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지지율 우세의 허와 실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1.08 07:30
  • 호수 1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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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후보의 정치적 경쟁력과 확장성은 여전히 미지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이어 국민의힘에서도 윤석열 후보가 최종 선출됐다. 이제 대선 구도는 짜였다. 4개월 후면 다음 대통령이 결정된다. 누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될까. 선거 판세를 예측하는 중요한 기준은 구도·이슈·후보다. 이 중 선거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변수는 구도다.

구도는 선거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전체 유권자의 시각을 의미한다. 투표를 하는 데 중요한 동기 부여와 함께 결정의 기준이 되는 변수다. 이슈에서는 차기 정치판을 뒤덮고 있는 대장동 이슈가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어차피 차기 대선은 대장동과 연결되는 부동산 정책과 거리를 두기 어려워졌다. 대장동 대선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각 당 후보는 경선을 통해 선출된 인물이기에 전체적인 판세를 이끌어갈 주도력은 애당초 부족하다. 거대한 구도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대선판을 좌우하는 구도를 좀 더 쉽게 이해하려면 정권 유지 여론이 높은지 아니면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지를 보면 된다. 그래서 임기 막바지 현직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 지지율이 중요하고, 정당 경쟁력으로 표현되는 당 지지율이 더욱더 주목받는 지표가 된다. 선거는 한마디로 구도 싸움이라 불러도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후보는 구도 속에서 움직일 뿐, 구도를 벗어나 자기 스스로의 구도를 만드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 4월 재보궐선거만 보더라도 박영선 후보에 대한 평가 선거가 아니었다. 설령 박영선 후보의 개인 경쟁력이 오세훈 당선자보다 더 좋았다 하더라도 당선 기준과 거리가 멀었다.

3월초 LH 투기 의혹 사건이 발생한 이후로 선거 구도는 이미 ‘여당 심판’ 쪽으로 흘렀다.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내곡동 의혹을 총공세로 밀어붙였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서울의 25개 구 모두에서 승자는 오세훈 후보였다. 무차별적으로 선거 구도가 영향을 끼친 선거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유권자들은 오세훈 후보에 대한 선호 투표를 한 것이 아니라 여당에 대한 심판 투표를 했기 때문에 후보가 누구인지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다. 내년 3월9일 실시될 차기 대통령선거 역시 구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과연 구도에 따른 판세는 어느 진영에 미소를 짓고 있을까.

10월29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제9차 토론회가 서울 마포구 상암 DDMC 채 널A 상암스튜디오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윤석열, 원희룡, 홍준표, 유승민 예비후보 ⓒ시사저널 이종현

높은 정권 심판 여론, 與 후보에 상당한 부담

첫째로 차기 대통령선거 구도에서 발견되는 사실은 ‘정권교체 대세’ 여론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5년 차 국정수행 평가 지지율이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다른 역대 대통령보다 높은 편이지만, 정권교체 여론이 더 부각되는 추세를 막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재난 속에 문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고 있지만, 국민의 정권교체 여론이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만큼이나 강력한 모습이다.

4개 여론조사기관(케이스탯리서치, 엠브레인퍼블릭,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한국리서치)이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NBS여론조사(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차기 대선에 대해 국정 안정론과 정권 심판론 중 어느 쪽에 더 공감하는가’ 물어본 결과 정권 심판 여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고 최근에는 더욱 급상승했다. 7월26~28일 조사에서 ‘국정 안정’ 39%, ‘정권 심판’ 44%로 정권 심판 여론이 5%포인트 더 높았다. 아주 큰 격차는 아니다. 그러나 11월1~3일 조사에서 ‘정권 심판’ 의견이 54%로 ‘국정 안정’보다 20%포인트나 더 높게 나타났다(그림①). 불과 3개월 사이에 정권교체 여론이 대폭 높아졌다.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과 부정 평가 차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민주당에 더 심각한 지표는 ‘핵심 세대의 정권 심판’ 여론이다. 이번 대선은 민주당과 진보층이 결집하고 국민의힘과 보수층이 결집해 양보 없는 대결을 펼치는 프레임 전쟁이다. 마치 흥행한 한류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에 등장하는 줄다리기 싸움이나 다름없다. 지는 쪽이 모든 것을 다 잃게 되는 혈전이다. 치열하게 대결하는 구도 속에서 선거 승리의 핵심 지대는 MZ세대와 50대다. MZ세대는 어느 진영에 일방적인 표심을 몰아주지 않는 독립적인 부동층으로 힘을 발휘한다. 부동층 성격이 강하지만 집단적 투표에 대한 영향력까지 알고 있는 세대다.

4월 재보궐선거에서 집단적으로 투표한 MZ세대의 표심은 화력이 막강했다. 2030세대의 집단 표심은 전대미문의 30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까지 탄생시켰다. 50대는 선거의 분수령이 되는 연령대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진보와 보수를 구분하는 중간 연령대가 50대가 되고 있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는 50대에서 승리했고 당선의 기쁨을 맛보았다. MZ세대와 50대의 정권교체 여론은 어느 정도일까. 11월1~3일 실시한 NBS여론조사(개요는 그래프에 표시)를 보면, 20대(만 18세 이상)에서 ‘국정 안정’ 31%, ‘정권 심판’ 48%로 나타났고, 30대와 50대는 ‘정권 심판’이 각각 54%, 51%로 절반을 넘겼다(그림②). 후보자 역량을 보기 이전에 높은 정권 심판 여론은 여당 후보에게 상당한 부담이다.

세 번째로 ‘지역과 이념층의 정권교체’ 여론이다. 대선후보의 경쟁력은 지역·세대·이념 기반으로 결정된다. 세대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선거에서는 지역과 이념의 경쟁력이 강조된다. NBS여론조사에서 서울과 인천·경기 지역의 정권 심판 여론을 확인해 보았다. 11월1~3일 조사에서 서울은 ‘국정 안정’ 의견이 32%, ‘정권 심판’ 57%로 나타났다. 인천·경기 지역은 ‘정권 심판’ 응답이 52%로 나왔다. 이재명 후보가 불과 얼마 전까지 경기지사를 지낸 점을 감안하다면 정권 심판 여론이 높다. 정치적으로 중간 지대인 중도층과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에서 ‘정권 심판’ 여론은 각각 56%와 45%로 나타났다(그림③). 대통령선거에서 수도권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고, 중도층의 선거 영향력을 판단한다면 이재명 후보에게 구도는 치명적 위협이 되고 있다.

여야 맞대결 구도에서 정권교체 여론 반영 안 돼

구도는 선거 판세의 핵심 변수다. 유권자의 투표 기준을 지배하는 성격을 포함하고 있다. 후보가 당선을 위해 아무리 몸부림쳐도 구도가 불리하면 감당하기 어렵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추세는 국민의힘 후보에게 유리한 환경을, 반대로 민주당 후보에게 적신호가 된다. 그렇지만 최근 국민의힘 후보의 대선 지지율 경쟁력을 분석해 보면 일대일 가상대결에서 정권교체 여론을 반영한 정도의 높은 지지율은 찾아보기 힘들다.

원인을 분석해 보면 중도층 견인 성과가 미흡하고 MZ세대를 확보할 탐나는 정책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표심을 정하지 못한 여성 지지층을 끌어들일 묘안은커녕 시도조차 없다. 정권 심판, 즉 야당으로의 정권교체 여론은 무르익었다. 온전하게 ‘정권교체’ 열매를 수확할지 여부는 오롯이 국민의힘 후보의 정치적 경쟁력과 확장성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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