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피해간 ‘컨벤션 효과’, 윤석열이 누린 이유는?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1.11.0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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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이후 쪼개졌던 與에 비해 野 지지자 결집에 성공
휘발성 강한 ‘막말’ 보다 수사 시작된 ‘대장동’ 리스크 더 커

‘윤석열 43.0% vs 이재명 31.2%’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지율 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10%포인트 넘는 격차로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8일 발표됐다. 가상 양자대결에서도 윤 후보는 47.3%를 기록하며 35.2%를 얻은 이 후보에 크게 앞섰다.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가 ‘컨벤션 효과(이벤트 이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를 톡톡히 누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먼저 경선을 마친 이 후보가 지지율이 정체되는 ‘역벤션’에 부딪힌 것과 대조된다. 과연 각종 ‘막말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던 윤 후보가 이 후보를 앞서는 성적표를 받아든 이유는 무엇일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사저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연합뉴스

축제 아닌 전쟁터 된 與 경선 피날레

정치권 관계자들은 ‘경선 마지막 장면’이 두 후보의 차이를 낳았다고 진단한다. 민주당은 이낙연 전 대표 측과 이 후보 측이 경선 직후 갈등을 빚었다. 지난 10월10일 경선에서 이 후보가 득표율 50.29%로 턱걸이 과반을 하자, 이낙연 캠프 의원들은 결선투표를 주장한 바 있다. 이 탓에 축제여야 할 경선 피날레가 ‘제2차 명낙대전’의 시발점이 됐다.

반면, 국민의힘 경선 주자들은 경선 직후 결과 승복 연설에 나섰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혔던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먼저 윤 의원 지지를 호소했다.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도 윤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이 계파 갈등 없이 후보를 추대하면서 지지자들이 더 빠르게 결집할 수 있었다.

유 전 의원을 지지했던 의원실 관계자는 “(국민의힘이라고) 왜 갈등이 없었겠나. 앙금이란 게 바로 사라질 수는 없다. 하지만 경선 직후 의원의 태도는 곧 지지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라며 “만약 결과 발표 당일에 한 후보라도 침묵하거나 불복의 태도를 보였다면 (이 후보처럼) 컨벤션 효과를 누리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윤 후보는 같이 경쟁했던 정치 선배들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같은 리스크 그러나 다른 무게감

경선 전까지 윤 후보는 매일 위기였다. 전두환 옹호 논란부터 일명 ‘개 사과’ 논란까지, 당내에서도 ‘1일1망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반면 이 후보는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을 정면 돌파했다. 국정감사에 경기도지사 자격으로 출석해 야당 의원들의 공세를 정면으로 받아냈다. 이 과정에서 되레 이 후보가 야당 의원들을 논리와 기세로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경선 직후 발표된 숫자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권 안팎의 관계자들은 유권자들이 대장동을 그만큼 ‘큰 리스크’로 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후보의 해명과 별개로, 상당수 유권자들이 대장동 사건을 여전히 의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얘기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후보와 이 후보 모두 많은 논란을 빚었다. 둘 다 문제가 있는 후보다. 문제는 유권자들의 시선에서 어떤 논란이 더 크게 ‘혐오감’을 부르냐는 것”이라며 “결국 1:1 구도에서는 어떤 후보를 둘러싼 문제가 더 커보이냐는 상대 평가의 문제다. 경선 직후 (윤 후보의) 지지율이 더 높게 나왔다는 것은 ‘대통령 이재명’을 반대하는 민심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라고 말했다.

 

李 비토한 유권자, 마음 바꾸기 쉽지 않아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 후보가 ‘반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선이 넉 달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돌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란 얘기다. 실제 현재 지지하는 후보를 투표일까지 계속 지지할지 물은 결과, ‘계속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76.0%, ‘바꿀 수도 있다’는 응답은 20.2%였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지지율이 오르고 내리는 건 단 몇 %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지지율이 5~10% 이상 오르는 순간 주자는 승기를 잡을 수 있다. 컨벤션 효과가 중요한 이유”라며 “결국 이 후보는 대장동에 발목을 잡힌 셈이다. 윤 후보 역시 논란이 많았지만 이 후보 보다 덜 타격을 입은 것이다. 이제 1:1 구도가 된 이상 당분간 지지율이 갑자기 뒤집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안심번호)를 활용한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7.7%다. 자세한 내용은 KSOI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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