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까지 청정수소 통한 ‘넷제로’ 달성할까 [최준영의 경제 바로읽기]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2.12 10:00
  • 호수 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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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독일·프랑스·일본 등 경쟁적으로 수소에 투자
우리도 국가 차원 계획 내놨지만 효용성은 ‘글쎄’

정부는 11월26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2월5일부터 시행한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수소법)에 따라 중장기 수소 수급 계획, 제도 운영, 기반 조성 방안 등을 포괄하는 국가 차원의 첫 번째 종합계획이라 할 수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50년까지 총 수소 공급량을 현재의 22만 톤에서 2700만 톤으로 늘리고, 온실가스 배출 없는 청정수소 자급률을 현재의 0%에서 2030년 34%, 2050년 60%로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수소는 발전(1350만 톤)과 산업(160만 톤)을 중심으로 사용될 예정이며, 수소차 등 수송 부문에서도 220만 톤의 수소가 사용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50년 수소는 국내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55%의 비중을, 특히 발전에서는 23.8%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10월7일 인천광역시에서 열린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특화단지 기공식에서 조성환 현대모비스 사장이 투자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다.ⓒ연합뉴스

2050년까지 수소 에너지 비중 55% 목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생산 및 이용 확대를 보조하는 수단으로서 수소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수소의 잠재력과 타당성을 둘러싼 논란 역시 지속되는 것이 현실이다. 1960년대부터 수소는 화석연료에 대한 잠재적이고 혁명적인 대안으로 여겨져 왔으며, 미국 자동차 회사인 GM은 1960년대에 이미 수소를 연료로 하는 자동차를 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소의 높은 가격, 그리고 수소를 에너지로 사용하는 데 요구되는 복잡성과 낮은 효율은 수소 활용의 현실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시간이 흐르고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런 문제가 많이 해결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의 분석에 따르면 2050년에 이르면 수소 시장 규모는 6000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용도 역시 전력 및 산업용으로 30%, 수송 및 차량용으로 25%가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는 직접적으로 연소시키거나 연료전지를 이용해 열과 전력을 생산하는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산업 부문의 경우 그 특성상 높은 온도의 열을 요구하는 공정이 많다. 이를 모두 전기로 대체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고려하면 탄소 발생 없이 높은 열을 발생시킬 수 있는 수소는 화석연료의 대안이 될 수 있다. 2021년 현재 전 세계 수소 시장은 대략 1500억 달러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60%는 암모니아 생산에, 25%는 정유산업에 투입되고 있다.

수소를 둘러싼 논란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과연 수소가 저탄소 에너지원인가?’이다. 현재 수소를 만드는 방식은 대부분 천연가스와 증기를 반응시켜 수소를 생성하는 개질법인데, 생산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수소 제조 공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은 연간 8억 톤 규모로 우리나라 온실가스 연간 총배출량 7억2000만 톤보다 많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국가와 기업은 이산화탄소를 별도로 포집해 저장하거나 활용하는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생산되는 수소를 블루(청색)수소로 지칭한다.

청색수소라는 명칭은 깨끗하게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포집 및 저장 과정에서도 5~15%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에 수소의 청정성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100만 줄(J)의 에너지 생산을 위해 청색수소를 연소시킬 경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10~20g 수준인 데 반해 천연가스를 직접 연소시킬 경우 63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청정수소는 천연가스 직접 연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깨끗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수소를 둘러싼 또 다른 논쟁거리는 잉여전력으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고, 필요할 경우 이를 직접 연소시키거나 연료전지를 통해 전기를 만드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가 하는 것이다.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되는 전기로 물을 분해해 생산되는 그린수소는 가장 청정하다. 하지만 전기-수소-전기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생산되는 전력은 최초 투입된 전력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비효율성에도 수소를 잉여전력의 저장원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은 장기간 저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저장방식은 저장용량의 한계와 더불어 1~2일 수준의 단기 저장에 적합하기 때문에 몇 주 또는 몇 달씩 저장하는 용도로는 수소가 효율적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수요와 관계없이 생산되는 전력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이를 저장하는 것은 더욱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과 더불어 전력망 안정이라는 관점에서 중요해진다.

이러한 수소의 잠재력을 인정한 세계 각국은 수소와 관련한 지원과 투자를 늘려 가고 있다. 2022년 3월까지 EU(유럽연합)를 비롯한 최소 15개국에서 수소의 생산비용을 낮추기 위한 보조금 지급계획을 포함한 수소 전략 및 계획 등이 발표된 바 있다.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유럽 국가들은 주로 대형트럭 및 철도 같은 중차량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수단으로 수소를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형트럭의 경우 EU 전체 차량의 2%지만, 전체 도로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22%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알스톰사는 지난 2018년 수소연료 열차를 최초로 개발했으며, 독일은 2023년부터 수소열차를 운행해 디젤기관차를 대체하고자 하며, 독일 철도기업인 DB는 2050년까지 모든 디젤기관차를 없앤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구체적 방안 나와야 현실화 가능

국가 차원에서 수소와 관련해 체계적인 전략 수립 및 접근을 시도하는 국가로는 영국과 일본이 있다. 영국은 2021년 8월 국가 수소 전략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1GW의 저탄소 수소(청색 및 녹색) 생산능력을 확보한 이후 2030년까지 5GW 규모의 수소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단계적 확대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영국 수소 전략의 특이점은 ‘저장’에 대해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수소는 천연가스와 비교할 때 같은 부피의 에너지 밀도가 3분의 1에 불과하다. 동일한 수준의 에너지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매우 큰 용량이 필요함을 고려할 때 암염 지층을 활용해 대량의 수소를 매우 낮은 비용으로 저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기본계획은 수소의 전면적 사용을 통해 2050년까지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50년까지 최종 에너지 소비의 7%를 수소가 충족할 것이라고 전망했던 것과 비교하면 정부가 제시한 55%라는 목표는 매우 도전적이다. 좀 더 구체적인 방안과 수단들이 앞으로 제시돼야 할 것이다. 또한 저장, 운송 등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정책과 고려가 이루어질 때 계획은 현실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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