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 정치 다시 부활하는 대선판의 씁쓸함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1.11.19 14:00
  • 호수 1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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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D-100] 능력 부족과 책임 방기라는 정당과 후보의 자기 고백

또 그 시간이 왔다. 다시금 하나의 유령이 대한민국을 배회하고 있다. 바로 ‘킹메이커’라 불리는 인물들이다. 집권여당에서는 이해찬 전 대표와 ‘양비’라는 호칭이 더 익숙한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이, 제1야당에서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계속 호출되고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두루 신뢰받고 큰 선거를 진두지휘해본 원로급 인사가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킹메이커라 불리는 이들은 전권을 요구한다. 그게 카리스마적 리더십으로 불린다. 

ⓒ연합뉴스
2020년 6월3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 민주당 대표 회의실에서 만나고 있다.ⓒ연합뉴스

이번 대선만의 일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선거 때마다 이들을 호출한다. 김 전 위원장의 경우 두 당 모두에서 등판하기도 했다. 과연 이게 정상적인 일일까. 킹메이커를 주요 선거 때마다 호출하는 ‘사건’은 우리 정당정치의 역량과 리더십에 많은 토론거리를 안겨준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바라볼까.

채진원 경희대 교수는 “지금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정당정치와 시민정치가 중심이 돼야 하는 2021년이다. 시민정치의 시대임에도 양당이 킹메이커를 자꾸 소환하는 모습은 씁쓸하다”면서 “이것은 우리 정당의 시민적 기반이 취약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고 지적했다. 

시민적 기반이 취약하다는 게 무슨 말일까. 그의 설명이다. “우리 정당들은 평소엔 지지층과 극단적인 지지층을 결집하는 진영 논리를 앞세워 활동한다. 이른바 ‘당심(黨心) 우선’이다. 그런데 대선처럼 큰 선거가 열리면 당은 ‘민심 우선’이 돼야 한다. 갑자기 이게 될 리가 없다. 중도 성향의 유권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선거 도사’라 불리는 이들을 소환한다. 선택지가 이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당 스스로 능력 부족과 책임 방기를 자인하는 꼴이다. 그렇다고 킹메이커라 불리는 이들이 선거 이후 집권 과정에서 책임을 지지도 않는다. 책임정치라는 원리에도, 대의민주주의의 핵심 기반인 정당정치라는 원리에도 맞지 않다.”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는 “거대 양당의 잦은 킹메이커 호출은 ‘3김 정치’를 닮았다. 두 당은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 시대 1인 중심의 전근대적인 ‘보스정당’ 문화에서 아직도 못 벗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임 교수는 “국회의원은 각자가 하나의 헌법기관인데, 정작 정당은 주요 선거 때마다 누가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모습을 반복해서 연출한다”며 “보스가 가자는 데로 가는 정당을 근대적 정당이라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임 교수는 “선출된 대선후보와 정당의 대표가 선거 캠페인을 이끌어가는 것이 후보를 선출한 당원과 국민에 대한 도리다. 그게 바로 대의 정치의 원리”라며 “선거 캠페인 전문가에게 당원과 국민은 권한을 위임한 적이 없다. 그들은 어떠한 절차적 책임성도 갖지 않는다. 왜 옥상옥을 또 둬야 하나. 지금 같은 모습은 정당과 후보 스스로가 리더십과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고백과 다름없다”고 했다. 

실제 여의도 선거판에서 활동하는 전문가의 의견은 어떨까. 30년 이상 정치 컨설턴트로 활동해온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대선후보들이 스스로 상왕을 모시겠다고 자처하는 상황인데, 효과도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정당들이 지금까지 제대로 된 정당으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후보도 당도 한심하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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