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리스크’ 번져도 이재명이 웃을 수 없는 이유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12.1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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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김건희 의혹 때릴수록 커지는 ‘내로남불’ 비판…尹 가족사에 ‘침묵’하는 李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2차 국가인재 영입발표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2차 국가인재 영입발표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대선판을 달구고 있다. 김씨가 교수 임용 지원서에 허위 경력을 기재하고 수상내역을 부풀렸다는 의혹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파상 공세, 국민의힘은 적극 방어 태세다. 논란의 당사자인 김씨와 윤 후보가 직접 사과 의사를 밝혔지만, 논란의 불길은 꺼지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논란의 카운터파트여야 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이슈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내고 윤 후보와 일대일 각을 세웠던 이 후보가 김건희씨의 허위경력 의혹과 사생활 논란에 대해서는 별다른 메시지를 내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5일부터 불거진 김씨의 허위경력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 선대위 측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 후보가 직접 메시지를 낸 경우는 없었다. 이 후보가 “주가 조작 사범을 철저히 응징하겠다”(13일)며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저격한 태도와는 대조적이다. 실제 이 후보는 민주당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 7월 “부인의 결혼 전 문제까지 정치적으로 문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가급적 후보 본인의 문제로 한정해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선 이 후보가 김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섣불리 메시지를 낼 수 없는 이유로 ‘내로남불’을 꼽는다. 김씨가 받고 있는 허위경력 의혹과 사생활 논란 등은 이 후보의 검사 사칭 전과와 여배우 스캔들, 가족사 논란 등과 결이 맞닿아 있는 만큼, 이 후보가 김씨 논란에 말을 보탤수록 내로남불 비판을 받기 쉽다는 관측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15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나와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15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나와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당장 국민의힘에선 “김건희 의혹은 후보 부인의 이야기지만 이재명 논란은 후보 본인의 일”이라며 맞대응 기조를 밝혔다. 이수정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은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후가 과거 검사 사칭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을 언급하며 “사칭을 한 잘못과 표절을 한 잘못이 거의 흡사한데 그러면 민주당은 후보가 물러나야 되지 않느냐”라고 쏘아붙였다. 이 위원장은 “왜 자신의 잘못은 눈에 안 보이나”라며 “내로남불이라고 지칭하는 것조차 적절하지 않다. 왜 높은 사람은 처벌 안 받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여기에 이날 이 후보 장남의 상습도박 의혹까지 제기돼 이 후보로선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조카의 데이트 살인 변호 논란에 이어 다시 한 번 가족사에 휘말리면서, 김씨 의혹을 고리로 윤 후보를 비판할 동력을 잃게 됐다는 관측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이재명 후보도 결국 가족에 대한 공세를 받고 있다”며 “이를 어떻게 해명하는지가 지지율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후보 아들의 도박 의혹을 계기로 국민의힘은 공수 전환을 시도하려는 분위기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 후보 아들의 상습 불법도박 의혹은 김건희씨의 부주의한 이력서 기재와는 차원이 다른 현재진행형 범죄행위”라며 “철저히 수사해야 하고 (이 후보) 스스로 수사를 자청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용태 최고위원도 “이 후보가 꿈꾸는 세상은 도박이 판치고 여성의 생명이 위협받는 나라인가”라며 “양심이 있다면 후보직을 사퇴하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가족사까지 지나치게 파고들지 말자”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의힘 선대위 전략기획실장을 맡은 금태섭 전 의원은 “캠프와 관련 없는 개인 생각”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후보가 관여하지 않은 가족 구성원의 개인 문제를 소재로 공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이 정치에 염증을 내는 데는 정치권이 정작 중요한 과제를 외면하고 상대방 가족의 개인사 같은 문제를 놓고 천박한 공방을 벌이는 것도 큰 몫을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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