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 ‘어느 층이 상대방 더 미워하는가’ 혐오 선거 될 것”
  • 감명국·조문희 기자 (kham@sisajournal.com)
  • 승인 2021.10.25 07:30
  • 호수 1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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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중권 사회비평가의 대선 정국 작심 비판
“여야 선택지 강요 참을 수 없어 ‘제3의 물결 일으켜보자’ 포럼 만들어”
“이번 대선, 구도 자체는 野에 유리…하지만 인물 경쟁력이 안 돼”

진중권, 이제 정치권에서 꽤나 불편한 이름이 되었다. 아무리 사회비평가라고는 하지만, 그의 날 선 비판은 인정사정이 없다. 공격 대상도 전방위적이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집중되는 듯하면서도 야당을 향해서도 가차 없다. 한때 당원으로 몸담았던 정의당에도 마찬가지다. 네 편 내 편 없이 독설을 마구 쏟아낸다. 얼마 전 TV 드라마에서 유행했던 “이건 아니라고 봐, 아닌 건 아닌 겨!” 식이다. 그러니 여든 야든 별로 달갑지 않다. 지지층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공격도 많이 받는다. “말이 점점 더 독해진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래도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다. 진영 논리에 빠진 정치인이나 거기에 함몰된 극렬 지지층의 공격일 뿐이라는 것이다. 진 전 교수는 지난 9월 권경애 전 민변 소속 변호사,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 등과 함께 ‘선후포럼’을 만들었다. 한때 진보진영에 몸담았지만, 지금은 민주당에 가장 비판적인 인사들이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을 지지하지도 않는다. 우리 정치의 고질적 문제를 꼽아 대안을 제시하겠다며 만든 모임이다. 이달에는 무소속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만났다. 역대 ‘최악의 대선’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현 대선 구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지 않을까.

10월19일 시사저널의 인터뷰 요청에 응한 진 전 교수는 “국민의힘 아니면 민주당, 이런 식의 선택지를 강요받는 걸 참을 수 없어서 제3의 물결을 한 번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중도의 입장에서 옳은 건 옳은 거고, 그른 건 그른 거라고 말할 수 있는 단체가 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 이종현

이번에 펴낸 책의 제목이 《이것이 우리가 원했던 나라인가》이다. 제목만으로도 책의 내용을 충분히 짐작하게 되는데.

“민주당 정권이 왜 이렇게 망가졌는가, 왜 이렇게 변질됐는가를 분석한 글이다. 기본 명제는 ‘지금의 민주당은 더 이상 김대중-노무현의 민주당이 아니다’는 것이다. 과거의 386과 전대협, 새천년 세대를 형성한 사람들이 민주당을 장악하다 보니 자유민주주의 시스템과 자꾸 충돌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과거 그들은 기득권에 대한 저항운동을 했지만, 지금은 그들이 새로운 기득권층이 됐다. 그런데 그 사실에 대한 인식 자체를 못 한다. 자신들은 늘 숭고한 개혁과 혁명의 사도이고, 나머지는 다 적들로 여긴다. 자신들은 그런 적폐 세력에 둘러싸여 있다는 멘털리티를 갖고 있는 거다. 그러다 보니 민심과 당심이 분리되고,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 게 이른바 ‘조국 사태’였다. 이것이 결과로 나타난 게 지난 4월 재보선이다. 이런 분석을 담았다.”

현 정부 출범의 중심 세력이 ‘친노’인데, 노무현 정부 때와 다르다는 것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아주 철저한 자유민주주의자였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매우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였기에 통제가 됐다. 그런데 이 두 분이 가시면서 지금 민주당에는 어른이 사라졌다. 그나마 유인태 전 의원이나 이상민 의원이 쓴소리를 하고 있는 정도다.”

내년 3월 대선은 결국 ‘이재명 대 윤석열’의 대결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동의하는가. 아니면 혹시 다른 변수가 생길 것으로 보는가.

“저 또한 그렇게 본다. 지금 홍준표 후보가 많이 따라왔지만, 바깥 확장성이 많이 떨어진다. 특히 여론 주도층에서는 비토가 강하다. 사형제 부활이나 핵 공유 및 개발, 사시 부활 등은 모두 퇴행적이다. 미래가 아닌 옛날에 가 있기 때문에 이건 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으로선 아무래도 이-윤 두 후보의 대결이 될 것 같은데, 참 대안이 없다.”

