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딸기군’으로 중국 침공 막겠다고?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2.15 11:00
  • 호수 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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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이후 출생한 대만의 군인, 기초훈련 4개월 뒤 바로 ‘예비군’
세계 2위 국방대국 중국에 비해 너무 초라해

11월29일(현지시간) 한 외신의 보도가 국제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영국 로이터가 “대만의 주요 우방인 미국과 미국의 동맹인 영국·호주·한국 등 최소 7개국이 대만의 최신 잠수함 건조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지원하고 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먼저 미국과 영국의 역할을 지적했다. 미국은 전투 시스템 부품과 음파탐지기를 포함한 핵심기술을 대만에 제공한다. 영국은 잠수함 전문가 모집에 핵심 역할을 하면서 자국 기업들이 대만에 잠수함 부품과 기술, 소프트웨어를 판매할 수 있도록 여러 개의 수출 허가를 내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로이터는 “한국·호주·인도·스페인·캐나다 등은 엔지니어, 기술자, 전직 해군 장교가 대만 가오슝(高雄)에 있는 국영 대만국제조선공사에서 잠수함 건조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1월19일 대만 신추의 한 군사기지에서 열린 군사훈련에서 대만군 병사들이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EPA 연합

한국까지 대만 잠수함 건조를 돕는다?

로이터의 보도는 한국에서도 논란이 됐다. 대만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일은 중국이 외국과 수교하며 내건 ‘하나의 중국’ 정책에 어긋나는 행위다. 따라서 청와대가 직접 나서 입장을 내놓았다. 이튿날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관련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다만 “개인 차원에서 불법으로 대만에 정보를 제공한 경우가 있는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보도의 후폭풍은 12월 들어서도 계속됐다. 4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대만의 최신 잠수함 건조에 협조하고 있는 4개 업체 리스트를 공개했다. 또한 “이들이 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핵심기술과 부품, 전문가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민일보가 밝힌 업체는 미국 항공기 제조회사인 록히드 마틴, 미사일과 레이더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방산업체인 레이시온 테크놀로지스, 국방용 로봇 생산업체인 퀴네틱, 영국의 함정 설계회사인 BMT 등이다. 이 리스트에는 로이터의 보도에서 지목됐던 한국·인도·스페인 등의 업체는 포함되지 않았다.

로이터 보도에 대한 중국 당국의 반응은 더욱 격렬했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기업들이 어떤 형태로든 대만의 잠수함 건조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압박했다. 또한 “만약 몰래 참여하는 행위를 저지른다면 응분의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대만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도 성명을 통해 “무기를 충원해 독립을 획책하는 대만을 지원하는 일에 그 어떤 국가나 기업도 참여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렇듯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대만의 잠수함 건조 프로젝트는 무엇일까.

현재 대만이 보유한 잠수함은 4척이다. 이 중 2척은 1974년 미국에서 인수했고, 2척은 1987년과 1988년 네덜란드에서 구매했다. 그런데 이들의 노후가 너무 심해 대만은 금세기 이래 외국으로부터 신형 잠수함 구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중국의 견제로 구매는 계속 실패로 돌아갔다. 이에 대만은 2014년부터 자체적인 디젤잠수함 건조를 도모했다. 특히 2016년에는 독립 성향이 강한 차이잉원 총통 정부가 들어서면서 급물살을 탔다. 2017년 잠수함 설계에 들어갔고, 2019년엔 본격적인 건조에 돌입했다. 이에 배수량 2500~3000톤의 잠수함을 2023년부터 차례로 진수할 계획이다.

대만에서는 이 프로젝트를 ‘자제방어(自製防禦) 잠수함’이라고 한다. 자제방어 잠수함은 ‘국기국조(國機國造)’로 불리는 T-5 고등훈련기와 함께 대만의 자주국방을 상징한다. T-5는 지난해 6월부터 시험비행을 시작해 올해 11월29일 1호기가 실전에 배치됐다. 대만은 2014년부터 노후화되는 F-5를 대체할 고등훈련기 개발에 들어갔다. 2016년에는 차이잉원 총통의 지시로 686억 대만달러(약 2조9093억원)의 예산으로 본격화됐다. 비록 T-5의 시속이 1030km로 음속에는 못 미치지만, 유사시에는 공격기 용도로 투입될 수 있다. 2026년까지 총 66대의 T-5가 배치될 예정이다.

