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도 문제, 나서도 문제…윤석열의 ‘준스톤 딜레마’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1.12.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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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합의’ 후 입김 세진 李…‘후보 후광’ 뺏는다 비판도
박상병 “껄끄럽더라도 이준석은 윤석열의 훌륭한 보완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준스톤’(이준석 대표의 별명) 딜레마‘에 빠졌다. 이 대표와 윤 후보 간의 갈등은 이른바 ‘울산 합의’로 봉합됐다. 그러나 이후 이 대표가 인사와 정책 전반에 걸쳐 목소리를 키우면서 되레 윤 후보의 존재감이 위축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치 9단‘인 이 대표의 능력이 빛날수록 ’정치 초보‘인 윤 후보의 부족한 경험이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와 이준석 대표가 11월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와 이준석 대표가 11월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에게 누가 험담하랴”…커진 당내 입지

“감히 내 앞에서 이 대표를 험담할 만한 사람은 없다.”

윤 후보는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이 대표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갖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 갈등을 빚었던 이 대표에게 다시 한 번 힘을 실어준 셈이다. 동시에 최근 이 대표의 당내 입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장면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 이 대표는 이른바 ‘울산 합의’ 이후 당내 입김이 세졌다. 선대위가 ‘김병준 체제’에서 ‘김종인 체제’로 전환되면서다. 이 대표가 스마트폰을 끄고 잠행을 거듭하기 전까지 국민의힘은 ‘김병준 원톱’ 체제를 굳히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울산 합의 이후 ‘김종인 원톱’ 체제가 확정됐다. 윤 후보가 구상한 선대위 밑그림을 지우고 이 대표가 원했던 대선 밑그림을 다시 그린 셈이다. 이날 이후 국민의힘 선대위는 ‘김종인-이준석-윤석열’ 트로이카 체제로 재편됐다.

국민의힘 한 영남권 의원실 관계자는 “울산에서 이 대표와 윤 후보가 합의하기 전까지 당내 분위기는 ‘김종인 없이 가겠네’라는 분위기였다. 또 ‘윤 후보가 꽤 고집있네’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그러나 결국 (울산 합의로) 이 대표가 윤 후보의 고집을 꺾은 셈”이라며 “결국 기존 윤핵관들이 물러선다는 것은 이 대표가 ‘새로운 윤핵관’으로 나서겠다는 공표다. 공격수 선발라인업이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대표는 상임선대위원장과 홍보미디어본부장을 겸직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언론에 목소리를 낼 기회가 많아졌다. 실제 이 대표는 하루에 10개가 넘는 언론 인터뷰를 소화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윤 후보의 ‘실언 논란’을 수습하거나 김 위원장 발언에 힘을 실어주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런 모습이 윤 후보의 단점을 더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현근택 대변인은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앞으로 방송은 아마 이준석 대표가 할 가능성이 많다. 이 대표가 스피커 역할을 하면 후보를 뛰어넘는 주목을 받을 것”이라며 “이 대표는 굉장히 방송 친화적으로 전화 인터뷰 하루에 10번씩도 하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선거에서는 주도권이 중요하다”며 “윤석열 후보 같은 경우에는 아직까지 무슨 정책이라든지 당 내의 정치적인 입지라든지 아니면 본인의 색깔이 확실치 않다”고 주장했다.

보수 진영 내에서는 ‘이준석 비토’ 정서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 대표가 ‘대선 주인공’ 자리를 윤 후보에게서 빼앗아갔다는 비판이다. 실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지난 12일 이 대표 탄핵을 위한 서명운동에 나섰다. 이들은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를 통해 “이 대표는 오로지 본인이 주인공이 될 생각만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내년 3월9일 대통령 선거에는 관심도 없다”며 “이 대표를 반드시 탄핵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尹에게 이준석이란…‘불편하지만 필요한 사람’

울산 회담 이후 발언권이 약해진 윤 후보 측근들도 이 대표에게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본인의 사람과 본인의 주장만을 내세운 채 ‘계파 갈등’을 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입만 열면 윤핵관을 말하니 어디가서 반대 의견을 낼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다만 윤 후보에게는 이 대표의 경험이 필수적이라는 게 당내외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윤 후보의 목표가 ‘정권 교체’라면 MZ세대(2030세대)와의 소통, 여의도 문법에 능한 이 대표의 후광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최근 이 대표의 존재감을 보면 결코 윤 후보에게 뒤지지 않는다. 아무래도 정치 경력 면에서 이 대표는 윤 후보 보다 한참 선배고 둘은 보완적인 관계이기도 하다”며 “중요한 것은 대선의 목적은 정권교체라는 것이다. 윤 후보가 (이 대표에게) 도움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둘 사이의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춰진다면 타격은 윤 후보가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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