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긴축의 시대… 변화에 투자해야”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1.10.27 12:00
  • 호수 1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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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실물경제와 무관한 자산 버블도 경계해야”

“코로나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 경제지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돈의 흐름은 지금까지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의 의사결정 또한 이전과는 달라져야 한다.”

10월20일 만난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한양대 겸임교수)의 말이다. 그는 2018년부터 매년 《한 권으로 먼저 보는 경제전망》 시리즈를 발간하고 있다. 올해도 네 번째 경제 전망서를 발간했다. 그가 바라보는 2022년 경제는 ‘제자리로 돌아가는 시기’다. 코로나19 충격을 극복하고 경제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하지만 우려가 없지는 않다. 김 실장은 특히 유례없는 감염병 사태로 돈이 많이 풀리면서 덩달아 치솟은 자산 가치가 코로나 종식 후 꺼질 것을 우려했다. 그는 “풍선에 바람을 불면 어느 수준까지는 커지지만 한계를 넘어서면 터진다”면서 “현재의 자산 가격은 실물경제와 무관하게 형성된 것이니만큼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 역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실장과의 일문일답.

ⓒ시사저널 임준선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위드 코로나 정책이 시행되면서 전 세계 경제의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020년은 전례 없는 감염병 사태를 겪은 대전환기였다. 전 세계 경제는 성장률이 3.1%나 후퇴했다. 2021년은 이 충격에서 회복되는 시기다. 백신 보급과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전 세계 경제는 5.9%나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은 제자리로 돌아가는 시기다. 세계경제의 총량적(평균적) 지표들이 크게 개선돼 코로나19 충격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그는 이 시점을 ‘회귀점’이라고 표현했다).

일례로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2년간 비대면으로 개최되던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22’가 3년 만에 대면으로 열리기 때문이다. 심리적으로 그만큼 변화가 커졌다. 보복 소비 또한 향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이나 여행, 면세점 등 대면 서비스업이 백신여권 등의 도입에 따라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경제가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긴가.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국가별로, 혹은 계층별로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백신 보급 속도가 국가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백신 보급 속도가 높은 선진국의 경우 코로나 이전으로 경제가 회복될 수 있지만, 나머지 신흥 개도국이나 저소득 국가는 경제가 더 악화될 수 있다. 과거 지각변동 이후 단층선이 벌어지는 것처럼 불균형 회복 과정에서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으로 본다. 투자 역시도 당분간 신흥국 상장지수펀드(ETF)보다는 선진국 ETF에 투자하길 권장한다.”

위드 코로나 시대의 투자 포인트는 무엇인가.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가뭄일 때는 수도꼭지를 최대로 틀어야 하지만, 가뭄이 끝나면 꼭지를 조금씩 닫아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전 세계 중앙은행이 돈을 푸는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지금은 이 돈을 조금씩 거둬들여야 한다. 경제적 용어로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라고 한다.

그동안 천문학적인 돈이 시중에 유통됐다. 백신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이 이 돈을 회수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늦어도 내년 2월에는 테이퍼링이 시작되고, 2022년 하반기에는 시중에 풀리는 돈이 0달러가 될 것으로 본다. 금리도 마찬가지다. 사상 유례없는 저금리 시대가 최근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자산 가치가 급등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최근 기준금리를 서서히 올리고 있다. 내년 하반기에는 기준금리가 상당 부분 인상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주요국의 통화정책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위드 코로나 시행을 앞두고 국내에서는 자산 버블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자산 가치가 급등한 곳은 한국만이 아니다. 뉴질랜드나 독일 등에 비하면 한국은 중간 수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경제가 회귀점에 도달하면서 자산 버블을 우려하는 시각 역시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풍선을 예로 들어보자. 풍선에 바람을 불면 적정 수준까지는 커진다. 한계를 넘어서면 터지게 된다. 현재의 자산 가치 상승은 실물경제와 무관하다. 풍선으로 치면 바람(실물경제)도 없이 풍선(부동산)이 커지다 보니 부작용을 우려하는 게 당연하다.

투자자들은 정책 당국의 통화정책에 맞춰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코로나 사태 때 월급을 꼬박꼬박 저축해 3000만원을 모은 사람과 집값이 올라 한 번에 3억원을 번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두 사람의 생각은 어떨까. 월급을 꼬박꼬박 모은 전자는 오히려 자신이 가난해졌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현상을 ‘K자형 회복’이라 한다. 그런 관점에서 기준금리 인상 속도나 통화정책 등 경제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그 변화에 투자해야 한다. 그게 바로 재테크다.”

기업의 경영 상황 역시 크게 변할 수 있나.

“삼성이나 LG 등 주요 기업의 구매 컨퍼런스에 참석해 보면 변화된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공급 사슬의 병목현상이 내년에는 더욱 심화되고, 시기도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의 불균형이 심화된 게 원인이다. 원자재나 부품의 수급 안정이 경영 전략의 관건이 되고 있다. 때문에 기업의 구매 의사결정 역시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당면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제 회복이 당분간 선진국 위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소기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부동산 전망은 어떤가.

“양치기 소년이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쳐도 사람들은 더 이상 믿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정부는 그동안 집값 고점을 지속적으로 외쳐왔다. 그럼에도 집값은 계속 상승했다. 결국 국민들은 정부의 말을 믿지 않고 ‘패닉 바잉’을 시작했고, 매수세가 강하게 이어지고 있다. 다주택자들 역시 막대한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매매 대신 증여를 선택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화정책은 여전히 변수다. 금리가 추가로 인상되고, 정부가 유동성을 회수할 경우 돈의 가치가 높아지게 된다. 이 경우 자산 가치가 조정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상승 흐름은 과거보다 둔화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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