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눈이 뿌옇게 변했다면? [따듯한 동물사전]
  •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2.16 11:00
  • 호수 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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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내장.각막염.노화에 의한 핵경화 등 종류 다양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면서 눈을 자주 마주치게 되는데, 평소 까맣게 보이던 눈이 유난히 뿌옇거나 하얗게 보여 반려동물이 백내장에 걸린 게 아닌지 걱정할 때가 있다. 반려동물의 백내장은 어떤 이유로 걸리고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백내장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눈을 구성하는 수정체가 혼탁해져 생기는 질환을 말한다. 수정체는 영어로 렌즈라고 하는데, 카메라의 렌즈처럼 눈을 통해 들어온 빛을 통과시켜 망막에 상이 맺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렌즈가 어떤 원인에 의해 뿌옇게 혼탁해지면 빛이 제대로 투과될 수 없게 된다. 망막에 정확히 초점을 맺지 못해 흐리게 보이거나 심해지면 시력을 잃는 것이다.

백내장은 노령견에게서 노화에 의해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유전적인 요인이나 약물 등에 의해 발생하기도 하고 외상이나 당뇨병 등 여러 질병의 합병증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코카스파니엘, 비글, 슈나우저, 골든리트리버 등 일부 품종에서 백내장이 더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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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숙 단계에서 수술하는 것이 가장 좋아

물론 눈이 뿌옇게 보인다고 해서 모두 백내장은 아니다. 안구의 최외곽을 싸고 있는 각막, 결막에 염증이 생겨도 뿌옇게 보이는 증상이 있기 때문에 백내장 진단을 위해서는 각막염, 결막염 등과 구분해야 한다. 뿌옇게 된 부분이 안구의 겉면인지, 겉면이 아닌 안구 안에 위치한 렌즈인지를 확인하면 어렵지 않게 감별할 수 있다. 또한 백내장과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핵경화다. 수정체 세포가 섬유화되면서 수정체 중심부인 ‘핵’으로 이동해 축적되고 경화돼 유백색으로 흐려지는 노화에 의한 자연스러운 증상이다. 이 둘의 구분은 안구에 빛을 비췄을 때 수정체에 구조물이 확인되면 백내장, 전체적으로 뿌옇게 보인다면 핵경화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백내장은 수정체가 하얗게 변하지만 핵경화는 연한 회색, 푸른색이 섞인 흰색을 띤다는 점도 차이다. 핵경화는 백내장과 달리 시력 소실을 유발하지 않는 자연적인 노화 증상으로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백내장은 진행 단계에 따라 초기, 미성숙, 성숙, 과성숙 단계로 구분하는데 수정체의 50% 이상이 혼탁해지는 미성숙 단계에서 수술을 하는 것이 가장 예후가 좋다. 수술은 변성된 수정체를 부수고 녹여 빨아들인 후 인공렌즈를 삽입해 시력을 회복하도록 돕는 방법이다. 만약 수술을 하지 않으면 백내장이 진행돼 나중에는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핵경화와 달리 방치해서는 안 되는 질환이다.

평소 반려동물을 이곳저곳 유심히 살피는 보호자라면 눈에 생긴 변화 또한 쉽게 알아차릴 수 있지만, 백내장은 이런 눈의 변화뿐 아니라 다른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평소와 달리 여기저기 부딪히거나 걸려 넘어지는 현상을 보이기도 하고 시력이 저하되기 때문에 불안감이 커져 낑낑거리거나 우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한다. 이런 행동이 보이면 가까운 동물병원을 찾아 안과 관련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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