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기다렸다”…대선 길목 먼저 지킨 이재명의 비책
  • 송종호 서울경제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1.06 07:30
  • 호수 1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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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첫 TK 출신 대선후보, 열세인 보수·청년 쌍끌이 전략
‘성장 회복’ 제1공약 내세우고 文과의 차별화도 본격 시동

20대대선레이스가국민의힘대선후보확정과함께본격적으로 시작됐다.우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졌다. 여기에 심상정 정의당, 안철수 국민의당, 김동연 무소속 후보 등 제3지대가 가세하는 진용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 입장에선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우선적인 견제 대상이다.

진검승부에앞서민주당은국민의힘의기세를선제적으로차단하겠다는전략이다.우선민주당과이재명후보에게취약 지역·계층으로분류되는대구·경북(TK)과 2030세대를정조준하고있다.이 후보는 야당대선후보확정일인11월5일‘보수의심장’대구를방문했다. 직전 날엔한국거래소를찾아 젊은 층의 투자 기회를 늘려주고 수익률을 보전하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쌍끌이’ 전략에 나선 셈이다.

ⓒ뉴시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11월5일 대구시 경북대학교 인문학진흥관에서 열린 ‘청년이 묻고 이재명이 답한다’ 강연에 참석하기 전 지지자와 악수하고 있다.ⓒ뉴시스

‘野의 심장’ 대구 내려간이재명 ‘기선 제압’

전 국민 재난지원금으로‘총선의추억’도불러들였다.야당일각에서는‘돈푸는 데장사 없다’며지난해 총선처럼 ‘선별이냐보편이냐’는프레임에빠지면다시 불리한구도가만들어질수있다고벌써부터우려하고있다. 더구나 이후보가재난지원금에 대해 ‘돌격’하는 데 대해정부는‘난색’을표하고, 청와대는 ‘중재’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표면적으로 ‘당정 갈등’이지만 결국 관권선거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액션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민주당에선 금기시돼온 문재인대통령과의차별화에도시동을걸었다.‘반문(反文)연대’를 강화하는 야권의 전략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비책이다. 야당 후보는 미래비전 없이 오로지 ‘반문’만 외친다는 이미지를 고착시키고,이 후보는 ‘성장 회복’을제1공약으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까지 ‘소환’했다. 대선 길목에 먼저 도착해 국민의힘을 기다렸다는 듯승리를 자신하는 모습이다.

이후보는국민의힘대선후보확정일에 맞춰 ‘보수의심장’ 대구에 갔다. 민주당의첫TK 출신후보답게보수의심장에서야당의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목표다. 경북 안동 출신으로 자신의 지역적 뿌리를 부각시키는 동시에 진보진영의 취약 지역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여권관계자는“민주당에 인색한 지역이지만TK출신여당후보라는특성상 지지율에3~5%포인트이상상승효과가있다”며“특히경북북부 지역을중심으로이후보에대한우호적인흐름을확인할수있다”고분석했다.

이날 특히 대구 청년과의 점심자리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 후보와 자리를 함께한 청년은 지난 7월 이 후보가 대구 전태일 생가를 방문했을 때 ‘나도 대통령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피켓을 들었다. 이 후보는 “빽 없는 청년들의 친구가 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을 예정이다. 해당 청년은 최연소 당 대표에 도전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보고 신기함을 느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낡은 세력이라고 느껴 이 후보를 바라보기 시작했다.국민의힘의‘올드’함을 부각시키려는 민주당 입장에서이날해당청년과의대구 만남자체가대선 전략의 ‘키’인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대구 방문 직전 날엔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젊은 층의 투자 기회를 늘려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후보는 “특히 금융·자산 시장에서 청년들에게도 기회를 부여하는 게 꼭 필요하다”며 “투자 기회를 젊은 세대에 나눠 주고 특정 수익률을 정부가 보전하면 재정 부담을 줄이고 새로운 세대에게도 자산 형성 기회를 줄 수 있다”고강조했다. 그러면서 “약자들이 속한 청년세대는 기성세대와 같은 환경에서 같이 경쟁하는 실질적으로 불공정한 환경에 놓인다. 이게 MZ세대의 분노, 억울함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타깃 대상을정확히정조준해국민의힘의예봉을사전에꺾어버리겠다는의도다.

