의 현장을 매일 ‘관전당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대선 정국 초기부터 피로도 높은 도덕성 논쟁을 벌여왔다. 그러다 한 달여 전 각각 ‘대장동 개발’과 ‘고발 사주’ 의혹이 터지면서, 이젠 도덕성에 앞서 ‘위법성’을 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2017년 대선에서 도덕성 공격을 가장 많이 받았던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이번엔 도덕성을 자신의 최대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재명·윤석열·홍준표 3강의 대권주자들은 대중에게 어떤 이미지로 소비되고 있을까. 그간 대선 국면에서 이들은 주로 어떤 키워드들과 함께 언급돼 왔을까. 이들을 향한 부정적 여론은 어느 시점에 가장 폭발했을까. 소셜 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를 이용해, 이번 대선이 ‘역대 최악의 대선’ ‘악당과 악당의 대결’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가시화해 보았다. 분석은 세 후보가 본격적으로 대권주자 행보를 시작한 후 100일(7월11일~10월19일)과, ‘대장동 개발’ ‘고발 사주’ 의혹이 터진 후인 최근 한 달(9월19일~10월19일)의 결과를 나눠 비교했다. 데이터 분석 채널은 해당 기간 언론보도를 비롯해 네이버블로그, 인스타그램, 트위터(리트윗 포함), 주요 커뮤니티에 게시된 글이다.

최근 100일 언급량, 이재명 980만·윤석열 210만 건

우선 여론의 관심도를 일차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는 ‘언급량’이다. 지난 100일 세 후보의 온라인상 언급량을 살펴본 결과, 이재명 후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후보 언급량(980만1281건)은 윤석열(210만8252건)·홍준표(47만1376건) 후보의 수치를 크게 앞섰다. 하루 평균 9만8000여 차례 언급된 셈이다. 100일간 단 하루도 다른 두 후보가 이 후보 언급량을 넘은 날은 없었다. 이 후보가 가장 많이 언급된 채널은 트위터로 나타났다.

각 후보의 언급량이 최고조를 보인 시점은 조금씩 달랐다. 이 후보는 민주당 본선 후보로 확정된 다음 날인 10월11일(17만9967건) 가장 많이 세간에 오르내렸다. 경기도 국정감사가 열린 10월18일(16만6654건)이 그 뒤를 이었다. 윤 후보는 ‘주120시간 노동’을 언급해 당 안팎에서 비판을 받았던 7월20일(6만7469건)에 가장 많은 언급량을 기록했다. 이어선 “가난한 사람은 ‘부정식품’이라도 사 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발언한 사실이 밝혀진 8월2일에 높게 나타났다. 같은 날엔 윤 후보가 입당 후 처음으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는 이슈도 있었다. 홍 후보는 이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처음으로 승리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9월7일(1만8552건)로 나타났다.

‘얼마나’ 언급됐느냐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언급됐느냐다. 이는 해당 글에서 각 후보의 이름과 함께 어떤 키워드들이 강한 상관관계를 갖고 사용됐는지 ‘연관어 분석’을 통해 확인했다.

연관어 분석 결과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책의 실종’이다. 지난 100일간 세 후보의 상위 연관어들 가운데 정책이나 공약과 관련한 단어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이 후보가 줄곧 자신의 정체성으로 밀어온 ‘기본소득’은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단어들에 밀려 순위권 한참 밖(39위)에 머물렀다. 문재인 정부와 관련해 국민의힘에서 가장 열띠게 비판해온 ‘부동산’조차 유의미한 순위 내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네거티브의, 네거티브에 의한, 네거티브를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결과다.

정책이 사라진 자리엔 각종 의혹과 관련한 단어들이 들어앉았다. 우선 이 후보의 경우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한 단어들(‘화천대유’ ‘게이트’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사건’)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대장동 개발 의혹이 터진 지 약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지난 당 경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다른 논란들을 모두 앞섰다. 기간을 최근 한 달로 좁혀 분석해 보면,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한 연관어들의 사용 비율은 더욱 높아진다. 관련 단어들의 건수를 합치면, 1위 연관어인 ‘이낙연’을 크게 앞지른다.

윤 후보 역시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 ‘장모’ 등이 순위권에 올랐다. ‘검사’ 역시 고발장 최초 전달자 손준성 ‘검사’, 혹은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부실 대출 수사 ‘주임검사(윤석열)’ 등의 맥락에서 함께 많이 거론됐다. ‘조국’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와 윤 후보 가족 수사를 비교하며 SNS상에서 많이 언급됐다.

홍 후보의 경우 지난 100일 사이 눈에 띄는 지지율 상승을 경험한 만큼, ‘여론’ ‘여론조사’ ‘지지율’ ‘본선’ 등 그에 대한 여론의 변화를 조명한 연관어들이 주를 이뤘다.