대만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자체 잠수함과 고등훈련기를 개발한 이유는 중국에 비해 초라한 군사력 때문이다. 이는 11월 공개된 미국 국방부의 ‘2021 중국 군사 및 안보 발전 상황 보고서’와 대만 국방부의 ‘대만 2021년 국방보고서’에 잘 담겨 있다. 올해 중국의 국방비는 2084억 달러로, 세계 2위와 아시아 1위다. 그에 반해 대만은 130억 달러에 불과하다. 중국 해군은 355척의 함정과 잠수함을 보유해 규모로는 미국을 넘어 세계 최대다. 게다가 대만에는 단 한 척도 없는 항공모함, 이지스 구축함, 핵잠수함 등을 보유하고 있다.

공군 전력에서의 격차도 크게 난다. 중국은 2800여 대의 군용기와 2250대의 전투기를 보유한 세계 3위 규모다. 특히 2019년에는 공중급유가 가능한 핵폭격기인 훙(H)-6N을 공개했고, 스텔스 기능을 가진 장거리 전략폭격기 훙-20을 개발 중이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러시아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다 장거리 전략폭격기까지 핵전력의 삼위일체를 모두 갖춘 나라가 됐다. 대만 건너편인 푸젠(福建)성에 집중 배치된 젠(J)-16 전투기는 F-15E처럼 지상 공격에 중점을 둔 멀티 전투기다. 모두 대만 침공 시 투입될 무기다.

그러나 이에 맞선 대만 공군의 주력기는 F-16A/B다. 스텔스 전투기인 젠-20까지 실전 배치한 중국에 비해 너무 초라하다. 이런 전력 차이로 인해 중국 군용기는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제집 드나들 듯한다. 실제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중국 항공기는 554회나 대만 ADIZ를 침범했다. 특히 10월에는 더욱 심각했다. 1일 38대, 2일 39대, 3일 16대의 중국 군용기가 진입했고, 4일에는 56대나 몰려갔다. 그날에는 젠-16 전투기, 수호이(SU)-30 전투기, 쿵징(KJ)-500 조기경보기, 훙-6 폭격기, 윈(Y)-8 대잠초계기 등 기종도 다양했다. 특히 훙-6 폭격기는 12대나 동원됐다.

 

“대만 군인들은 미국만 믿고 있다” 우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대만군의 상황이다. 10월26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대만군의 기강 해이와 사기 저하가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현재 대만 현역군인은 18만8000명으로 매년 8만 명을 새로 징병한다. 하지만 기초훈련 4개월 뒤 예비군에 편입되는 체계다. 그나마 4개월 훈련 중 사격술을 제외하면, 잡초를 뽑고 타이어를 옮기며 낙엽을 쓰는 데 시간을 허비한다. 예비군은 220만 명이 편성되어 있으나, 훈련이 1~2년에 한 번 진행돼 전투력을 유지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대만 군인들은 스스로를 ‘딸기군’이라고 부른다.

‘딸기군’은 1981년 이후 출생한 젊은 세대 군인들을 일컫는다. 힘든 일을 견디지 못하고 매사 무기력한 대만 딸기세대가 군대까지 확산된 상황이다. 이렇듯 외국 언론으로부터 비판받자, 11월29일 대만 육군사령부는 전 장병에게 총검술 심화 훈련을 받도록 지시했다. 군인들의 정신력과 방어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첨단 무기가 난무하는 현대전에서 총검술이 웬 말이냐는 조롱이 이어지고 있다. 오히려 군인들의 기초체력과 격투술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투력이 바닥이지만 대만 군인들은 미국만 믿고 있다”고 우려했다. 마치 지난여름 미군이 철수하자마자 탈레반에 무기력하게 나라를 내준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의 오합지졸을 연상시키는 듯한 뉘앙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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