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넘쳐나는 이상한 주택들
  • 이진우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앵커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0.22 17:00
  • 호수 1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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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동산 시장에서 회자되는 것 중 소비자들이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사실상 분양주택인데 임대주택인 것으로 포장되는 것. 또 하나는 사실상 임대주택인데 분양주택으로 왜곡되는 것인데 전자의 이름은 민간임대주택, 후자의 이름은 토지임대부 주택이다. 둘 다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규제에 구멍도 안 생기고 제대로 된 주택정책을 유권자로서 선택할 수 있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민간임대주택은 사실상 분양주택인데 임대주택으로 분류되면서 각종 규제를 회피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파트 한 채가 10억원쯤 하는 곳에 새로 아파트를 지어 분양해 약 12억원 정도에 팔고 싶은 건설회사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지금은 분양가 상한제 또는 분양가 심사 때문에 잘해야 9억원 정도에 분양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아파트를 보증금 8억원에 월세 100만원에 ‘임대’하면서 10년 후에 분양가 12억원에 소유권을 넘기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그게 민간임대주택이다. 10년간 임대를 하기 때문에 임대주택으로 분류되고 그래서 분양가 규제도 받지 않는다. 분양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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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도 좋다. 어차피 10년 후에는 내 집이 되는 게 확실하고 그 가격도 정해져 있으니 사실상 지금 12억원에 분양받는 것과 동일한데 아직 내 집이 아니니 각종 세금도 안 내도 되고 무주택 자격을 유지하면서 기회를 노릴 수도 있다. 이런 민간임대주택은 사실상 분양주택임에도 임대주택으로 포장되어 판매되고, 그런 장점들 때문에 임대주택 거주권은 몇억원씩 프리미엄이 붙어서 거래되기도 한다. 규제가 필요하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대선주자들의 공약으로 자주 등장하는 용어다. 이건 정부가 소유한 토지에 아파트를 지어 매우 싼값에 분양하겠다는 일종의 반값 아파트 계획이다. 정부가 소유한 토지에 아파트를 지으니 땅값이 들지 않아 매우 싸게 분양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 아파트는 토지를 정부가 계속 보유하면서 임대만 해준다. 그러니 그 아파트를 분양받는 사람들은 건물만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정책을 계획하고 구상하는 측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홍보하지만, 사실 이런 토지임대부 주택은 분양주택이 아니라 사실상 임대주택이다. 예를 들어 주변 시세가 10억원쯤 되는 곳에 정부 소유 토지가 있어 그 토지를 빌려주고 건축비만 들여서 3억원에 아파트를 지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아파트는 5억원쯤에 분양해도 얼마든지 분양될 것이다.

그런데 이 아파트는 30~40년쯤 지나면 재건축을 해야 할 만큼 낡을 것이고 결국 철거해야 하는데 철거를 앞두면 그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아무것도 받지 못한 채 집을 비워야 한다. 40년 된 아파트가 재건축 대상 아파트로 수십억원에 거래되는 이유는 건물의 가치보다는 토지의 가치 때문이다. 그런데 토지임대부 아파트는 40년이 지나면 건물의 가치는 0이 되고 토지는 국가 소유이니 그 토지임대부 아파트의 소유자가 보유한 자산의 가치는 0이다. 결국 5억원이라는 반값에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아파트는 사실상 40년 치 월세로 선불 5억원을 내고 거주하는 ‘장기 임대아파트’일 뿐이다.

아파트 가격의 거품은 조금만 신경 쓰면 뺄 수 있으며 약간만 고민하면 반값 아파트라는 게 가능하다는 착각 때문이다. 값이 저렴한 주택은 존재하기 어려우며 존재한다면 결국은 나랏돈으로 그 주택을 분양받는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주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이해해야 한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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