 

李‘돌격’·政‘난색’·靑’ 중재’…재난지원금‘고차원’전략

이 후보가 본격적으로 본선 행보를 이어가면서 연일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도야당보다선제적인대응이라는평가가나온다. 야당은 ‘금권선거’라며 “포퓰리즘 중독”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맞서고 있지만, 또‘선방’을뺐겼다고난처해하는모습이역력하다.무턱대고반대했다가역풍에시달렸던 지난해4월 총선상황을그대로재현할처지라는 얘기다. 민주당은 총선 직전 지급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의 효과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국기결집효과’(rally round the flag·외부 요인으로 인한 국가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이나 집권 세력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지는 현상)와 함께 14조2000억원의 ‘현금 살포’가 180석 거대 여당 탄생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였다.

당시 ‘포퓰리즘’이라는 국민의힘의 공세에도 재난지원금 지급을 밀어붙였고 ‘전면 지급이냐, 선별 지원이냐’는 대결 구도를 만들면서 표심 잡기에 성공했다. 대선에서도 프레임 대결이 반복될 경우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여당 선대위의 핵심 관계자는 “국민이 관심을 가진 이슈인 데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나서서 재난지원금에 선긋기를 하는 것도고차원이라는평가다.김부겸 국무총리는 11월3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여기저기서 이 주머니, 저 주머니 뒤지면 돈이 나오는 상황은 아니지 않냐”며 이 후보의 재난지원금을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그러나다음 날 청와대가나서 중재 의지를 내비쳤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11월4일 MBC 《뉴스외전》에서 ‘국민 재난지원금을 두고 이 후보가 행정부와 이견이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박 수석은 “새로 나온 재난지원금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국회가 논의할 부분이고 청와대가 직접 답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총리도 반대를 한 것이 아니라 10조원 정도 되는 추가 세수를 갖고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당·정·청이‘관권선거’ 논란을피하면서도결국지난 총선의추억을불러들여국민의힘을고립시킬수있는카드한 장을더챙긴 셈이다.

 

文선물 넥타이는 맸지만…‘차별화’

이 후보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기본소득’ 대신 1호 공약으로 ‘성장의 회복’을 내걸었다는 점도야당의공세를막고유리한 구도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11월2일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받은 넥타이를 맸지만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임기 말40% 가까운지지율을기록하는문대통령에대한 정면도전은피하면서도분명히차별화한행보라고정치권은해석했다. 특히 과감한 사회적 대타협을 시도하되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정부 주도로 해내겠다고 분명히 했다. 노조 등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이야기로현정부의‘고구마식’ 접근에서완전히탈피해 ‘사이다식’으로 문제를 풀겠다고 공언한 셈이다.

특히 그는 “상상할 수 없는 대규모의 신속한 국가 투자에 나서겠다”며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만들어 제조업 중심 산업화의 길을 열었는데 이재명 정부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에너지 고속도로를 깔겠다”고 말했다.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전격 ‘소환’한 것이다. 결국 성장을 1호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나 부동산 사과, 사회적 대타협 등은 현 정부와의 차별화 지점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선거구도 자체가 민주당에게는 불리한 형편이라는 점은 문제다. 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으로서는 어려운 선거다. 정권교체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위험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대선은 개인의 역량으로만 치러지는 선거가 아니다. 진영 간의 싸움”이라며 우려했다. 실제 이 후보 지지율은 답보상태고 민주당 정당 지지율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후보가 오랜 기간 박스권 지지율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상승흐름을 만들기는커녕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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