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인하는 ‘부자 감세’ 아니다 [쓴소리 곧은 소리]
  •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acnanp@naver.com)
  • 승인 2021.11.20 10:00
  • 호수 167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거래세 내리면 부동산 공급 늘면서 가격 안정에 기여
부자와 전투한다며 청년층 ‘내 집 마련 꿈’ 막지 말기를

부동산 가격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지점에서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주식이나 가상화폐 등 동산의 경우와 달리 오름이나 내림의 변동 폭이 크다. 부동산을 일반 상품처럼 공장에서 찍어낼 수 없고, 주택을 지어 공급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지금 대규모 택지 개발을 시작해도 입주까지는 족히 몇 년은 걸린다. 이런 점 때문에 주택 가격이 오른다고 공급이 바로 늘어나지 않고, 집값이 내린다고 공급이 금방 줄어들지도 않는다. 즉, 수요 변동에 공급이 재빨리 대응하지 못한다.

수요와 공급이 일치되지 않는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거품가격(bubble price)이 존재한다. 이 거품이 얼마인지 계측하는 것은 어렵다. 부동산 가치에 교육, 환경, 의료 여건 등 다른 환경적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의 직접 또는 간접적 시장개입이 많을수록 그 값은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변동한다.

ⓒ시사저널 최준필
2020년 6월17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 정부청사에서 갭투자 규제를 핵심 내용으로 한 문재인 정부의 21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정부 개입 많을수록 부동산 시장 예측 어려워

거대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흔히 중심지가 가장 높고 외곽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쇠뿔현상(bulk cone phenomena)으로 나타난다. 이는 중심지가 변두리보다 일자리, 보건, 교통 등의 여건이 양호해 사람을 모으는 힘이 크고, 사람들이 모여들수록 소비가 증가하는 등 집적이익(agglomeration profit)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나 시중금리 수준으로 오른다면 이를 탓할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정부의 규제로 수요와 공급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면 부동산 거래가격이 급등하는 불균형 변동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간섭은 불법이나 탈법 행위(예를 들면 명의신탁) 등에 대한 단속 외에는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옳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서울 강남 일대(잠실, 반포, 개포동 등)의 아파트값 상승이 두드러졌다. 이는 노태우 정부 때 이뤄진 수도권 신도시 건설의 중장기적인 여파가 서울 중심지의 구형 아파트값 상승으로 나타나는 시기였다. 이른바 재건축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이 경우 그 수요에 따라 정부가 정책을 결정하면 된다. 재건축 수요를 투기세력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문재인 정부에선 서울 중심지뿐만 아니라 전역의 아파트값이 뛰었다. 이는 초저금리 속 넉넉하게 풀린 시중 유동성 및 수도권 확대가 영향을 미친 쇠뿔현상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이를 단지 투기의 탓으로 돌리고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수도권 전역을 조정대상구역과 투기과열지역으로 지정하고, 수요를 옥죄고 공급을 줄이는 대책을 쏟아냈다. 사실 이 지역은 수도권 인구 집중과 1인 가구 급증 등 가구 분화로 인해 주택 부족이 심화되고 있었다. 그런데 공급은 늘리지 않고 주택담보대출 등을 옥죄며 수요를 억제하는 데 급급했으니 주택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선 강남과 강북 가릴 것 없이 급등했고, 지방도시까지 오름세가 확산했다. 상대적으로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이나 저소득 서민층이 생활하는 주택은 전국적인 상승 추세에서 제외됐다. 빈부 격차와 양극화 완화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서 오히려 그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부동산 불로소득, 세법 말고 다른 방법으로 환수해야

서울 등 수도권에서 단기간 내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려면 ‘기존 주택의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조치’가 요구된다. 주택 거래가 빈번하게 그리고 꾸준히 이뤄진다면 실제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거래 활성화에 역행하는 부동산 거래세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종합소득세 최고세율(과세표준금액 10억원 초과)은 45%이다(소득세법 제55조). 그런데 양도소득세 최고세율은 70%인 경우도 있다(소득세법 제104조 제1항 제3호). 아울러 조정지역에 소재하는 다주택 보유자의 경우 장기보유 특별공제도 배제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서울 강남 소재 주택을 처분하고 싶어도 세금이 무서워 못 하는 경우(이를 봉쇄효과, lock–in effect라고 함)가 적지 않다. 이는 부동산 매물 부족 현상을 초래해 가격 급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 부동산 투기가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행위이며, 이들이 얻은 소득의 대부분을 불로소득으로 간주해 세금으로 환수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래도 이는 세법이 아니라 다른 법(위헌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1가구 1주택 이상 보유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할 일이다.

거래세를 인하할 경우 부자 감세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다주택자 중 일부는 부자인 경우가 있으므로 틀린 말은 아니다. 여건이 허락하면 서울 소재 아파트를 매각하고 한적한 지방으로 옮기려는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자들이 적지 않다. 이들이 보유한 서울 및 수도권 주택들이 매물로 나오면 거래가 활성화되고, 그 과정에서 적정한 가격이 형성되리라고 본다. 그러면 정말 서울에 집이 필요한 청년층과 장년층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되는 길이 열릴 것이다. 이래도 부자 감세라며 부동산 거래세 비중을 낮추는 것을 주저할 것인가.

100여일 남은 요즘 이런저런 모임에 가면 부동산 문제가 화두다. 여권 후보가 고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부자를 특정화해 골탕을 먹일 것인가, 아니면 젊은 층을 위해 좀 더 유연하게 접근할 것인가. 진정 젊은 층의 표를 얻으려면 근본적인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자칫 (부자와의) 전투에서는 이기고 (대선) 전쟁에서 패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