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김종인, 두 원로 등판에…與野 서로 “상왕 정치하냐”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1.12.1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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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상왕 김종인과 왕세자 이준석 사이에 낀 윤석열”
野 “상왕 정치의 수렴청정…이해찬 나오면 우린 땡큐”

 

대선이 박빙 양상으로 흐르자 여야 수뇌부가 ‘정치 9단’ 좌장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대선 승리를 이끈 경험이 있는 ‘킹메이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주인공이다. 두 좌장의 등판과 동시에 여야 모두 ‘상왕(上王)론’에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연륜을 앞세운 ‘나이 든 정치인’이 대선 후보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2020년 6월3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 민주당 대표 회의실에서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6월3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 민주당 대표 회의실에서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먼저 ‘상왕론’을 공격 카드로 빼든 건 민주당이다. 김 위원장이 고심 끝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손을 잡자, 비판을 시작했다. 지난 11월16일 국회에서 시사저널과 만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국민이 가장 싫어하는 정치인이 바로 상왕을 모시는 지도자다. 지도자라면 자기 머리로 얘기하고 자신만의 소신을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윤 후보는) 김종인이라는 상왕의 말만 따르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선대위의 현근택 대변인은 지난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 후보가 상왕 김종인과 왕세자 이준석 사이에 끼었다”라고 비유했다. 현 변호사는 “선거에서는 주도권이 중요하다”며 “윤 후보 같은 경우에는 아직까지 무슨 정책이라든지 당 내의 정치적인 입지라든지 아니면 본인의 색깔이 확실치 않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도 맞불을 놨다. 이해찬 전 대표가 선대위에서 활동을 시작하며 국민의힘 선대위를 공격한 게 도화선이 됐다. 이 전 대표는 13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 나와 국민의힘 선대위를 겨냥해 “전부 다 왕 노릇을 하다 보니까 저게 산으로 갈지 바다로 갈지, 또 어디에 갈지 잘 모르겠다. 오합지졸이 아닌 오합지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황규환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여간 급하긴 했는지 막말과 비하로 대표되는 이해찬 전 대표마저 다시 등장했다”며 “상왕정치의 수렴청정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의 등장은 ‘막말 후보’에 ‘막말의 아이콘’이 더해진 것에 불과하다”며 “국민들은 자꾸만 과거로 회귀하려는 구태의 ‘이재명 선대위’가 두렵다. 이 전 대표의 등장, 그저 심판받아야 할 이유가 하나 늘었을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재명 후보 입장에서는 걱정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친문의 폐쇄성의 상징적인 인물의 등장이 과연 중도, 젊은층의 견인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친문 패권의 강화와 중도 견인의 약화, 이해찬의 등장은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땡큐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기를 기대한다”라며 “이나땡(이해찬이 나오면 땡큐)”이라고 비꼬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야 모두 ‘구태의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나이 많은 좌장들이 매 선거마다 전면에 나선다는 건, ‘세대교체의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라는 얘기다. 이에 두 좌장의 영향력이 과거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이 전 대표와 김 위원장은) 당내에서는 영향력이 있는 인물일 수 있으나, 당 바깥의 중도층이나 젊은 세대에게는 ‘흘러간 물’이다. 빠른 시대 변화를 정치권이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라며 “차라리 새롭고 참신한 인물을 선대위원장으로 새우는 게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 나이 든 정치의 모습을 반복하면 자칫 대선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는 “거대 양당의 잦은 킹메이커 호출은 ‘3김 정치’를 닮았다. 두 당은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 시대 1인 중심의 전근대적인 ‘보스정당’ 문화에서 아직도 못 벗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도 “대선후보들이 스스로 상왕을 모시겠다고 자처하는 상황인데, 효과도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정당들이 지금까지 제대로 된 정당으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후보도 당도 한심하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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