‘부정어 비율’ 윤석열 78%·이재명 73%·홍준표 67%

세 후보는 모두 복수의 호감도 여론조사에서 과반의 비호감도를 기록하고 있다. 9월 셋째 주 한국갤럽이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호감’과 ‘비호감’ 응답이 이재명 34% 대 58%, 윤석열 30% 대 60%, 홍준표 28% 대 64%로 각각 나타났다. 이들의 비호감도는 조사가 새로 진행될 때마다 상승하는 추세다.

각 후보와 주로 함께 사용된 ‘긍정·부정어’를 분석한 결과는 현재 이들의 높은 비호감도를 좀 더 구체적으로 뒷받침해 준다. 조사 결과, 지난 100일 세 후보에 대한 부정적 감성이 담긴 단어의 사용 비율은 70% 안팎이었다.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는 각각 73%와 78%를 기록했으며, 홍준표 후보가 이보다 조금 낮은 67%로 나타났다. 기간을 최근 한 달로 좁혀봐도 이들에 대한 부정어 비율은 떨어지지 않았다.

자주 함께 사용된 부정어들의 강도와 수위 역시 대체로 높다. ‘범죄’ ‘혐의’ ‘의혹’ 등과 같이 사회면에 주로 등장하는 단어들이 이들과 함께 자주 사용됐다.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한 단어 ‘특혜’를 비롯해, 대장동 개발 의혹이 터지기 전 불거졌던 과거 ‘음주운전’ 전력, 형수를 향한 ‘욕설’ 그리고 공직선거법 재판 당시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의 ‘무료’ 변론 의혹 등이 나타났다.

윤 후보의 경우, ‘1일 1망언’이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자주 논란의 발언을 한 탓에 ‘망언’이라는 부정어가 상위에 자리 잡았다. 또한 ‘추미애’ ‘이준석’ ‘홍준표’ 등과 이어져온 갈등의 영향으로 부정어 ‘갈등’ 역시 자주 함께 거론됐다.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민주당이 비판하며 사용한 ‘국기문란’,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논문과 관련한 ‘표절’도 많이 사용된 부정어로 나타났다.

홍 후보는 지난 대선 때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설거지는 여자가” “돼지발정제” 등 과거 문제적 발언들이 여전히 커뮤니티 등에서 회자되면서 ‘막말’ 키워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번 경선 과정에서 하태경 의원을 향해 “줘패버릴 수도 없고”라고 말해 스스로 논란거리를 추가하기도 했다. 유승민 후보와 이른바 ‘배신자 논쟁’을 벌이면서 ‘배신’이라는 부정어도 상위권에 올랐다.

각 후보를 지지하는 특정 커뮤니티에서 주로 사용한 ‘지지하다’ 정도를 제외하면, 후보들의 감성어 상위 10개 가운데 긍정성을 가진 단어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만큼 온라인상에선 후보들의 문제적 언행 혹은 전력과 관련한 비난 여론만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뽑아야 할 이유’는 더욱 사라지고 ‘뽑지 말아야 하는 이유’만 계속해서 추가, 공유되고 있는 것이다.

 

“각 후보, 네거티브 관리가 제대로 될 수 없을 정도”

정책이 사라지고 비난과 부정이 판치는 현상이 유독 이번에 강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의 말이다.

“지금과 같은 비정상적 국면의 원인은 4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우리나라 정치가 양강구도, 승자독식으로 굳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선거마다 양측은 ‘사생결단’의 자세로 임한다. 두 번째로는 대선 경선 문화의 문제다. 국정 능력이나 정책 비전에 대한 검증은 항상 뒷전이다. 네거티브 ‘한 방’을 통해 판세를 역전시키려고 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팽배해 있다. 셋째, 여기에 기름을 붓는 ‘옐로 저널리즘’도 문제다. 이렇게 과열된 싸움을 중계하듯 선정적 보도를 쏟아낸다. 그런데 이 세 가지 특성은 강도가 조금 달랐을 뿐 앞선 선거들에서도 나타났다. 여기에 이번 대선에선 자기 관리가 안 된, 공격거리가 너무나 많은 후보들이 양당에서 나왔다는 문제가 추가된다. 이런 후보들이 선두를 달리면서 네거티브 관리가 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현상이 3월9일 대선 디데이까지 이어질 것이며 오히려 더욱 강해질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엄 소장은 “여야 주요 후보들이 여러 치명적인 논란을 겪고 있는데도 지지율은 비교적 굳건하다. 여러 이슈로 자신들에게 관심을 집중시키고 각자의 지지자들을 더욱 결집하는 ‘적대적 공생관계’가 엿보인다. 이런 대치 상태로 선거가 치러질 것이며, 대선 디데이뿐 아니라 대선 이후에도 엄청난 정치적·사회적 후유증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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