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도 실패도 아닌 김광현의 도전, 내년 MLB 살아남을까
  • 이창섭 SPOTV MLB 해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1.08 11:00
  • 호수 167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과도 있었지만 아쉬움도 남겼던 첫 두 시즌…그는 계속 메이저리그의 부름을 받을 수 있을까

지난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계약한 김광현(33)은 60경기 단축 시즌으로 첫 시즌을 보냈다. 8경기(7선발) 출전 성적은 3승, 평균자책점 1.62로 뛰어났지만, 39이닝만 던져 정당한 평가를 받기 힘들었다. 또한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는 코로나19로 인해 팀 간 맞대결이 지역적으로 제한됐다. 중부 지역에 있는 세인트루이스는 중부지구에 속한 팀들하고만 붙었다. 따라서 2021 시즌은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두 번째 시즌이었지만, 사실상 첫 번째 시즌이었다.

김광현은 지난해보다 더 중요한 시간을 맞이했다. 하지만 출발부터 삐끗했다. 허리 부상을 당하면서 정규시즌 합류가 늦어졌다. 4월 중순에야 돌아온 김광현은 필라델피아 필리스 원정에서 3이닝 3실점에 그쳤다. 다음 신시내티 레즈를 상대로 5이닝 1실점 승리를 챙겼지만, 이후 10경기 동안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김광현이 두 번째 승리를 따낸 등판은 7월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5이닝 1실점)이었다.

ⓒAP연합
ⓒAP연합

김광현은 7월 첫 등판에서 승리 갈증을 해소했다. 실제로 7월은 올 시즌 김광현에게 최고의 시간이었다. 김광현은 이후 네 경기에서 4연승을 질주하면서 성적을 끌어올렸다. 25이닝 동안 단 두 점만 내주는 완벽 피칭을 선보였다. 그러자 현지에서는 김광현을 7월 ‘이달의 투수’ 후보로 언급했다. 그러나 7월 마지막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원정에서 2.2이닝 5실점으로 물러나 이달의 투수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김광현이 주가를 더 높이려면 7월의 대활약을 계속 이어갔어야 했다. 하지만 또 한 번 부상에 발목을 잡히면서 제동이 걸렸다. 돌아오고 나서는 선발보다 불펜으로 나온 경기가 더 많았다. 이 과정에서 김광현이 팀의 방침에 불만을 토로해 묘한 기류도 형성됐다. 결국 김광현은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등판하지 못했다.

올해 김광현은 27경기(21선발)에 나서 7승7패 평균자책점 3.46의 성적을 기록했다. 올 시즌 20경기 이상 선발로 나온 119명 중 평균자책점은 35위에 해당했다.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문제는 지난해 약점으로 지적받은 내구성을 이번에도 증명하지 못한 것이다. 106.2이닝은 규정 이닝(162이닝)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심지어 지난 시즌에 던진 이닝을 더해도 규정 이닝을 충족하지 못한다(145.2이닝). 선발투수가 긴 이닝을 던지는 시대가 지났다고 하더라도 김광현의 이닝 소화력은 두 시즌 연속 아쉬움을 남겼다.

그렇다면 김광현은 내년에도 메이저리그 무대에 잔류할 수 있을까. 첫 두 시즌 동안 보여준 모습은 장점과 단점이 명백했다. 부상 공백이 있었지만, 건강하면 경쟁력이 있었다. 통산 평균자책점 2.97로, 2020~21 시즌 도합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14명 중 한 명이었다(25선발 이상). 압도적인 피칭은 보기 힘들었지만, 노련한 경기 운영이 돋보였다.

 

내년 시즌 세인트루이스와 결별 유력

세인트루이스는 김광현이 선발로 나온 28경기에서 17승11패로 승률이 좋았다(0.607). 하지만 세인트루이스가 김광현을 붙잡을지는 미지수다. 세인트루이스는 마이크 실트 감독을 해고하면서 팀의 변화를 예고했다. 벤치 코치 올리버 마몰이 감독으로 승격했다. 1986년생인 마몰은 현역 최연소 감독이다. 내년 시즌 계약이 보장된 팀의 터줏대감 애덤 웨인라이트(40)와 야디에르 몰리나(39)보다 어리다. 이는 세인트루이스가 세대교체를 지향할 수 있음을 뜻한다. 웨인라이트와 몰리나는 상징적인 의미로 붙잡았지만, 전체적인 선수 구성은 젊어질 가능성이 크다. 30대 중반의 김광현보다 유망주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세인트루이스에는 메이저리그 데뷔 준비를 마친 좌완 유망주 매튜 리베토어(21)가 대기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아니더라도 선발투수가 필요한 팀은 많다. 올해 선발진 평균자책점이 가장 나쁜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비롯해 세인트루이스와 같은 지구에 속한 피츠버그 파이러츠, 시카고 컵스 등도 선발진을 정비해야 한다. 당장 내년 시즌 포스트시즌을 노려야 하는 LA 에인절스도 선발투수를 구해야 하는 팀이다. 많은 지출을 하기 힘든 팀들은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김광현은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대상이다.

메이저리그에서 김광현은 구위로 승부하는 투수가 아니었다. 올해 빠른 공 평균 구속이 89.1마일(143.4km)에 불과했다. 메이저리그 평균 구속 93.7마일(150.8km)보다 훨씬 느렸다. 다양한 슬라이더를 앞세워 경기를 풀어갔지만, 슬라이더에 비해 체인지업과 커브는 경기마다 기복이 심했다. 그렇다 보니 슬라이더 제구가 흔들리면 무너지는 경우가 잦았다. 슬라이더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구종을 찾아내야 하는 건 아직도 과제로 남아있다.

 

불펜 투수로 눈높이 낮춘다면 선택지 더 늘어날 수도

세인트루이스는 불펜 투수로 김광현을 활용한 바 있다. 불펜 야구가 대세가 된 메이저리그에서 좌완 불펜 투수의 가치는 여전히 높다. 특히 이번 스토브리그에는 뛰어난 좌완 불펜 투수가 적다. 애런 루프(33)와 브룩스 레일리(33) 정도가 최대어로 꼽힌다. 김광현은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확실한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가지고 있다. 많은 이닝을 던지진 못했지만, 맡은 이닝은 책임질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김광현을 선발보다 불펜으로 바라보는 팀도 있을 것이다. 선발뿐만 아니라 불펜으로서의 가능성을 열어둔다면 선택지는 더 늘어난다.

가장 중요한 건 김광현의 의지다. 메이저리그에 남아 도전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눈높이를 어디에 맞추느냐가 관건이다. 선발을 고집할 경우 제안할 수 있는 팀은 아무래도 제한된다. 메이저리그에 남는 것이 우선이라면 팀의 요구에 맞출 수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또 다른 변수는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협의 노사 협약(CBA)이다. 이번 겨울 양측은 노사 협약을 갱신해야 한다. 그러나 쉽지 않은 협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지에서는 1994년 이후 처음으로 파업 상태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만약 이 협상이 지체되면 선수들의 계약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광현의 계약도 늦게 이루어질 수 있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첫 두 시즌은 애매한 지점에 있었다. 실패한 시간은 아니었지만, 성공했다고 보기도 힘들었다. 과연 김광현은 내년에도 메이저리그에 남아 확실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까. 모든 것은 김광현에게 달려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