두 유력 후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역대 최악의 선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대장동 개발 의혹이나 고발 사주 의혹 등이 대선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가.

“단순히 네거티브에 그친다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진 못할 텐데, 이 사안들의 경우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그 결과에 따라 출렁이는 것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극렬 지지층은 절대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수사에서 불리한 결과가 나온다면 더 결집하는 현상을 보일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게 중도층이다. 중도층은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받는 거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 난감해하는 분이 많을 것이다. 지금 여론조사에 대답 안 하는 분이 상당히 많아서, 지금의 대선 지지율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극렬 지지층끼리의 지지율일 뿐이다. 지금은 양쪽 모두에 열기가 없다. 과거에는 노사모 열풍, 박사모 열풍, 문재인 촛불 등이 있었지만, 지금은 열풍이 하나도 없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종교집단 같은 신앙심을 가진 극소수들의 열렬함만 있지, 보통사람들은 상당히 냉담하다. 지지하는 이유를 ‘대안이 없다’고 얘기한다. 이번 선거는 그렇기 때문에 혐오 선거, 증오 선거가 될 것이다. 어느 층이 상대방을 더 강렬하게 미워하는가. 상대에 대한 증오를 더 효과적으로 조직해 내는가의 싸움이다. 실제로 선거가 그렇게 가고 있다.”

어제(18일) 이재명 지사의 국감을 지켜본 소감은 어땠나

“국민의힘 의원들의 질의를 보니 참 한심했다. 국회의원들은 수사권이 없다. 증인도 못 부르지 않나. 사실 이걸 이재명 후보의 배임으로 몰고 가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확고한 물증을 찾기 어려울 테니까. 그런 물증이 남아있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안이 갖고 있는 정치적 함의를 부각시키는 데 집중했어야 한다. 성남시장으로서 토건세력과 결탁해 국민 공익에 1조원에 이르는 손실을 초래한 사건이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묻는 쪽으로 가야 한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어떻게 변명을 하고, 어떻게 사건을 축소하고, 어떻게 책임을 회피하고, 또 어떻게 책임을 전가하는지 그 모습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어차피 판단은 국민이 한다. 국민의힘은 뭐 ‘결정적 제보를 받았다’ 이러는데, 기껏해야 나온 게 조폭 사진 올리고, 그것조차 확인도 안 한 거다.”

얼마 전 CBS 라디오 방송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만에 하나 이재명 후보가 낙마할 경우에 대비해서라도 경선 결과에 승복하는 게 좋다”고 한 바 있는데, 그럴 가능성을 높게 보는가.

“높진 않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도 없다. 혐의가 배임이기 때문에 기소는 될 거라고 본다. 그런데 이 후보는 실제로 기소된다 할지라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구속이라는 극단적 상황이 벌어졌을 때는 민주당에서 정치적 판단을 내릴 것이다. 또 다른 후보를 내서 이 사람이 사실상의 우리 후보라는 식으로 만들어갈 것이다. 검찰 입장에서 기소는 할 것이라고 본다. 다만 기소 자체로는 출마에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이는 윤석열 후보의 고발 사주 의혹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양쪽 다 정치적 음모라고 주장하고 나올 테니까. 다만 지지율은 출렁일 수 있다.”

‘고발 사주’ 등 윤 후보 관련 의혹들이 향후 대선 정국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영향이 크진 않을 것 같다. 이미 나왔던 얘기들이다. 지난 2년여 동안 털었던 얘기들이고. 다만 윤 후보의 문제는 윤석열 자신이다. 손바닥에 왕(王)자를 쓴다든지 하면 호감도가 확 떨어진다. 잦은 실언이 나오면서 철학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이 사람이 과연 대안일까, 아무리 정권교체가 급하다 하더라도, 이런 생각을 들게 하는 것은 윤석열 본인 문제가 더 크다.”

지난 9월 직접 국민의힘 후보 면접 당시 윤 후보에게 ‘고발 사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사퇴할 건가’라고 묻기도 했는데.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윤 후보의 태도가 잘못됐다. 기존 정치인과 똑같은 태도를 보이더라. 고발 사주 의혹에 손준성 검사가 관여된 건 거의 확실하지 않나. 그렇다면 ‘나는 몰랐지만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깨끗하게 사과하겠다. 내 책임이다. 회피하지 않겠다.’ 이렇게 나와야 하는데 거꾸로 ‘여권의 공작이다’ 이렇게 나왔다. 그러면 ‘저 사람 거짓말하네? 앞으로 다른 일도 거짓말할 수 있겠네’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다.”

