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종현 좋은사람들 대표, 횡령 수사 중 추가 횡령 의혹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12.0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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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휘청이는데…실체 모호한 담보로 거액 대여
ⓒ시사저널 박정훈
ⓒ시사저널 박정훈

이종현 좋은사람들 대표가 횡령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는 가운데 회삿돈 15억원을 추가로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차남인 이 대표는 라임자산운용 자금으로 언더웨어업체인 좋은사람들을 무자본 인수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인물이다(‘[단독] 라임자산운용 자금 좋은사람들 인수 동원 의혹’ 참조).

시사저널이 확보한 좋은사람들 내부문건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 회사로부터 지난 11월12일 15억원을 대여받았다. 좋은사람들 내부에서는 이번 대여를 추가 자금 유출 시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 여기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우선 자금 대여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좋은사람들 이사회는 지난해 8월 이후 모두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이뤄졌다. 지난 11월 앱에서 열린 이사회 내용을 확인한 결과, 대여금 관련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사회는 또 이 대표에 대한 자금 대여를 감사에게 통보하는 절차도 생략했다.

이 대표가 자금을 차입하면서 제공한 담보의 실체도 모호하다. 좋은사람들 내부문건의 담보내역 항목에는 ‘○○소프트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 등’이라고만 적혀있다. 담보에 동반돼야 할 가치평가 등의 내용 대신 ‘이사회 결의를 참조하라’고만 돼 있다. 상기했듯 이사회 결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담보의 실체를 확인할 길은 없는 셈이다.

무엇보다 좋은사람들은 자금 대여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전무한 상황이다. 2018년 2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좋은사람들 재무상황은 2019년 이 대표가 새 주인이 된 이후 급속도로 악화됐다. 그해 8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고, 지난해에는 233억원의 손실을 냈다.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적자도 148억원에 달한다.

이 대표 인수 이후 비정상적인 자금 유출이 이어진 결과다. 그 결과 지난 3월 회계감사에서 회계부정 의심 사례가 19건이나 적발되면서 주식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지난 10월에는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한 기업회생 신청도 기각됐다. 청산가치가 회생가치보다 높다는 판단에서다. 이처럼 경영난을 겪고 있는 좋은사람들이 이 대표에게 거액의 대여금을 선뜻 내준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 대표가 좋은사람들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장본인이라는 점이다. 지난 4월 좋은사람들 최아무개 감사와 김아무개 사외이사는 이 대표를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고발인들은 이 대표가 외부로 유출한 사내유보금이 25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좋은사람들 내부에서 ‘고양이에 생선을 내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좋은사람들 내부에선 이번 자금 대여가 이 대표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좋은사람들은 주인이 불분명한 상황이다. 최대주주이던 제이에이치W투자조합이 올해 초 해산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 보유 지분도 대부분 처분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여전히 사내 주요 인사에 개입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자금 대여를 결제한 직원들은 모두 이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좋은사람들 관계자는 “이 대표에 대한 자금 대여와 관련해서는 내부에서도 별도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이 대표 측이 감사의 문서열람과 자금일보를 확인 권한을 차단하고 내부 감사팀도 해체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대표는 이밖에도 다양한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고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시세조종)로 현재 재판에 넘겨진 상태이며, 고수익을 약속하며 투자를 유치한 뒤 이를 돌려주지 않은 혐의(사기)로 경찰 수사도 받고 있다. 그는 앞서 지난 1월 ‘이용호 게이트’의 중심 인물인 이용호 전 G&G 회장이 투자한 기업의 자금을 함께 횡령한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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