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이유 있는 ‘우클릭’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12.1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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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공’ 언급하고 文정부 정책 비판
당내서도 우려 나오지만 지지율은 ‘순풍’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유세를 이어갈수록 ‘우클릭’ 행보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도 외연 확장은 물론 보수 표심까지 껴안기 위해, 기존의 급진 진보 성향에서 실용주의 노선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다만 이 후보의 우클릭 행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당내에서는 “우클릭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오는 반면, 정치권 일각에선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이 후보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이란 평가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0월22일 5·18 구묘역(민족민주열사묘역)을 참배하기 위해 입장하며 묘역 입구 땅에 박힌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석을 밟고 서 있는 모습 ⓒ 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0월22일 5·18 구묘역(민족민주열사묘역)을 참배하기 위해 입장하며 묘역 입구 땅에 박힌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석을 밟고 서 있는 모습 ⓒ 공동취재단

李 “전두환, 경제는 성과”…과도한 우클릭?

이 후보가 우클릭 행보의 승부수를 던진 시점은 지난 10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나선 TK(대구‧경북) 순회였다. 이 자리에서 이 후보는 보수의 우상으로 통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물론 전두환 전 대통령까지 언급하며 공을 기리는가 하면, 문재인 정부의 방역 정책이나 부동산 정책 등을 비판하며 차별화 노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특히 이 후보가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공과가 있다”고 발언한 것은 즉각 논란에 휩싸였다. 이 후보는 11일 경북 칠곡 전적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두환이 삼저호황(저금리·저유가·저달러)을 잘 활용해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한 건 성과가 맞다”고 했다. 과거 이 후보가 “전두환은 공과를 따질 대상이 아니다”라고 하거나 광주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전 전 대통령의 비석을 밟은 태도와는 대조적이다.

이외에도 이 후보는 4일 일정 내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박정희 마케팅’을 적극 활용했다. 이 후보는 11일 경북 안동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산업화를 통해 경제대국으로 만든 공이 있다”고 평가하는가 하면 12일 문경에서는 “박정희 시대 고속도로가 전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는 이 후보가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거부했던 것과 정반대 행보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이 후보는 TK 순회 일정 동안 “이재명이 만들 세상은 지금까지와 다를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이나 방역 정책 등을 꼬집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와 같은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 견해를 내비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조선시대 5대 시장으로 꼽히던 경북 김천시 김천 황금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조선시대 5대 시장으로 꼽히던 경북 김천시 김천 황금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권교체 여론 돌파하자”…차별화 굳히는 李 

TK 순회 일정 이후 당 일각에선 이 후보의 행보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민주당 선대위 측은 “역사를 균형 있게 봐야 한다.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안민석 선대위 총괄특보단장,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며 이 후보를 두둔하는 입장을 보였지만, 민주당 관계자들은 다수 언론사와의 익명 인터뷰를 통해 “말 바꾸기 이미지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드러냈다.

당 일각에서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가 우클릭 행보를 이어가는 이유는 실용주의 노선을 통해 외연 확장을 꾀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에 힘이 실린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선거 초반에는 정권교체 여론과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가 판세를 좌우할 텐데, 이 후보 입장에선 이 같은 구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차별화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 소장은 “이 후보의 가장 큰 장점은 정책 역량과 경험”이라며 “민주당과 문재인 계승으로 간다면 벽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에 이 후보만의 집권 비전을 제시하면서 정권교체론을 넘으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차담에 앞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차담에 앞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후보의 우클릭을 통한 차별화 행보가 판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지만, 지지율 면에서는 긍정적 기류가 읽힌다. 지난주부터 발표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바짝 따라붙거나 앞선다는 결과가 발표됐고, 보수 텃밭으로 통하는 PK(부산‧울산‧경남)와 중도층에서도 큰 상승폭이 감지되면서다.

이날(13일) 발표된 리얼미터-오마이뉴스(5~10일 전국 성인 3043명 대상)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 이 후보는 전주보다 2.2%포인트 오른 39.7%를 기록했다. 1.2%포인트 올라 45.2%를 기록한 윤 후보에 오차범위 바깥에서 뒤처졌지만 격차는 6.5%포인트에서 5.5%포인트로 줄어들었다. 특히 이 후보 지지율은 PK에서 3.9%포인트, TK에서 1,1%포인트 올랐으며 중도층에서는 5.4%포인트 크게 상승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9일 발표된 NBS 조사(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합동 조사, 6~8일 전국 성인 1004명 대상)에서는 이 후보가 38%를 기록, 36%의 윤 후보를 오차범위 이내에서 앞서기도 했다. 특히 해당 조사에서 PK 지역 기준 이 후보 지지율은 35%로 나타나, 37%를 기록한 윤석열 후보 지지율과 불과 2%포인트 차이였다. 전주 대비 이 후보는 12%포인트 크게 올랐고, 윤 후보는 5%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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