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도 《오징어 게임》 인기?
  • 박세진 디지털팀 기자 (ordinary_psj@naver.com)
  • 승인 2021.11.17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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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소식통 인용해 보도…“이불 속에서 몰래 시청”
북한 돈주들과 젊은층 공감 불러일으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넷플릭스

북한 당국의 단속에도 평양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밀반입된 넷플리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오징어 게임》을 지칭해 자본주의 사회의 민낯을 보여준다며 비난한 북한 매체들과는 사뭇 다른 내용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7일 복수의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돈주(신흥부자)와 밀수꾼, 젊은이들 사이에서 《오징어 게임》이 시청되고 있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넷플리스 서비스 이용이 금지된 국가로, 중국에서 불법 복제된 《오징어 게임》이 밀반입되고 있다고 RFA는 전했다.

북한 평안남도 평성시 한 주민은 RFA에 "요즘 평양의 한다하는 사람들은 남조선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빠져있다"며 "드라마가 담겨진 USB나 SD카드 같은 메모리 저장장치들이 최근 조금씩 이뤄지고 있는 해상 밀무역을 통해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평양 돈주들과 젊은사람들 사이에서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평양의 부자들은 드라마의 줄거리가 자신들의 처지와 비슷하다고 공감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외화벌이에 나선 이들의 실적이 나쁠 경우 숙청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도 《오징어 게임》 속 등장인물 가운데 탈북민이 포함돼 있어 북한 주민들의 관심이 더 큰 상황인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북한 매체들은 《오징어 게임》이 남한 사회의 실상을 보여준다며 비판했다. 지난달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 '메아리'는 "《오징어 게임》은 인간을 극단적 경쟁으로 내몰고 그 속에서 인간성이 말살돼 가는 야수화된 남조선 사회"라고 비난했다. 이어 "특히 1등이 아니면 죽어야 한다는 약육강식의 경기규칙을 만들어놓고 처참한 살육이 벌어지는 경기를 오락으로 여기며 쾌락을 느끼는 부자의 형상을 통해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격분을 자아내게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북한 주민들의 《오징어 게임》 시청 열기는 식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주민들은 밤마다 학습장 크기의 노트텔 등을 이용해 이불 속에서 《오징어 게임》을 몰래 시청하고 있다고 RFA는 소식통을 통해 전했다. 한편 북한 당국은 지난해 말 자본주의 미디어를 시청 보관 또는 배포한 경우, 최고 사형에 처하는 새 법률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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