최근 김동연 전 부총리와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일각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금태섭 전 의원 등과 더불어 기존 여야 구도를 벗어난 ‘제3지대’ 결집 가능성도 거론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이미 사라졌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윤석열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들어가면서 그 지대는 굉장히 약해졌다. 제가 ‘선후포럼’을 만든 것도 대선 이후를 그린 것이다. 어차피 이번 대선은 망했다. 국민의힘 아니면 민주당, 이런 식의 선택지를 강요받는 걸 못 참겠다는 거다. 그래서 제3의 물결을 한번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만든 거다. 우리는 그저 중도의 입장에서 옳은 건 옳은 거고, 그른 건 그른 거라고 말할 수 있는 단체가 되자는 것이다.”

현 정권에 대해 누구보다 비판적이면서도 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의 작가 실력을 인정하는 발언이나, 서민 교수의 ‘좌파 집권 100년 불가론’을 강하게 비판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중도여서가 아니라 그건 상식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떤 당이든 잘못했으면 정권을 내줘야 하는 거다. 100년 집권은 독재를 하겠다는 소리 아닌가. 그건 굉장히 잘못된 사고다. 민주당의 어느 분을 만났더니 ‘그래도 저쪽에 정권을 줄 순 없잖아요’라고 하더라. 왜? 이쪽에서 잘못했으면 그쪽에 주는 게 민주주의다. 그걸 안 주려고 하니까 독재가 되는 거다. 못하면 정권을 뺏기는 게 당연한 거지, 무리를 해서라도 우리가 갖고 있자고 하는 게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거다. 문준용씨 같은 경우에도 곽상도 의원의 공격은 거의 사생팬 수준이었다. 비판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무조건 부정적인 이미지만 뒤집어씌우려고 무리하게 공격한다. 그걸 비판한 거다”

향후 정치 참여에 대한 계획도 갖고 있나

“20년만 젊었어도 띠 두르고 출마하는 그런 열정들이 있었을 텐데(웃음), 이젠 그런 열정이 없다. 지금 우리 세대가 할 수 있는 것은 젊은 층들이 활약할 수 있게 하고 뒤로 물러나서 지원해 주는 것이다. 입은 닫고 지갑을 열라는 말이 있지 않나. 우리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그들을 키워주고 세대교체를 하는 쪽으로 진보를 재구성해야 할 것 같다. 좌우 진영으로 빠지지 말고 합리적으로 말이 되는 것을 좇아야 한다. 좌라 하더라도 아파트를 갖고 싶은 국민의 욕망은 긍정할 수 있어야 하고, 민주노총에 대해서 한마디 할 줄도 알아야 한다. 김동연 전 부총리도, 금태섭 전 의원도 그런 얘기를 하고 있다.”

선후포럼 등이 중도 성향의 정당으로 확대될 여지도 있을 듯하다.

“구체적으로 얘기된 건 없지만, 적어도 이 정도까지는 얘기가 됐다. 정당의 형태가 되든 어떻든 간에 정치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민주당 경선에 대해 “그럼에도 결국 이재명 후보가 될 것”이라고 했고, 야당 경선에서도 “원희룡 후보가 4강에 갔으면”이라고 했다. 일단은 다 맞은 셈인데, 혹시 내년 3월 대선에 대한 전망도 가능할까

“저는 모른다. 돗자리 안 깐다(웃음). 구도 자체는 국민의힘에 유리하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기 때문에. 그런데 인물 경쟁력을 더 보여줄 필요가 있다. 전국 지자체도 그렇고 워낙 민주당에서 많은 걸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야당에서) 이런 흐름을 깨려면 명확하게 어젠다 세팅을 하고 확실한 인물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그게 안 되고 있다.”

만약 지금 대선 투표를 한다면 누구를 선택하겠나

“원래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였다. 그런데 난데없이 심 후보가 민주당과 연정을 하겠다고 말하는 거다. 정권교체 여론이 55%가 나오고, 민주당의 180석이 지금 국회를 이렇게 망쳐놓았는데, 거기와 연정하겠다고 하니 화가 나더라. 여야 가리지 않고 합리적인 의원들과 함께 연정하겠다고 했으면 또 모를까. 그래서 지금은 완전히 부동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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