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사업 딜레마...국민연금공단, 일산대교 유료정책 고수하는 이유는
  • 나선리 경기본부 기자 (sisa216@sisajournal.com)
  • 승인 2021.11.19 17: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자사업으로 건설된 일산대교, 18일부터 다시 유료화
무료화 여부 내년 본안 판결로...보상금액 등 놓고 합의 과정 험난
일산대교 통행료가 18일부터 다시 유료화로 전환됐다.ⓒ경기북부청 제공
일산대교 통행료가 18일부터 다시 유료화로 전환됐다.ⓒ경기북부청 제공

일산대교의 통행요금 무료화가 무산되면서 경기도와 일산대교 주변 고양·김포·파주 3개 시가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산대교를 운영하고 있는 일산대교(주)의 실질 소유주 국민연금공단이 일산대교 유료 정책을 고수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경기도는 지난 10월 27일 경기도민 차별 통행세 해소, 지역 연계발전 등을 고려해 일산대교㈜ 측에 보상금 지급 의사를 밝히고 통행료를 무료화하는 공익처분을 시행한 바 있다. 이후 일산대교㈜ 측에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의 통행료 징수금지 공익처분 집행정지 결정에 따라 18일부터 다시 ‘유료다리’로 전환됐다.

경기도와 고양·김포·파주 3개 시는 16일 ‘일산대교 2차 공익처분 집행정지에 따른 합동 공동성명’을 통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서북부 도민의 목소리를 외면한 일산대교㈜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17일 이한규 경기도 행정2부지사는 이재준 고양시장, 정하영 김포시장, 최종환 파주시장과 함께 일산대교㈜ 사무소를 찾아 ‘일산대교 무료통행 및 손실보상 협의 요청’ 공문을 전달했다. 도는 일산대교㈜ 측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연내 집행이 가능한 60억원의 예산을 손실보상금으로 우선 편성한 상태다.

일산대교의 통행료 논란은 지역 주민들로부터 오랫동안 제기된 이슈다. 2010년부터 일산대교 통행료와 관련된 민원이 계속되자 국정감사에서도 이에 대한 경기도 차원의 해결방안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도는 2014년 통행료 등 수익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고이율의 후순위 차입금에 대한 원상회복 명령을 내렸으나 일산대교㈜측이 이를 거부했다. ㈜일산대교가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연간 10.5%에 달하는 고이율의 자금을 빌려 쓰고 있어 7.25%의 저금리로 전환하라는 경기도의 행정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에 경기도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에서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제한하는 처분이란 판결을 내려 패소했다.

현재 상황은 간단치 않다. 사회 공공재적 성격을 가진 도로를 공적연금이 소유하고 28개 한강 다리 중 유일하게 통행료를 받고 있는 데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 일산대교 개통 첫해 소형차 기준 1000원이던 통행료는 2009년 국민연금공단이 관리운영권을 인수한 이후 두 차례 인상됐다. 현재 소형차 기준 왕복 요금이 2400원이 부과돼 1년으로 환산 시 약 6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통행료가 발생한다.

유료도로법에 의하면 유료도로는 반드시 대체적 도로 (또는 수단)가 존재해야 하는데 '대체도로'가 마땅치 않은 것도 문제다. 일산대교와 가장 가까운 교량은 김포대교로 거리가 8.1km인 데 반해 한강 교량 25개의 평균 간격은 2.1km이며 고속도로 구간인 김포대교와 강동대교를 제외하고는 모두 무료다.

그럼에도 일산대교가 통행료를 받는 이유는 민자사업이기 때문이다. 일산대교는 대림산업, 현대건설 등이 참여해 수익형 민자사업으로 건설됐다. 총사업비 2248억원을 투입해 개통한 뒤 소유권을 경기도에 넘기는 대신 30년 동안 통행료를 받아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2008년 개통 후 국민연금공단이 2009년 12월 2561억에 매입해 현재 운영권은 국민연금공단이 보유 중이다.

도는 일산대교 무료화를 위해 지난 10월 27일 사업시행자 지정을 취소하는 공익처분을 시행했다. ‘민간투자법’ 제47조에 따르면, ‘사회기반시설의 상황 변경이나 효율적 운영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대해 기존 처분을 취소 또는 변경할 수 있다. 이런 경우 해당 손실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하고, 보상금액에 관해서는 ‘당사자 간 협의’나 ‘토지수용위원회’의 재결을 통해 결정하도록 명시돼 있다. 만일 토지수용위원회 결정에도 다툼이 있을 경우 토지보상법 등에 따라 행정소송이 제기되면 법원이 정당한 보상가격을 정하게 된다.

결국 경기도와 3개 시는 2038년까지의 예정 수익을 포함한 운영권의 현재 가치에 맞는 대금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2038년까지 국민연금의 통행료 수입이 7000억원에 달할 거란 전망까지 나온다. 이는 경기도와 3개 시의 재정에서 마련해야 하며 주민들이 낸 세금(지방세)에서 충당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일산대교 무료화는 진짜 ‘무료화’가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산대교 무료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고 법에 기초해 토지수용위원회의 중재와 법원 판결에 따라 보상액을 지급할 계획”이라면서도 “현재 입장 차이가 큰 상황이고 보상금으로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갈 수도 있어 우려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만큼 수익성을 고려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며 “추이를 지켜봐야 하지만 손실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법원이 두 차례 공익처분에 대해 본안 판결까지 처분 효력을 보류하도록 결정함에 따라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 여부는 내년 본안 판결로 넘어간 상황이다. 보상 금액 등 놓고 상호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향후 합의 과정이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